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05 09:28

여울목/ 부산항 환적화물거점항 도약에 명운 걸렸다

●●●부산항이 6위로 내려 앉았다. 상하이항과 선전항에 밀려 5위로 떨어진 지난 2003년 이후 11년 만이다. 부산항은 지진으로 기반시설이 붕괴된 일본 고베항의 물동량을 흡수하면서 한 때 세계 3위까지 올라섰다가 세계 경제물류 환경의 변화와 함께 서서히 순위 하락을 맛보고 있다.

지난해에도 부산항의 실적이 나빴던 건 아니다. 부산항은 지난해 1865만2000TEU를 처리했다. 5.5%의 견실한 성장세다. 신항 개장 이후 글로벌 선사들의 취항 확대가 성장 배경으로 풀이된다. 특히 환적화물은 941만4000TEU로 7.6%나 증가했다. 이로써 환적화물과 수출입화물 비율은 50대 50으로 동률을 이루며 동북아 환적거점항으로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했다. 하지만 자국 물동량을 등에 업은 중국 닝보·저우산항의 ‘하이점프’ 앞에선 이 같은 선전도 무용지물이었다. 닝보·저우산항의 지난해 컨테이너 물동량은 12.1% 늘어난 1943만TEU였다. 78만TEU차로 부산항을 6위로 밀어낸 것이다.

부산항은 그나마 중국 항만들의 거침없는 성장세에 맞서 고군분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과거 부산항과 자웅을 겨루던 경쟁항만들은 지금 형편없이 추락한 상황이다. 2001년 세계 4위였던 대만 가오슝항은 지금 14위권으로 밀려났다. 가오슝의 처리량은 부산항과 비교해 800만TEU나 뒤진다. 대지진 전까지 동북아지역을 호령하던 일본 고베항은 2013년 기준 56위로 곤두박질쳤다.

그 빈자리는 중국항만들이 채웠다. 세계 1위항인 상하이를 비롯해 3위 선전, 5위 닝보·저우산, 7위 칭다오, 8위 광저우, 9위 톈진 등 중국은 10위권 내에 6개항을 포진하고 있다. 폭발적인 중국 기점의 수출입 물동량에 미뤄 앞으로도 중국 항만들의 성장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칭다오항과 광저우항이 부산항을 위협하고 있으며 1000만TEU를 넘긴 중국 동북부의 톈진항과 다롄항도 다크호스다.

급변하는 세계 항만물류 환경상 5년 후에도 부산항이 10위권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 항만들의 맹추격에도 불구하고 세계 2위항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싱가포르항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전체 물동량의 85% 이상이 환적화물로 구성돼 있는 싱가포르항은 대표적인 환적허브다. 금융과 선박급유, 배후물류단지 등이 싱가포르항을 주변으로 집약돼 있다. 해운 거래에 필요한 맞춤서비스들이 싱가포르 안에서 모두 해결되는 구조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도 함부르크항 등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선박급유업 거점항만이란 타이틀과 유럽 내륙을 연결하는 철도망을 배경으로 선박 기항을 자연스레 유도하며 유럽 1위항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두 항구의 경쟁력은 역내 피더망이 실핏줄처럼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선박 초대형화에 발맞춰 기간항로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는 글로벌 선사들에게 풍부한 피더수송망은 훌륭한 유인책이다.

수출입 물동량이 정체상태에 다다른 부산항도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환적화물 유치가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선박을 끌어올 수 있는 부산항 수리조선소 건설과 선박급유업 활성화 사업은 조속히 추진돼야 할 사안이다. 선박 초대형화와 맞물려 부산항 안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토도 제거사업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부산항을 중심으로 아시아 역내 피더망을 구축 중인 근해선사 전용의 부두 건설도 시급하다. 아울러 로테르담의 사례에서 보듯 남북을 관통해 배후국가를 잇는 철도망 구축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산항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요충분 조건이다. 국내 대표 항만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항만당국과 해운항만업계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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