2002-02-08 18:10
범선이란 사전적인 정의로는 선체 위에 세운 돛에 바람을 받게 하여 풍력을 이용하여 진행하는 배로 광의의 의미로는 돛을 가진 배를 지칭한다고 한다.
원래는 무역선으로 물품을 싣고 다니던 범선이 상선에 밀려 제 기능을 잃고 항구에 그냥 정박하고만 있게 된 것을 보게 된 사람들이 어느 날 한 번 레이스를 해 보자고 해서 시작된 것이 범선대회라고 한다. 물론 이 대회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한 스카치위스키 회사가 대회를 후원하면서 더욱 더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Sail Korea 2002’는 한일 월드컵 유치와 함께 월드컵 기간 중에 바다의 축제로서 대한민국 사상 처음으로 열리게 되는 범선대회이다.
지난 6일 오후 6시, 코리아나 호텔 7층. 사단법인 한국범선진흥협회 주최로 ‘Sail Korea 2002’의 공식기자회견이 열렸다. 국제적인 행사를 위한 공식적인 기자회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온 사람은 주최측 사람 몇 명뿐으로 기자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워낙 코리안타임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기다렸으나, 시간이 지나도 기자들은 별로 많아지지 않았다.
현직 국회의원과 대학교수를 각각 위원장으로 내세워 조직된 조직위원회 사람들이 이 행사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하고 기자들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문제의 초점은 이 행사의 돈의 출처와 대회 준비 기간.
이 행사를 위해 총 예산 31억 정도를 계획하고 있는 준비위원회측은 각 지방자치단체와 후원사, 협회를 통해 이 돈을 조달하겠다고 했으나 기자들의 질문이 계속될수록 확보된 예산이 거의 없다는 사실만 드러날 뿐이었다. 확보된 예산도 없는 상태에서 요란하게 행사를 하겠다고 폭죽을 터뜨려 결국 돈을 확보하려는 것은 아니냐는 한 기자의 추궁에 준비위원회측은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또한 다른 나라에서 몇 년씩을 준비, 계획해서 하는 국제적인 행사를 불과 몇 개월 만에 뚝딱 준비해서 올릴 것이라고 자신하는 부분에 대해, 한 일본인 초청인사가 인사말을 통해 ‘대한민국이니까 이러한 일들이 가능하다’고 치하(?)한 말 역시 낯을 화끈하게 만들었다.
무슨 일이든 결과만 보이면 된다는 한국인의 사고 방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시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빨리 빨리’라는 형용사가 어느덧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부사가 되어버린 시점에서, 설익은 또 하나의 졸속 국제행사를 올려 돈만 낭비하고 국제적인 망신살이 뻗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싹트던 기자회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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