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안전법 제74조 제1항은 “누구든지 선박의 감항성 및 안전설비의 결함을 발견한 때에는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내용을 해양수산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동법 제84조 제1항 제11호는 “선박소유자, 선장, 선박직원 및 컨테이너 소유자가 다음 제74조 제1항에 따른 선박의 결함신고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선박결함신고제도는 선박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1961년 선박안전법 제정 당시부터 명시되어 있었다. 초기에는 선박에 중대한 결함을 발견할 경우 일정 수 이상의 선원이 공동으로 신고하도록 했으나, 2007년 법 개정으로 신고 주체가 ‘누구든지’로 확대되었고,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선박결함신고가 의무화되면서 상기와 같이 이를 위반할 시 벌칙 조항으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형태로 강화되었다.
그러나 현행 선박안전법 제74조에 근거한 선박결함신고제도는 아래와 같이 법적으로 여러 문제점이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박안전법 제74조 제1항은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형벌 조항임에도 불구하고, “선박의 감항성 결함”이 어떤 의미인지 전혀 정의하고 있지 않아 해당 조항만으로는 “선박의 감항성 결함”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선박안전법 제2조 제6호가에 정한 “감항성”을 “선박이 자체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하는 능력으로서 일정한 기상이나 항해 조건에서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성능”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해당 정의 규정 또한 매우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수범자로서는 해당 조항이 금지하는 구체적 행위가 무엇인지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유사한 취지의 법률인 항공안전법과 비교하더라도, 항공안전법 제33조는 항공기의 결함에 대한 보고의무를 규정하면서도, 선박안전법과는 달리 하위 법령에의 위임을 통해 보고가 필요한 고장, 결함 또는 기능장애의 내용을 별지에서 상황별로(비행 중, 이륙·착륙, 지상운항, 운항 준비, 항공기 화재 및 고장, 공항 및 항행서비스, 기타) 매우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선박안전법 제74조 제1항은 책임주의의 원칙을 위반한 조항으로 볼 수도 있다. 수범자로서는 아주 사소한 결함까지 모두 신고함으로써 선박의 운항에 지장이 초래되는 것을 감수하거나, 이를 신고하지 아니한 뒤 사후에 적발되지 아니하거나 법 집행기관에서 이를 감항성의 결함으로 해석·적용하지 아니하기만을 기대하는 것으로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헌법재판소 2024년 5월 30일자 2020헌바234결정, 헌법재판관 3인 반대의견 참조). 특히, 육상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선박소유자의 일반 직원들은 선박의 감항성 유무를 판단하기 어려움에도 신고 의무를 부담하게 되고, 사후적으로 처벌받게 되면 결과책임을 묻는 것으로 책임주의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운송수단’이라는 점에서 ‘선박’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항공기, 철도에 관한 항공안전법과 철도안전법에서 결함미신고행위에 대해 과태료에 처할 뿐 선박안전법 조항과 같이 형벌을 부과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서, <세월>호 사고 이후 타 법률과 형평성에 어긋난 과도한 처벌 조항이 되었다는 문제점도 있다.
따라서 선박의 안전 확보를 위하여 선박결함신고제도는 ‘입법목적의 정당성’ 자체는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제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법률의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박안전법 제74조의 신고 주체, 신고 대상, 신고 기한 등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방향으로 개정하고, 필요하면 이들을 위임범령을 통해 구체화하고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다른 운송수단의 결함미신고행위에 관한 유사법률 사례와 같이 단순 신고의무 위반에 대해 형벌이 아닌 과태료로 전환하여야 한다.
결국 선박안전법의 개정을 통해, 선박 안전사고를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선박결함신고제도의 발전을 도모하고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 경험을 쌓았다. 배에서 내린 뒤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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