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31 09:09

기고/ 화물 인도시 보세창고업자의 책임 범위

변호사가 된 마도로스의 세상이야기(70)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성우린 변호사(現 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前 해양경찰청 고문변호사)


실무상 보세창고업자가 화물인도지시서(Delivery Order) 혹은 선하증권의 원본을 받지 않고 실수입자에 화물을 인도한 경우, 보세창고업자가 선하증권의 원본을 소지한 자 등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는지에 관한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

대법원은 최근 화물 인도 시 보세창고업자의 책임 범위와 관련하여 의미 있는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대법원 2023년 12월 14일 선고 2022다208649 판결, 이하 ‘대상판결’).

이번 기고에서는 대상판결을 소개하면서 해상운송에서 보세창고업자의 법적 지위 및 책임 범위에 관한 법리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해상운송인은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하여야 한다(상법 제129조, 제132조, 제861조). 해상운송인이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아니하고 운송물을 선하증권 소지인이 아닌 자에게 인도함으로써 운송물에 관한 선하증권 소지인의 권리를 침해하였을 때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

한편, 해상운송의 전 단계를 살펴보면 단순히 선박에 화물을 적하하고 양하하는 절차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중 관세법에 따라 해외에서 수입한 화물이 국내에 도착하면 운송인이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에게 인도하기 전까지 관세 등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상태로 임시적으로 화물의 보관 등을 하는 단계가 있다. 이 때 등장하는 이해관계자가 보세창고업자다.

대법원은 일찍이 보세창고업자를 운송인의 이행보조자로 보고 운송인과의 계약관계에서 소위 “중첩적 임치계약이론” 혹은 “묵시적 임치계약이론”을 제시하면서, “해상운송화물이 통관을 위하여 보세창고에 입고된 경우에는 운송인과 보세창고업자 사이에 해상운송화물에 관하여 묵시적 임치계약이 성립한다고 볼 것이고, 따라서 보세창고업자는 해상운송인과의 임치계약에 따라 해상운송인 또는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화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게 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7년 6월 28일 선고 2005다2240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보세창고업자가 운송물을 보관하던 중 선하증권과의 상환 없이 제3자에게 운송물을 인도하거나 운송물이 멸실된 경우 해상운송인과 보세창고업자는 공동하여 불법행위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해상화물운송에 있어서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운송인은 선하증권의 소지인에게 화물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운송인의 이행보조자인 보세창고업자도 해상운송의 정당한 수령인인 선하증권의 소지인에게 화물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세창고업자는 운송인의 이행보조자로서 화물 인도 과정에서 운송인이 발행한 화물인도지시서가 화물을 인도할 수 있는 근거서류로 적법하게 발행되었는지 등을 확인할 주의의무를 당연히 부담한다.

 


그런데 보세창고업자가 선하증권을 적법하게 취득하지 못한 또는 무효인 선하증권을 소지한 은행 등에게도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동일하게 부담한다고 볼 수 있을까? 대법원은 대상판결에서 “보세창고업자가 화물 인도에 관하여 부담하는 주의의무는 선하증권 소지인의 권리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보호하고 손해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할 뿐, 선하증권을 취득하지 못한 신용장 개설은행에 대해서까지 이러한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은 대법원이 기존 보세창고업자와 해상운송인의 계약관계 등에 관하여 소위 “중첩적 임치계약이론” 혹은 “묵시적 임치계약이론”의 법리를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최초로 보세창고업자의 주의의무를 부담하는 법익의 영역을 일정 부분 제한한 것에 의미가 있다. 보세창고업자의 주의의무는 선하증권 소지인의 권리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보호하고 손해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위 법리에 기초한 대상판결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 경험을 쌓았다. 배에서 내린 뒤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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