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16 10:25

“광양항 백년대계 배후단지 활성화에 달렸다”

김학소 청운대 교수, 배후단지 공급확대 국정과제로 제시
11회 광양항 국제포럼 성료…코로나19 대응 온라인 생중계
▲여수광양항만공사(YGPA) 차민식 사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열한 번째 여수·광양항 국제포럼의 화두는 배후단지 활성화였다. 지난해 역대 최대인 3억1000t 규모를 처리한 종합항만인 여수·광양항의 배후단지를 활성화해 새로운 백년대계를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광양항의 먹거리인 석유화학·철강·자동차 등의 전망이 코로나19 여파와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로 어두운 가운데, 배후단지 공급 확대로 고부가산업을 육성해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의견이다. 

김학소 청운대학교 교수는 지난 9일 광양 월드마린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여수·광양항 국제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광양항의 대응방안으로 항만 배후단지 마스터플랜 수립과 더불어 이를 국정과제로 추진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문가들 광양항 활성화 해법 모색

지난해 광양항은 유류와 철제, 화공품의 실적개선에 힘입어 전년 대비 2.6% 증가한 3억1000만t을 처리했다. 광양항의 물동량을 책임지는 핵심 산업은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으로 압축된다. 

하지만 철강산업은 글로벌 공급과잉과 철강 수요 감소, 고부가산업 특성화 역량 부족, 배후단지 부족에 의한 산업집적도 저하 등이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또 다른 핵심산업인 석유화학 역시 노후화 인프라에 따른 생산성 저하와 배후단지 투자 지연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가스화학산업이 전환 중인 데다 노후한 시설로 여수 석유화학단지는 세계적인 슬럼가로 전락될 우려까지 나온다. 이 밖에 자동차산업은 배출가스 규제와 기계적 한계 등의 이유로 성장 정체가 우려된다. 주력 산업 침체가 두드러진다면 광양항의 물동량 감소는 불가피하다. 

김 교수는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와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배후단지 공급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광양항 핵심산업의 신기술, 신공정, 신공장 건설을 위한 대규모 배후단지의 조속한 공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규모 장치산업으로 생산성 한계에 당면한 현재의 노후 설비를 모두 대체해 광양항의 새로운 미래 100년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배후단지 활성화를 통해 철강과 신소재 고부가가치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여수 화학산업의 전면적 리뉴얼과 콜드체인 가공식품, 바이오 지역특산품의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김 교수는 광양항의 배후단지 공급과 산업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후단지 활성화가 광양항의 백년대계인 만큼 코로나19 이후를 생각하는 장기적 안목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진 왼쪽부터 청운대학교 김학소 교수, 한국석유화학협회 김평중 본부장


김 교수는 “광양항 핵심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준으로 정책순위를 상향하고, 국가재정의 조기 투입과 더불어 종합적인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배후단지 개발 국가계획과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 건설계획, 설비자금·기술개발·인력양성 지원 전략 등을 담은 ‘마스터 플랜’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실행하자는 주장이다. 

항만산업이 수출과 고용 및 연관 산업의 핵심인 데다 경제적 효과가 지대한 기반산업이라 막대한 자금투입과 장기계획이 담보돼야 한다.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진행되는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를 고려할 때 개별기업이나 단위기관의 힘으로는 극복하기엔 한계가 있어 국가 정책적 지원이 추진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혁신을 통한 항만의 스마트화가 여러 국가에서 추진 중인 가운데 광양항에서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로테르담·함부르크항은 스마트 항만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단계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며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상하이항 싱가포르항도 완전 자동화 기술과 함께 선박추적과 정시입항기술 등을 통해 스마트 항만 실현 대열에 합류했다. 평택대학교 백종실 교수는 “광양항이 중장기적으로 스마트 항만과 스마트 시티 간 연계운영을 위한 조직구조와 문화를 조성하고, 데이터 보안과 안전 등에 대안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꼬 말했다.

