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항이 정부의 북극항로 개발 정책에 맞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거점 항만으로 도약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
취임 2개월차에 접어든 여수광양항만공사(YGPA) 최관호 사장은 해운기자단 간담회에서 “석유화학 철강 컨테이너 자동차 화물을 모두 다루는 국내 유일의 종합 항만 특성에 맞춰 북극항로 시대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연구용역을 9월까지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북극항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최단거리로 연결할 수 있는 차세대 해상 물류 교통로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도양과 수에즈운하를 통하는 기존 경로에 비해 7000km 이상 거리가 짧아 운항 시간을 10일 이상 줄일 수 있다. 최근 기후 변화로 7~10월 4개월 정도인 운항 가능 기간이 겨울까지 늘어날 걸로 보여 상업 운항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YGPA는 지난해 9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플로우, 이듬달 한국석유공사 BS한양 오일허브코리아여수(OKYC)와 업무 협약을 잇달아 체결하고 북극항로 시대에 대응해 광양항을 에너지 물류 허브와 친환경 연료 공급(벙커링) 항만으로 육성하는 데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또 올해 3월엔 전남도 여수시 광양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포스코 등으로 구성된 여수광양항 북극항로 추진위원회 회의를 열고 북극항로 시대에 대비한 항만 경쟁력 강화와 거점항만 육성 전략을 논의했다.
광양항 인프라 북극항로에 적합
“중동전쟁 등으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북극항로가 새로운 에너지 공급망 루트로 부상하는 상황이다. 여수항과 광양항은 원유와 LNG 철광석 등 주요 북극항로 화물 수요에 부합하는 항만 인프라와 배후 산업단지를 보유하고 있어 북극항로 시대가 되면 항만 경쟁력이 커질 거라 기대한다.
이 같은 장점을 살려 LNG 등의 친환경 연료 공급 거점으로 육성해 우리나라가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를 완화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북극항로를 통해 철강 등의 화물을 시범 수송하는 선사를 모집하고 올해 안으로 북극항로 시대에 대응하는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YGPA는 관련해 현재 93만㎘인 여수항과 광양항의 LNG 저장 능력을 2028년까지 213만㎘로 늘릴 계획이다. 수도권의 1180만 세대가 1개월가량 사용하고 호남 지역 주민들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또 현재 1개 선석인 LNG부두를 2028년까지 3선석으로 늘리고 1만2500t급 LNG 급유선 1척을 내년 5월까지 신조해 광양항에 입항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연료 공급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최관호 사장은 광양항을 스마트 항만으로 전환하는 정책도 소개했다. 현재 해양수산부와 YGPA는 2029년까지 광양항 3-2단계 컨테이너부두를 한국형 스마트항만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7592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하역능력 136만TEU 규모로 지어지는 4선석 부두에 무인이송차량(AGV)과 무인 자동화 성능을 갖춘 갠트리크레인, 레일형 야드크레인(ARMGC) 등 국산 자동 하역 장비 84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AGV는 현대로템, 갠트리크레인은 HD현대삼호, 야드크레인은 에스엠에이치(SMH)에서 각각 제작된다.
최 사장은 “올해부터 자동화 부두 기반시설 공사와 하역 장비 제작에 들어가 2028년 5월 시운전을 하고 2029년께 개장할 예정”이라며 “이에 맞춰 초대형 선박이 입항할 수 있도록 광양항 진입 항로의 수심을 16m에서 17m로 증심하는 준설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상반기에 광양항의 증심 준설을 위한 사전 타당성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YGPA가 476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11월부터 벌이고 있는 수심 유지 준설 사업은 내년 3월에 마무리된다.
“현재 광양항의 진출입 항로 계획 수심은 16m다. 23m인 진해신항이나 18m인 부산신항에 비해 얕은 수준이다. 선박 대형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수심을 깊게 하는 준설 작업이 필요하다.
현재 1만TEU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 비중은 총 1005척으로, 전체 운항 선박의 15% 정도다. 하지만 신조되는 선박은 477척이 1만TEU급 이상으로, 전체 발주 선박의 45%에 이른다. 광양항에 입항하는 선박 중 1만TEU급 이상 선박은 2022년에 5%인 177척이었는데 2024년엔 257척으로 크게 늘어나 7%를 넘어섰다.
증심에 앞서 계획 수심을 유지하는 준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항로 바닥에 진흙이 자꾸 쌓이면서 15m까지 얕아진 구간이 생겨 선사들이 기항지를 바꾸거나 화물 생산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수심 17m 준설사업 착수
최 사장은 아울러 광양항 물동량 증대 전략도 공개했다. YGPA는 올해 광양항 물동량 목표를 총 2억7000만t, 컨테이너 208만TEU, 자동차 100만대로 정하고 지난 2월 마케팅 로드맵을 수립했다.
▲MSC ▲HMM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 양밍의 프리미어 ▲코스코 OOCL 에버그린 CMA-CGM의 오션 ▲머스크 하파크로이트의 제미니 등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항 동맹(얼라이언스)별로 핀셋 마케팅을 벌여 튀르키예와 인도를 운항하는 정기선 항로를 유치한다는 내용이다. 로드맵엔 여수와 광주 등 호남권 화주를 집중 공략해 앵커기업을 발굴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최 사장은 덧붙여 총 7695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332만㎡ 규모의 율촌융복합물류단지와 11만㎡의 북측배후단지를 조성하고 율촌석유화학부두 1선석을 개발해 지역 물동량을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율촌단지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곳은 GS칼텍스다. 지난 2024년 25만㎡의 부지를 분양받은 GS칼텍스는 800억원을 투자해 이곳에 수소 허브를 구축할 예정이다.
최 사장은 여수세계박람회장 활용 방안도 올해 안으로 수립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난 2023년 박람회장 사후 활용 주체로 지정된 YGPA는 마스터플랜 용역을 진행하다 지난해 9월 용역을 잠시 중단했다. 박람회장 개발 방안에 지역사회 의견을 반영하고 개발 사업에 전남도와 광양시 등 지자체를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까닭이다.
최 사장은 올해 상반기까지 지역사회와 합의를 도출하고 7월께 사후 활용 마스터플랜 용역을 재개해 여수박람회장을 글로벌 해양 관광의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YGPA는 정부에서 박람회장에 투자한 3658억원을 10년에 걸쳐 분할 상환할 예정으로, 이 중 980억원을 지난해 갚았다.
기자단은 간담회를 마치고 포스코 홍보관 Park1538과 광양와인동굴 순천만국가정원을 방문해 서남권 지역의 산업과 관광 인프라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순철의 녹는점인 1538℃에서 이름을 따온 Park1538은 단단하면서도 유연하게 변하는 철의 물성을 형상화한 외관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곳에선 지난 1978년 포스코 창립 10주년을 맞아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쓴 ‘鐵鋼(철강)은 國力(국력)’ 휘호를 볼 수 있다.
광양와인동굴은 철광석을 운송하는 화물열차가 다니던 석정터널을 개조한 복합 문화예술 공간이다. 이곳에 전시된 와인의 역사와 종류, 포도 생산 과정 등을 보려고 연간 7만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광양시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국제정원박람회 개최 장소인 순천만국가정원은 지난 2015년 제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생태 관광지다. 각양각색의 꽃들과 세계 각국의 정원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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