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3 08:48

“형사재판서 해양심판 재결 남용하는 건 위험”

김인현 고려대 명예교수, 해심 재결과 형사재판은 법적목적 달라


지난 2017년 발생한 폴라리스쉬핑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에 대한 항소심 결과가 8월20일 나올 예정인 가운데 해양안전심판원의 재결이 형사재판의 유죄 증거로 무분별하게 활용돼선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인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7월22일 열린 바다 최고위 과정 학술세미나에서 “1995년 발생한 <씨프린스>호 유류오염 사고부터 행정 절차인 해양안전심판원의 재결 내용을 형사재판에서 유죄 증거로 활용하는 실무 관행이 정착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인현 교수는 지난 30년간 해양사고 재판에서 해심이 내놓은 재결을 활용해왔지만 해심과 형사재판의 법적 목적과 입증 기준이 서로 달라 충돌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해심은 사고 예방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원인 불명의 결론을 피하고 어떻게든 원인을 특정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김 교수는 규정했다. 자유심증주의와 상대적으로 낮은 개연성만으로 사고 원인을 판단하는 배경이다.

반면 형사재판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한다. 개인의 자유와 형벌권 행사를 다루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 국제해사기구(IMO)는 해양사고 조사의 목적은 처벌이 아닌 사고 예방에 있고 조사 자료가 형사책임을 추궁하는 데 남용돼선 안 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심의 사실 인정과 형사재판의 증명 구조가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 사례도 나온다. <씨프린스>호 사고 당시 순천지원은 형사재판에서 해심의 원인 판단을 그대로 인용한 반면 <스텔라데이지>호 1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해심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한 격창양하(화물창을 한 칸씩 건너뛰어 화물을 양륙하는 방식)를 두고 당시 업계에서 통용되는 방법이라고 봤다. 대양에서 사고가 발생해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한 판단이다. 

김인현 교수는 “법관이 해심의 재결을 사실상 유죄의 결정적 증거로 수용하면 형사재판의 대원칙인 무죄 추정과 죄형법정주의가 실질적으로 무력화될 위험이 있다”며 “무죄가 선고돼야 할 사건에서 선원이나 해기사 도선사 선주 등이 형사처벌을 받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려면 해심 재결서가 형사사건에 사용될 가능성을 고려해 해양안전심판법에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명확하지 않은 경우 원인 불명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는 한편 형사법원은 독자적인 증거조사와 증인신문을 통해 사실관계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국립부경대학교 임석원 교수 역시 “전문가 집단에 의한 해심 재결은 사법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왔다”며 향후 해사법원이 도입되면 해양안전심판원은 사고조사 기능만 수행하고 심판 기능을 해사법원에 넘기는 구조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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