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자에 이어>
(2) 해제권 행사 기간의 도과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 제11조 (d)항은 ‘winding up’ 또는 ‘dissolution’ 등을 이유로 한 해제의 경우 그 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2주 이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가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 케이비캐피탈이 원고에 대한 워크아웃을 이유로 해제권을 행사한 2010년 7월28일은 워크아웃 절차가 개시된 2009년 12월28일로부터 2주가 경과된 시점임이 역수상 명백하다.
(3) 원고의 선박건조능력 상실 여부
또한, 아래 ‘3)의 (3) 판단’ 항목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에 대해 워크아웃 절차가 개시됐다고 해 원고가 이 사건 각 선박을 건조할 능력을 상실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2010년 8월25일자 원고의 이행거절을 이유로 한 피고 케이비캐피탈의 해제 통지의 적법성에 관해
가) 피고들의 주장
원고가 이 사건 각 선박의 건조를 포기했고, 원고에게 이 사건 각 선박 건조능력이 없었다는 사실이 다음의 사정에 의해 명백하게 드러난다.
① 원고는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이 체결된 후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가기까지의 기간동안 선박 건조를 위한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았다.
② 이 사건 각 강재절단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오로지 원고가 인도지체 책임을 면하고 2차 분할금 지급기일을 도래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형식적으로 이루어졌을 뿐이다. 이 사건 강재절단 당시, 선박의 건조 및 강재절단을 시행하기 위해 사전에 필수적으로 이행돼야 하는 선체구조도면(기본도면, 상세도면, 생산도면)의 승인과 작성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선박건조의 핵심인 엔진은 발주조차 되지 않은 채, 기체결된 모든 자재공급계약은 취소된 상황이었다.
③ 원고에게는 이 사건 각 선박 건조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없었고, 이 사건 각 선박의 건조는 채권금융기관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워크아웃 절차에서 포기됐다.
나) 영국법상의 이행거절(Repudicatory Breach)을 이유로 한 해제권 행사
계약 당사자는 계약에 의해 부여되는 약정 해제권 이외에도 계약 위반을 이유로 보통법(common law)상의 해제권을 가질 수 있다. 그 중 이행거절을 이유로 한 계약 해제권이란, 계약 상대방의 채무불이행 정도가 현저해 이로써 계약상대방의 계약상 이익을 상당 부분 박탈하는 경우 이를 계약상 의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으로 간주해 계약을 종료시킬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러한 영국법상의 이행거절은 채무자가 이행을 거절하거나 이행이 불가능하다고 표명한 때에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정황을 객관적으로 살펴 채무자가 계약을 이행할 의도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고의적으로 채무의 이행을 지체하는 경우, 또는 채무의 이행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 판단
앞서 본 사실, 갑 제6호증, 을 제12, 17, 18, 31호증의 각 기재, 당심 증인 소외 4의 증언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고가 이 사건 각 선박 건조를 위한 의사나 능력 없이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은 채 인도기일을 도과했다거나 워크아웃 절차의 시행으로 인해 이 사건 각 선박의 건조가 불가능하게 돼 이를 포기하고, 허위로 강재절단을 실시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달리 영국 보통법상의 해제권이 발생했다고 볼 근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영국법상 이행거절을 이유로 한 피고 케이비캐피탈의 해제는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1) 원고가 선박건조를 위한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은 채 인도기일이 도과됐는지 여부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이 2007년 6월 중순에서 같은 해 10월 말까지 체결됐음에도 그로부터 약 3년이 경과한 시점까지 강재절단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던 사실, 피고 케이비캐피탈이 해제 통지를 한 2010년 8월25일 무렵 선체번호 CSN-266, 267 각 선박에 대해서는 원 선박건조계약상 인도예정일을 상당히 경과한 시점이었고, 나머지 선박에 대해서도 인도예정일을 불과 3, 4개월 남겨놓은 상황이었던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가 2010년 5월3일 이 사건 각 선박의 구체적인 건조일정을 잡아 피고에게 통지한 사실,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을 체결하고 그 직후부터 선박 건조에 필수적인 엔진을 포함한 수많은 자재공급계약을 체결하고 각 계약금을 지급한 사실 역시 인정되고, 원고의 위와 같은 선박 인도 지연은 피고 시윙이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의 인수인을 찾지 못해 매매대금을 적시에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있었던 까닭에 원고가 원 선박건조계약의 인도기일에 맞추어 선박의 건조에 착수하지 못했던 탓으로 보이므로, 원고가 이 사건 각 선박 건조를 위해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은 채 정당한 사유 없이 원 선박건조계약상의 인도기일을 도과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2) 이 사건 강재절단의 실행
뿐만 아니라, 앞서 든 각 증거에 의해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각 강재절단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진정한 선박건조 의사 없이 피고들을 기망할 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을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제외하라는 외부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다가 최종적으로 원고가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을 유지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러 피고 시윙의 2차 분할금 지급을 기다려 이를 결정하고자 먼저 CSN-267 선박에 대한 강재절단을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① ABS의 확인서가 허위로 작성됐다는 점 등에 관한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들이 들고 있는 사정만을 들어 위 확인서에 의해 증명되는 강재절단 실행사실을 쉽사리 부인할 수는 없다.
