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0 16:03

더 세월(50)

저자 성용경
44. 선원 대법원 선고(3)
정부는 유 씨 일가에게 참사의 책임을 묻고자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지만 녹록지 않았다. 장남 유대균은 그룹 경영에 깊이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면서 횡령 등의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프랑스에 머물고 있던 장녀 유섬나는 송환 거부 소송을 벌였다.

장남은 73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2년으로 감형됐다. 추징금 73억 원도 물지 않았다. 교단이나 회사 업무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데다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등이 참작됐다.

세월호에서 수거된 노트북에서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이 나온 이래로 세월호와 국정원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호는 국가 비상시 동원하기 위해 국정원이 지정한 국가보호장비였을 뿐 국정원이 소유권을 갖고 있는 건 아니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세월호의 이상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했던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센터장은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태만이나 착각 등으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때는 직무유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

세월호 항로에 선박을 추가 투입하는 등 ‘증선 인가’ 과정에서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된 해양항만청 간부와 청해진해운 주요 관계자들도 무죄를 받았다. 결국 세월호 증선 인가를 둘러싼 비리 의혹으로 기소된 8명 중 실형을 받은 사람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다른 소송은 없나요?”

“유족들이 제기한 100억대 손해배상 소송은 재판이 진행 중이야.”

342명의 세월호 유족들이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희생자 1인당 1억 원씩 총 103억 원을 배상하라며 제기한 소송을 얘기하는 거였다.

“해사안전법과 선원법에서 선장의 권한과 역할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좀 알고 싶은데요.”

해사안전법은 “누구든지 선박의 안전을 위한 선장의 전문적인 판단을 방해하거나 간섭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선원법은 선장의 권한을 “ 해원을 지휘·감독하며 선내에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고 못 박고 있다고 신상균은 설명했다.

결국 법원이 요구하는 선장의 임무는 이렇다.

-여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송할 책임

-선박의 급박한 위험 시 인명, 선박 및 화물 구조 조치

-선원 임무 비상배치표의 적절한 게시

-선내 소방훈련, 구명정훈련 등 실시

-퇴선, 인명구조 등 선원의 구호의무 지휘

하지만 세월호는 침몰이라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퇴선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1항사는 제주 VTS에 “본선, 아, 위험합니다. 지금 배 넘어가고 있습니다”라며 구조요청을 하였다.

선장이 기관장에게 “기관실로 내려가 보라”고 지시하자, 기관장은 곧바로 조타실을 나와 기관부 선실이 있는 3층 복도까지 계단으로 내려갔고, 기관실에서 올라 온 기관부 선원들과 함께 대기하였다.

1항사가 구조요청을 마친 후인 오전 8시 58분경 선장은 2항사에게 ‘승객들로 하여금 구명조끼를 입고 그 자리에 대기하게 하라’는 방송만을 지시하였을 뿐, 정작 선원들에게 승객 퇴선을 위한 각자의 임무를 수행토록 지시하는 등 지휘감독상 임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다.

2항사로부터 수차례 “어떻게 하느냐”는 문의와 3층 객실 안내데스크에 있던 사무부 승무원들로부터 선내에 대기 중인 승객들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요청을 받았음에도 이를 묵살한 채 아무런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1항사와 2항사도 퇴선을 위한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직무를 방기했군요.”

기관장 등 기관부 선원들은 3층 기관부 선실 복도에 머물면서 각자의 선실에서 구명동의를 찾아 입는 등 자신들의 퇴선에 대비하였을 뿐 승객 구조를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승객 구조 방법을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대학 연구소에서 탈출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일찍 서둘렀다면 모두 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더군.”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세월호가 52도 기운 상태에서 선실에 있던 승객이 탈출을 시작했다면 10분 안에 탈출을 완료할 수 있다고 하므로, 늦어도 9시 26분경까지 승객이 탈출을 시작했다면 3, 4층의 출입구가 침수되기 전에 모두 탈출할 수 있었다. 신상균의 설명에 서정민은 주먹으로 탁자를 퍽 쳤다. 자신이 살아난 게 기적이었다.

“정말 참담하네요.”

그러면서 이어서 말했다.

“법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유일한 사태 지배 권한을 가진 선장이 판단력을 송두리째 잃었다는 게 불행의 시작이었군요.”

그러고는 질문한다.

“당직항해사와 조타수에게 침몰로 인한 기름유출 책임을 지우는 건 좀 과한 것 아녀요?”

“1심에선 유죄로 했는데 2심에선 업무상과실이 아니라고 판시했더군.”

“아, 안심입니다. 요즘 해양환경관리법이 워낙 까다로워서.”

“대법관들의 소수 의견이 궁금하네요.”

“간부 항해사들은 선장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에 암묵적, 순차적으로 공모 가담한 공동정범이라고 보는 의견이 있어. 수난구호법 위반, 유기치사상, 특정범죄가중법 위반 유죄판단에도 반대의견이 있었고.”

“재판 과정에서 법이 개정된 거 같던데 법 적용에 문제는 없었나요?”

“논란이 있지. 선원법이 2015년 1월, 수난구호법이 7월에 개정되었는데 침몰사고가 2014년에 일어났으니 구법이 적용돼야 하는데 신법이 적용됐다는 주장도 있긴 하지. 그렇지만 다수가 신법과 구법의 입법 취지가 거의 동일하다고 본 거지.”

“재판하는 사람도 힘들었겠습니다.”

대화를 하다 보니 두 사람은 맥주 마시는 걸 잊어버린 듯했다. 서정민이 건배를 제의하고 질문을 이어갔다.

“다른 나라도 세월호처럼 구호를 안 하면 처벌 받나요?”

“전통적으로 해난구조 법제는 재산구조와 그 사후처리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어. 인명구조는 법률적 문제 이전에 도덕적, 인도주의적 의무로 인식한 거지.”

“사람을 구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처벌 받지 않았다는 거네요.”

“그렇지. 그러다가 인명보호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조난현장 인근 선박의 구조지원의무가 각종 국제협약에 편입됐어. 우리나라도 수난구호법에 인명 구조 의무를 포함하고 실정법화했지.”

“사후약방문이지만 조난사고의 원인제공 여부와 상관없이 선원에게 구조조치의무를 명시적으로 부과한 거군요. ‘착한 사마리아인’ 규정이 도입된 거네요.”

“승선근무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뜻이지. 이런 것도 시대 조류라면 따라가야지. 다만 착한 사마리아인법이 선의로 구조를 이행하라는 거라 세월호처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구조하지 않더라도 과태료 처분 정도에 그쳐.”

이야기가 길어지자 술 마시기에 충실하자고 다시 잔을 부딪쳤다. 이때 서정민의 휴대폰이 울렸다. 이순정이 안산을 출발했으니 이쪽으로 오겠다는 것이다. 함께 저녁을 먹자고 한다. 선배가 동석해도 좋단다.


<이 작품은 세월호 사고의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한 창작물이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기업 지명 등은 실제와 관련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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