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5 09:30

판례/ “워크아웃 중인 조선소의 강재절단, 유효한 대금 청구일까요?”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6.1.자에 이어>

⑥ 다만 피고들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일부 자재구매계약을 취소하고, 스스로 통보한 건조 예정일정보다 2달가량 앞서 CSN-267 선박에 대한 강재절단을 실행한 동기에 의문이 없지 않고, 위 선박에 대한 강재절단이 어느 정도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본 사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알 수 있는 전체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는 구체적인 선박 건조 일정을 확정하고 기본도면 등 설계도를 작성하는 등으로 그 건조를 위한 준비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의 인수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피고 시윙의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의 인수 및 계약의 진행 가능성에 관해 어느 정도 의심을 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원고는 피고 시윙의 대금 지급을 기다려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의 지속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목적에서 위와 같이 강재절단을 실행한 것으로 보이는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고가 선박을 건조하려는 진실한 의사 없이 허위로 또는 피고들을 기망할 목적으로 이 사건 각 강재절단을 실행했다고 보기는 곤란하다(다만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에서 정한 강재절단이 어느 정도 형식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은 뒤에서 판단한다).

(3) 워크아웃 절차로 인해 선박의 건조가 불가능했거나 포기됐는지 여부

원고가 2009년 말 해운업 불황에 따른 선박 수주의 감소, 키코 등 파생상품 운용으로 인한 막대한 손실로 자금 유동성이 부족하게 됐고, 2009년 12월28일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가게 된 사실,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의 계속에 관한 채권금융기관들의 명시적인 동의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는 사실, 워크아웃 절차에서 작성된 ○○회계법인의 2010년 3월26일자 실사보고서(을 제18호증)에 포함된 원고의 경영정상화 방안에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이 제외돼 있는 사실은 피고들의 주장과 같다.

그러나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워크아웃 절차로 인해 원고가 이 사건 각 선박을 건조할 능력이 없었다거나 이 사건 각 선박의 건조를 포기했다고 볼 수는 없다[다만 2011년 작성된 회계법인의 검토보고서(을 제13호증)에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을 해제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① ○○회계법인이 작성한 보고서에 포함돼 있는 경영정상화 방안은 원고가 아니라 외부 기관인 ○○회계법인의 보고서에 불과해 이를 그대로 원고의 의사표시로 보기 곤란하고, 위 방안은 문언 그대로 원고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하나의 제안일 뿐이어서 확정된 경영정상화 계획이 아니다.

② 실제로 원고는 ○○회계법인이 작성한 위와 같은 경영정상화 방안에도 불구하고 2010년 3월말 무렵 이 사건 각 선박의 사양을 13,000DWT에서 34,000DWT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까지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고, 2010년 5월3일 이 사건 각 선박건조 일정이 포함된 실행선표를 확정했고, 적어도 2010년 7월1일까지 위 계획을 유지하면서, 이 사건 각 선박건조를 위한 기본도면 등 설계도를 작성했다.

③ ○○회계법인이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을 경영정상화 방안에서 제외했던 이유는 매수인인 피고 시윙이 자금 마련에 곤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었지 원고가 위 각 선박을 건조할 수 없는 상황에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④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에 관해는 이미 R/G가 발급돼 있어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의 계속을 위해 채권금융기관의 사전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었으므로, 원고는 원고가 채권금융기관으로부터 지원받은 1,000억 원을 원고의 결정에 따라 이 사건 각 선박의 건조를 위해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⑤ 원고는 2009년 13척, 2010년 6척, 2011년 6척의 선박을 건조해 인도를 완료했다.

4) 선박 인도 지체를 이유로 한 피고 케이비캐피탈의 해제의 적법성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통해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피고 케이비캐피탈에게 연장된 이행기로써 대항할 수는 없으나, 피고 시윙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의 대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었던 이상 선박건조계약 제11.2.조 (a)항에 따라 선박 인도기일이 자동적으로 연장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들에게 선박건조계약 제8조 (c)항에서 정하는 선박 인도 지체로 인한 해제권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를 이유로 한 피고 케이비캐피탈의 해제권 행사는 부적법하다.

가) 피고 케이비캐피탈에게 연장된 인도일로써 대항할 수 있는지 여부

이 사건 담보이전계약을 통해 원고와 피고들은 피고 케이비캐피탈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을 변경하거나 보충하지 않기로 한 사실, 원고와 피고 시윙이 피고 케이비캐피탈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의 매매대금 및 인도일을 변경하는 합의를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시윙의 위와 같은 선박 인도일 변경 합의는 이 사건 담보이전계약을 위반한 것이므로 원고는 이와 같이 연장된 인도일로써 피고 케이비캐피탈에게 대항할 수 없다.