② 갑 제6호증의 영상에 의하면 강재절단 현장의 현수막에 선박의 사양이 다소 잘못 표기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을 제12, 17, 18, 3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회계법인으로부터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을 제외하는 내용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제시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 3월말 무렵 이 사건 각 선박의 사양을 13,000DWT에서 34,000DWT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까지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을 최대한 유지하고자 노력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 위와 같은 현수막의 기재는 이러한 선박의 사양 변경 검토과정에서 비롯된 오기로 보인다.
③ 선박 매수인이 실수요자인 경우에는 피고들의 주장과 같이 매수인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각 선박마다 모두 다른 도면이 작성되고 이에 따라 선박의 건조가 진행된다고 하겠으나,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과 같이 매수인이 실수요자가 아니라 단순히 선박 재매매를 목적으로 하는 중개인 또는 중간 매수인인 경우에는 선박에 대한 어떠한 특수한 요구사항이 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이와 같은 경우에까지 각 선박에 특정한 개별 도면이 작성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이러한 경우 이 사건 부속합의와 같은 방식으로 종전에 건조한 선박의 설계 도면을 유용하기로 하는 협의가 이루어지면, 원고는 이에 따라 종전에 원고가 건조했던 선박의 모든 도면을 그대로 이용하는 선박을 건조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이때 이용할 수 있는 도면의 범위를 기본도면으로 제한해야 할 아무런 근거도 없다. 또한 원고가 제출한 갑 제44호증의 기본도면, 갑 제45~49호증의 상세도면에는 건조 대상 선박이 이 사건 각 선박이라고 기재돼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강재절단은 이 사건 부속합의에 기초한 위 설계 도면에 따라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강재절단이 아무런 도면 없이 실시된 것도 아니라 할 것이다.
④ 원고와 피고 시윙의 의사는 이 사건 각 선박 5척 모두를 동일한 사양과 형태로 건조하려는 것이었다고 인정되므로, 선체번호 CSN-266, 267 각 선박에 관해 이 사건 부속합의와 같은 명시적인 설계 도면의 활용에 관한 합의가 없더라도, 위 각 선박에도 이 사건 부속합의가 적용된다.
⑤ 원고가 2010년 5월7일 무렵 이 사건 각 선박의 건조를 위해 체결한 위 각 자재공급계약 중 일부 구매계약을 취소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2010년 3월말 무렵까지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으나, 그 이후에는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의 유지에 관해 어느 정도 의욕을 상실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본 사실에 갑 제42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 일부 자재구매계약을 취소하기 직전인 2010년 5월3일 이 사건 각 선박의 건조 일정이 확정됐고, 이후 2010년 7월1일 그 일정이 재통보될 때까지도 위 건조 일정이 유지되고 있었던 점, ㈁ 선박의 핵심기관인 엔진의 구매계약에 관해는 이를 취소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점(피고들은 을 제22호증이 엔진공급계약을 취소하는 통지서라고 주장하나, 을 제22호증은 그 수신인이 전혀 특정되지 않으므로 그렇게 볼 수는 없다), ㈂ 이 사건 각 선박의 건조를 위해 1,800여 쪽이 넘는 기본도면, 상세도면이 준비돼 있었던 점, ㈃ 일부 부품들은 이미 제작이 완료돼 원고가 해당 자재구매계약을 취소한다는 통지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통지대로 효력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원고의 요청에 의해 언제든지 이 사건 각 선박의 건조를 위해 인도될 수 있었던 상황으로 보이는 점, ㈄ 원고에게 이 사건 각 선박의 건조를 위한 강재가 준비돼 있었던 점(피고들은 강재검사증명서에 해당 강재가 사용될 선체번호가 수기로 기재돼 있으므로 이를 이 사건 각 선박 건조를 위한 강재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나, 어떤 강재가 어떤 특정한 선박의 건조를 위해 사용될 목적으로 입고되지 않은 이상 일반적으로 조선회사는 당시 조선소에 입고돼 있는 강재를 사용할 수 있다고 보이므로, 원고에게 입고된 강재검사증명서에 선체번호가 수기로 작성됐다는 등의 사정은 원고의 이 사건 각 선박 건조 능력 및 의사를 판단하는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등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자재공급계약의 일부 취소에도 불구하고 당시 원고에게는, 2010년 3월말 이전과 비교해서는 약화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을 지속하고자 하는 의사 및 선박 건조능력이 있었다고 보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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