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2-24 10:00

아르헨 경제 어디로 가나

(멕시코=연합뉴스) 성기준특파원= 아르헨티나 경제가 과도체제 출범으로 숨통이 끊길 듯한 위기는 일단 넘겼지만 앞으로 사태추이는 한마디로 예측 불허다.
22일 임시대통령에 취임하는 아돌포 로드리게스 사아 산후안주 지사의 새 정부는 우선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고 달러화 대 페소화의 1대1 고정환율을 폐지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대책에는 페소화를 50%까지 평가 절하하고 달러화 표시 국내신용과 예금을 페소화로 전환하며 변동환율제를 채택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페론당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긴축론자로 알려진 로드리게스 사아 임시대통령의 복안은 대체로 두 가지로 해석된다.
우선 긴축정책은 정부 비용을 줄임으로써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 가능성을 다시 열어 놓겠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은 과거정부와 달리 긴축조치들이 제대로 가동될 경우 추가 차관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물론 물러난 페르난도 델라루아 전 대통령도 무려 9차례의 긴축조치를 썼던 전례를 감안하면 국민들의 상당한 고통이 뒤따르는 처방임은 틀림없다.
다른 한축은 페소화의 평가절하다. 실패로 끝난 카발로 플랜의 핵심은 초(超)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태환정책이었다. 물론 카발로 플랜은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퇴치하는데 성공했지만 페소화의 고평가로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지난 3년간 경제를 최악의 침체에 빠뜨리는 역효과로 인해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따라서 질식상태의 경제에 통화를 공급해 숨통을 틔어주기 위한 평가절하는 현재로선 불가피한 대책이다. 물론 외국 채권 지불중지와 예금인출 동결 등의 초법적인 안전망이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
긴축과 환율을 양대 처방으로 사용할 경우 디폴트는 불가피하다. 경제학자들은 10여년전 아르헨티나가 위기에서 탈출했던 때와 같은 기적적인 회생전략이 지금은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결국 총 1천320억달러에 달하는 외채에 대해 최대 3년간의 지불유예를 선언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셈이다.
과도정부가 사태 수습에 어느 정도 성공한다면 그다음 열쇠는 외국 기업들이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상황이 최악인 것만은 아니다. BBC는 아르헨티나에 투자하고 있는 주요다국적 기업들의 반응을 취합해 기업들이 아르헨티나의 부산물에 여전히 무게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스페인,홍콩, 프랑스, 이탈리아계 금융기관과 전자회사들도 그대로 물러나지는 않는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페소화 평가절하 이후 은행의 연쇄도산 등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르헨티나 경제자문역을 맡았던 스티브 핸케 교수는 "아르헨티나 경제가 그나마 물 위로 고개를 내놓고 있는 것은 달러 기축의 환율체제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카발로 경제팀이 태환정책을 왜곡시키지만 않았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과도정부의 전략과는 달리 페소화를 완전히 달러화로 대체하는 처방이 필요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페소화를 평가절하한 뒤 달러와 대비해 낮은 환율로 다시 태환시스템을 짜야 한다는 복합처방론도 있다.
어쨌든 현단계에서 아르헨티나에 투자한 외국기업들의 엄청난 손실과 국민들의 피를 짜내는 고통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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