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1 16:00

더 세월(11)

저자 성용경 / 그림 하현
9. 전원구조?


희소식은 빨리 전하고 싶고, 희망은 자꾸 가져다주고 싶은 게 우리네 마음이다. 전 국민이 침통한 분위기에 젖어 있는 사이 언론은 속보 경쟁에 혈안이 됐다. 안산 단원고 학부모들은 여럿이 모여 온갖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희망적 소식은 작은 소리라도 크게 들린다. 갑자기 한 학부모가 큰 소리로 외쳤다.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

단원고에서 현장 취재를 하던 MBN 기자가 이를 듣고 MBN 서울지방경찰청 출입 기자에게 보고했고, 그 출입 기자는 이 같은 내용을 타사 기자들과 공유했다. MBC는 단원고에서 취재하던 기자에게 이 내용을 확인한 뒤 보도국 사회부 기자에게 전달해 자막을 방송했다. 지상파를 통해 ‘전원 구조 소식’이 전국적으로 전파된 것은 4월 16일 오전 11시였다. 학교당국은 흥분했고, 5분 후 학부모들에게 문자로 이 사실을 알렸다. 

약 두 시간 후 구조학생이 75명이고 나머지는 실종자로 발표되자 다시 침울해졌다. 또 30분 후인 오후 1시 30분 중앙대책본부는 구조 368명, 사망 2명을 발표했다. 부모들은 철렁했던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안도했다. 얼마 후 구조소식이 방송사의 오보로 밝혀지자 부모들은 억장이 무너졌다. 속보경쟁에 몰입한 언론들의 무분별한 보도로 부모들은 울고 웃고 다시 울었다.

중앙대책본부는 5차 브리핑에서 탑승자 459명, 구조 164명, 사망 3명, 실종자 292명이라고 발표했다. 이제 이런 숫자를 믿는 사람은 없었다. 숫자는 바꾸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방송 3사는 확인되지 않은 것도 기정사실화해서 뉴스를 내보내곤 했다. 사실과 다른 희망적인 보도만을 내보내고, 앞으로 시도해야 할 구조조치인데도 이미 성공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구조대원이 식당칸에 들어갔다고 보도했으나 현장에선 선체 안에 들어간 대원은 없었다. 공기를 넣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공기주입 장비는 도착하지 않았다.

현장 해경측은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기에 학부모들의 분노는 극에 다다랐다. 정보를 총괄하는 곳이 없으니 유언비어는 외양간을 뛰쳐나온 송아지처럼 마구 돌아다녔다.

“대통령이 듣고 국민들이 듣고 있는데 방송이 이런 식으로 보도해도 되나요?”

거짓말 하는 방송의 책임자가 누군지 알 수도 없는 현장에선 고성이 오갔다.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 부두는 사람들의 아우성으로 혼란에 빠졌다. 참사 당일인 4월 16일은 애간장이 타들어가는 긴박한 순간이다.

그런데 구조 지휘를 책임지고 있는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 장관들의 의전이나 참관에 귀중한 시간과 장비가 동원돼 오히려 구조를 지연시켰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오후 2시 지나 항구에 도착한 안전행정부 장관의 격려 행사로 민간 잠수사들이 탄 배의 출항이 무려 20분이나 늦어졌다.

“당시 30초 정도 잠수사와 악수를 한 것뿐인데.”

안전행정부는 해명했으나 현장 목격자들의 말은 달랐다.

“한시가 급한데 무슨 격려차 배를 타냐. 잠수사들 배를 빨리 출발 시켜라.” 

주민들은 불만을 드러냈다.

한편, 해양수산부 장관은 사고 당일 해경이 제공한 헬기를 타고 현장으로 이동했다. 오후 12시40분 전남 무안에서 해경의 헬기를 타고 사고 해역에 있던 지휘 함정으로 이동했던 것이다. 이후 헬기는 함정에서 한 시간 이상을 대기했다. 이 시각, 잠수특공대 16명은 헬기가 없어 배를 타고 현장에 가야 했다. 신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 배를 타고 갔다는 해수부의 이야기를 어떻게 믿어야 하나.

“구조가 먼저인가 의전이 먼저인가?”

“관료사회를 잘 알면서 새삼스럽게….”

누군가 한마디 했다.

뱃머리 일부만 남긴 세월호에서 승객들이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의 1분1초는 금싸라기 같은 시간이었다. 

사고 이튿날 오후 대통령이 방문한다고 하자 팽목항은 엄청난 방송 차량과 경찰 차량으로 혼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119구급대는 진입을 못 했고, 현장으로 가려는 구조대원은 구조장비를 차에 싣지 못 해 애를 먹었다. 기자가 마이크를 학부모 앞에 들이대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학부모는 흥분했다.

“아, 이거 방송에 내보내려고? 니들 맘대로? 사람 구하는 게 먼저야. 알겠어?”

다른 방송 마이크가 구조된 여학생을 좇아갔다. 그녀의 아버지가 카메라 렌즈를 손바닥으로 막으면서 소리쳤다.

“너도 찍으려고? 카메라 치우라고!”

구조장비를 차에 실으려는 구조대원은 자기들 나름대로 불만이었다.

“출발할 수 없어. 모든 도로가 개떡이야! 이 징한 놈의 차들!”

체육관 유가족 앞에 나타난 대통령은 현장의 심각성을 눈으로 확인했다. 여성 대통령은 현장 복장의 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자원과 인력을 동원해서 수색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부를 믿어주십시오.”

학부모가 손을 들고 질문을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사고현장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상황실은 장례식장이 아닙니다.”

연이어 여기저기서 질문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배가 현장에 나갔을 때 해상구조원이 구조를 하는 걸 못 봤습니다.”

“기자들 오니까 구조 중이라 하고, 잠수원들이 30명이 투입됐다고 하는데 현장에는 잠수하는 인원이 한 명도 없습니다. 딴 사람들만 가서 쇼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대통령이 조난자로 보이는 한 중년 남자 쪽으로 눈길을 주었다. 눈치 빠른 해수부 간부가 마이크를 그에게 넘겼다.

“저는 조난자 서정민입니다. 입원을 마다하고 유가족에게 도움을 주고자 자리를 같이했습니다. 구조 진척이 너무 미진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중앙부처에서 많이 내려오셔서 소방서나 해경에게 교통편의를 요구하곤 하는데 지금 저희들이 바라는 것은 한 사람이라도 더 구조하는 것입니다. 현장 시찰을 늦추더라도 구조대원이나 구조장비 하나라도 더 공급해주었으면 합니다.”

‘조난자’라는 말에 대통령은 눈시울을 붉혔다.

“구조에 더 집중해 달라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대통령이 떠난 후의 지휘본부는 질서가 잡히기는커녕 더 어수선해졌다. 방송뿐만 아니라 구조대원 투입여부에 대해서도 계획이 없었다. 유언비어는 날개를 단 듯 공기를 타고 날아다녔다. 심지어는 사고 원인이 잠수함 충돌설, 폭발설, 좌초설 등 여러 말이 나돌고, 의문은 꼬리를 물었다.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는 학부모들은 침몰선 근처로 가는 배를 태워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부당하자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어선을 빌려 타고 현장으로 향했다.


<이 작품은 세월호 사고의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한 창작물이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기업 지명 등은 실제와 관련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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