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03 13:33

조선소 하늘에 행복의 연 날려

주인공은 대우조선해양 김종원 기정
청명한 가을하늘을 원고지 삼아 시를 쓰고 시와 함께 평온하게 연을 날리는 조선산업 근로자가 있다. 전통 연 기능 보유자이면서 최근 180여 편의 시가 수록된 시집을 발간한 대우조선해양 ‘안전작업대’설치 업무를 맡고 있는 김종원 기정. 대우조선해양에서 27년간 근무한 그는 지난해 정년퇴임을 맞았지만 이 회사의 정년 연장 프로그램으로 은퇴를 미뤘다.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김씨지만 조선근로자, 시인, 전통연 기능 보유자까지 1인 3역의 삶을 너끈히 살고 있다.

원양선 선원생활, 직물공장, 합판제작 등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한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다가 82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한 김종원씨. 대기업에서 큰 포부를 펼치겠다는 희망을 안고 거제에 왔다고 운을 뗀다.

그가 크고 거대한 선박 건조작업 중 맡고 있는 일은 작업자들의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서 안전한 작업을 돕기 위해 설치하는 작업대 설치작업이다. 선박을 완성하는 수많은 과정 중 돋보이는 작업은 아니지만 높은 선박에서 작업하는 동료들을 위해 길을 내는 작업이며, 동료들 배려하는 마음이 깃든 작업이다.

4~5층 건물 높이의 커다란 블록을 오르내리며 하는 작업이 고되고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하늘을 바라보며 시름을 덜었다는 김종원씨. 그는 선박을 구성하는 7~8m 높이의 블록에 올라, 동료들이 안전하게 딛고 서는 작업대 설치를 했기에 늘 하늘과 좀 더 가까이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하늘과 벗 삼아 지낸 그가 하늘을 무대로 전통 연을 날리기로 마음먹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전혀 공통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조선소 근로자와 시, 전통연 작업. 어떻게 세 가지 일을 함께하게 됐는지 설명하는 그의 얼굴에 연륜이 묻어난다.

회사를 다니며 퇴근 후 시간을 쪼개, 통영에서 연 만들기 계승자로 이름난 이양재씨의 사사를 받으며 연 만들기를 시작한지도 올해로 27년째. 그가 그동안 연을 만들며 배운 것은 인내심과 배려라고 한다. 풍부한 경험과 감각으로 건조되는 조선 산업과 0.01도의 각도만 틀려져도 무게중심을 맞출 수 없는 연의 살대를 붙이는 작업은 많이 닮아있다. 연과 선박 모두 100% 수작업으로 이뤄지며 집중력과 섬세함을 요구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묵묵히 현장 속에서 땀 흘리며 섬세함으로 조선소를 지켜온 김종원씨의 손에 의해 선박이 건조되고 아름다운 시가 탄생하고, 전통의 맥을 잇는 전통연이 창조된다.

신명나게 일하고 안전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며 지금 주어진 일, 하고 있는 일을 다시 한번 바라보라는 김종원씨. 그는 “선박건조작업 일선에서 물러나면 어린이들을 위한 연날리기 강좌 등을 열어 전통연 맥 잇기에 힘 쏟고 싶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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