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가 지금처럼 진행되면 2040년께 북극을 관통하는 북극횡단항로가 열릴 거란 주장이 나와 이목을 끈다. 북극항로는 우리나라에서 출발해 베링해협과 러시아 연안의 북극해를 통과한 뒤 유럽으로 향하는 북동항로와 캐나다 북쪽을 지나는 북서항로로 나뉘는데 지구온난화로 해빙 면적이 줄어들면서 복판을 통과하는 북극횡단항로 시대가 도래한다는 의견이다.
| ▲왼쪽부터 김성범 해수부 차관, 유정복 인천시장, 이경규 IPA 사장, 황대일 연합뉴스 대표, 조명우 포럼위원장(인하대 총장), 정일영 국회의원이 오프닝 세리머니를 한 후 박수를 치고 있다. |
지난 3일 인천항만공사(IPA)가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개최한 제6회 인천국제해양포럼에서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북극 바다가 녹는 건 계속되고 있다. 온도가 급상승할 일은 없어 북극횡단항로가 2040년엔 열리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동과 북서는 그 전에 열릴 수 있겠지만 북동은 서방세계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와 관련한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극항로는 해운물류기업들이 이용해 온 TSR(시베리아횡단철도) TCR(중국횡단철도) 등의 철도나 수에즈운하를 경유하는 원양항로-내륙운송 조합방식을 대체할 수 있어 해운물류업계의 관심을 꾸준히 받고 있다.
현재 약 4개월(7~10월)만 운항이 가능하지만, 얼음이 완전히 녹는 2030~2050년엔 아시아-유럽 간 물동량 및 북극에서 생산된 자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경제적, 전략적 활용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신 소장은 북극항로가 열릴 경우 유망 선종을 탱크선 벌크선 컨테이너선 순으로 꼽았다. 북극항로 개발 초기에는 원유, 원자재 등의 수요가 늘면서 탱크선과 벌크선이 먼저 운항할 거란 설명이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상업성으로 보면 다른 선종에 비해 경쟁력이 있지만 정기적으로 여러 항만을 거쳐야 하는 구조라 북극항로와는 다소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그는 “북극항로 진출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과학, 조선 기술, 정책 대응 등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는데 이 3가지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많지 않다. 다만, 자금 조달은 문제가 될 수 있어 우리나라가 가진 장단점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송업 AI 사용률 가장 높아”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해 해운물류기업들의 인공지능(AI) 도입률이 다른 업종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퀸 타이 레 S&P 글로벌 마켓인텔리전스 아시아태평양 전략분석컨설팅 본부장은 ‘스마트한 해운물류, 탄력적 글로벌 공급망’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운송업(Transportation)에서 45%의 기업이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변했는데 다른 업종에 비해 가장 높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AI 사용 분야로는 여행관광업, 병원업, 소매업, 금융서비스, IT서비스, 정부, 비즈니스서비스, 에너지, 건설업 순으로 나타났다.
그는 글로벌 해운물류시장에 미치는 영향으로 가장 먼저 미국발 무역 불확실성을 꼽았다.
S&P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경제정책불확실성지수(Global Policy Uncertainty Index)는 미국발 관세 정책 영향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S&P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2.2%, 내년엔 2.4%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점쳤다. 구체적으로, 올해와 내년에 미국은 1.3% 1.7%, 유럽연합(EU)은 0.8% 1.1%, 중국은 4.0% 3.4%의 경제 성장률을 각각 낼 거란 관측이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겠지만 경기 침체나 불황으로는 이어지지는 않을 거란 진단이다.
퀸 타이 레는 “실제로 금과 의약품, 다이어트제품 등으로 미국 수입량이 5월에 급증했지만 미국 기업들이 재고를 보충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업들이 걱정은 하고 있지만 2023~2024년보다는 사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남중국 사태 등 불확실성은 어느 때나 항상 존재해 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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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타이 레 S&P 글로벌 마켓인텔리전스 본부장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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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 사태 장기화로 항만 생산성이 악화한 점도 해운물류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퀸 타이 레는 “올해 항만 체류시간이 북미는 전년에 비해 60시간 증가했다. 북미뿐만 아니라 북유럽 아시아 모두 마찬가지이며 항만 생산성이 둔화되고 있다. 트럼프 관세 정책, 중동사태 등으로 지금 우리는 불안정하고 변동성이 높은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퀸 타이 레는 다양한 위험 요소에 대응해 해운물류기업들이 AI를 분리가 아닌 통합된 방식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상 운임 분석, 신호탐지, 실시간 운송경로, 기업실적 등을 구분하지 말고 통합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많은 기업이 우려하는 게 AI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인데 다양한 AI 기술을 어떻게 통합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제레미 리프킨은 “플래닛 아쿠아에서의 생명과 해양의 미래, 항만과 해운의 역할”이라는 기조 강연에서 지구 온난화로 온도가 1도 오를 때마다 10억명의 실향민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 같은 일이 20년 안에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경고를 보내고 있는 건 지구 표면에서 물이 차지하는 부분인 수권(水圈·hydrosphere)으로, 그는 ▲새로운 소통방식 ▲생존하기 위한 에너지원 ▲새로운 모빌리티와 물류 ▲새로운 서식지 등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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