나) 원고의 인도 지체 여부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 제8조 (c)항은 인도일로부터 180일을 초과한 인도 지체가 있는 경우 매수인은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성질상 매수인의 채무불이행(Buyer’s default of a nature)으로 인해 인도일이 연장되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인도지체를 이유로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고, 제11.1조 및 제11.2.조 (a)항은 매수인이 분할금 지급기일에 그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채무불이행에 빠지고, 이 경우 선박 인도기일은 매수인이 지급을 지체한 날만큼 자동적으로 연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이 사건 각 분할금의 성격과 지급기일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에 비추어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매수인 피고 시윙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 위와 같은 절차 착수가 지연되는 경우라면 이는 성질상 매수인의 채무불이행 사유라고 볼 것이고 따라서 선박 인도기일은 제11.2.조 (a)항에 따라 자동적으로 연장되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피고들에게 원고의 인도지체를 이유로 한 해제권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

5) 원고 해제의 적법성에 관해

가) 2차 분할금 지급기일의 도래 여부 - 강재절단의 실행 여부

(1) 피고들 주장의 요지

① 이 사건 강재절단 현장을 촬영한 현수막에 이 사건 각 선박의 사양인 13,000DWT급 화학제품 운반선이 아니라 34,000DWT급 벌크선(bulk carrier)이라고 표시돼 있는 점,
② 강재절단을 위해서는 그 전에 기본도면, 상세도면이 갖추어져야 하는데 이 사건 각 선박에 대해 이와 같은 도면들이 존재하지 않는 점,
③ 이 사건 부속합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CSN-264, 270, 272 각 선박의 기본도면에 관한 합의에 불과한 점,
④ 이 사건 각 선박의 건조에 필수적인 부품인 엔진에 관해는 발주조차 되지 않았고 기타의 자재공급계약은 강재절단 전에 모두 원고에 의해 취소된 점,
⑤ ABS의 확인서는 원고의 기망행위에 협력하는 것이므로 신빙성이 없는 점 등의 사정이 존재하므로, 이 사건 강재절단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진정한 선박 건조의 의사 없이 단순히 원고의 인도 지체 책임을 면하고 2차 분할금 지급기일을 도래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이로써 2차 분할금 지급기일이 도래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2) 판단

피고들의 위와 같은 주장은 결국, 이 사건 강재절단은 원고의 선박 건조 의사에 의해 진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허위이거나 형식적인 것이라는 취지로서, 2차 분할금의 지급기일이 되는 강재절단은 진정하게 이루어져야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각 강재절단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진정한 선박건조 의사 없이 피고들을 기망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은 앞서 판단한 바와 같다. 더 나아가 강재절단이 어느 정도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피고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에서 정한 2차 분할금의 지급기일이 도래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즉 선박 매수인은 건조자가 선박매매계약에 따른 선박인도를 지체하는 경우 지체기간에 따라 대금을 감액 받거나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등으로 그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고(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 제8조 이하), 선박 매수인이 선박건조의 초기단계에서 건조자의 선박 건조의사의 진정성에 의심을 품어 그 분할금의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면 이와 관련된 수많은 분쟁이 야기될 가능성이 많다.

이러한 의미에서 ‘당사자 사이의 어떠한 분쟁에도 불구하고 매수인은 분할금의 지급을 지체하거나 유보할 수 없다’는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 제10조 (b)항 마지막 문장은 각 분할금 지급단계에서 각 해당 절차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문제 삼지 않겠다는 당사자의 의사를 명시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 강재절단이 이루어졌다는 건조자의 통지와, ⓑ 이를 증명하는 선급의 확인이 있으면 2차 분할금 지급기일이 도래한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는 것이 영국법 해석에 부합한다[영국 중재판정부의 2차 분할금 지급기일 도래와 관련된 강재절단의 의미와 그 요건에 관한 판단(갑 제78호증) 참조. 피고들이 제시하는 영국 대법원의 판단(을 제36호증)은 특정 선박의 대금지급조건을 다른 선박에 차용한 것으로, 매수인을 기망할 목적으로 연출된 가짜이거나 허울뿐인 작업이라고 볼 수 없는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한다].

원고가 이 사건 강재절단을 실시한 후 ABS의 확인서를 첨부해 피고 시윙에게 이를 통지를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이 사건 각 강재절단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진정한 선박건조의 의사 없이 기망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이 사건에서 이 사건 각 강재절단이 어느 정도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만으로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에서 정한 2차 분할금의 지급기일이 도래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음이 분명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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