이 밖에 지에스브랜즈 고동환 대표는 여수항(구항·신항·신북항) 전체가 연계될 수 있는 활성화 방안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여객·크루즈 이용객 100만명을 달성해야 한다는 목표다. 

여수구항과 신항이 여수항에 포함되지만 각 항의 연계성 부족이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기에 수제선 정비사업(연계도로)과 모노레일 트램 스카이벡스 레일바이크 등을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여수 구항의 친수공간을 문화 및 관광거리로 개선해 주민 및 관광객 편의를 증진해 여수여객터미널 환경개선을 꾀하자고 고 대표는 덧붙였다.

“여수·광양항 Y루트의 전초기지 될 것”

지난해 공사가 새로운 경영전략으로 내건 ‘Y-Route(와이루트)’도 이날 핵심 키워드로 제시됐다. 와이루트는 여수·광양항에서 G3(중국 러시아 유럽)으로 연결되는 물류를 일컫는다. 

YGPA는 여수·광양항이 ‘해상물류가 육상물류로 전환되는 변곡점’으로, 다양한 생산재가 결합돼 G3로 뻗어나가는 와이루트의 전초기지이자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산업중핵 기지항만으로 거듭나길 기대하고 있다. 차민식 YGPA 사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이 해양강국으로, 와이루트를 통해 중국 러시아 유럽으로 뻗어나가는 그 역사의 항로에 바로 여수항과 광양항이 있다”고 밝혔다. 

 
▲YGPA 임직원들이 실시간 온라인을 통해 중장기 2030 비전 선포에 참여했다.


차 사장은 여수·광양항의 구체적인 청사진도 제시했다. 2040년까지 현재의 5배에 달하는 1965만㎡(약 5900평)의 배후단지를 확보해 미래 핵심산업이 융·복합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컨테이너의 하역부터 이송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화한 스마트 항만을 구축할 예정이다. 

YGPA에 따르면 2024년 광양항 3-2단계 컨테이너부두에서 한국형 스마트항만이 여러분 앞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또 차 사장은 “여수·광양항은 다채로운 여객 인프라를 확충해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해양관광의 중심 항만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남해안 해양관광 거점벨트로 육성해 전 세계인이 찾는 여수·광양항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여수·광양항의 새로운 전략인 ‘2030 비전’도 선포됐다. 지난해엔 ‘국민에게 신뢰받는 최고의 항만물류 파트너’를 새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다. YGPA는 2030 비전을 ‘국민과 함께하는 스마트 종합항만’으로 새롭게 수립했다. 스마트항만 투자규모 1조2000억원, 해양관광여객 100만명, 총물동량 4억3000만t, 신재생에너지 자급률 100%, 사회적가치 기여도 최우수 기관 등의 5대 경영목표를 오는 2030년까지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경영목표 실행력 강화를 위해 항만 자동화·현대화, 지능형 항만 운영, 디지털 기반 경쟁력 확보, 항만 중심 산업클러스터 조성, 해양관광 거점 육성, 친환경·안전항만, 지역상생형 동반성장 추진 등 12개 전략 과제를 재정립했다. 

차민식 YGPA 사장은 “중장기 2030 비전 수립을 통해 여수·광양항은 자족형, 산업지원형, 지역상생형, 지능화된 융·복합 항만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대한민국 100년의 미래를 준비하는 산업 중핵항만으로 글로벌 G3 국가로 성장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해양수산부가 후원하고 전라남도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광양시 여수시 광양상공회의소 여수상공회의소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해운·항만·물류·관광 분야 전문가와 관계자가 함께 했다. 특히 YGPA는 전남도의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방역조치에 대응해 현장 참가자 없이 전 행사를 실시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해양·항만분야 공공부문 최초 전면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포럼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콘퍼런스 진행사례를 모범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YGPA는 이번 포럼을 전면 온라인으로 개최하면서 절감한 2000만원을 광양시와 여수시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기부키로 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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