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5 09:09

물류스타트업이 대체 뭘까요

EDITOR’S LETTER/ 편집장 이경희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보여준 ‘극강’의 바둑 실력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알파고가 인류 최강 바둑기사 이세돌을 상대로 4대 1로 압승을 거둔 이후 인공지능이 불러올 미래사회가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등 국내외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부랴부랴 한국형 인공지능 개발에 1조원을 쏟아붓겠다고 발표했으며 누리꾼들은 기계가 인류를 지배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습니다. 

비단 알파고가 아니더라도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은 우리 생활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애플이 촉발한 스마트폰 혁명으로 인터넷은 이제 모든 정보 입수 수단의 1순위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커피를 마시다가도 궁금한 게 있으면 즉석에서 인터넷을 뒤져 해답을 찾는 게 자연스러운 모습이 됐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사람을 사귀고 팟캐스트로 방송을 듣는 일도 일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카카오톡이 기존 ‘잘 나가던’ 인터넷 메신저들을 제치고 IT업계의 기린아로 떠오른 것도 스마트폰의 위력입니다. 

온디맨드와 O2O도 요즘 들어 부쩍 자주 들리는 말들입니다. 휴대폰으로 맛난 음식을 시켜먹고 카카오택시로 택시를 부르는 온디맨드, 즉 ‘주문형서비스’는 바로 스마트폰이 있기에 가능한 개념입니다. 매장에 있는 제품들을 온라인으로 검색해서 주문하는 O2O(온오프라인 통합상거래)도 같은 맥락입니다. 

두 용어는 물류산업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모바일로 이뤄진 거래들이 대부분 ‘배송’ 즉 물류가 개입해야 최종적으로 완성되는 형태를 띠는 까닭입니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메쉬코리아(부탁해), 허니비즈(띵동), 우아한 형제들(배달의민족 배민라이더스), 아이에이치소프트(무버), 헬로네이처, 푸드플라이, 크린바스켓, 바로고, 짐카 등 40곳의 신종 기업들이 온디맨드와 O2O 서비스를 기반으로 물류시장 울타리 안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을 일컬어 물류업계에선 ‘물류스타트업’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스타트업’이란 낯선 외래어에 물류가 덧붙여진 말입니다. 풀이해보자면 기술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업한 신생 물류기업을 뜻합니다. 공통적으로 모바일 앱을 통해 배달 또는 배송 서비스를 직접 또는 중개 대행해주는 사업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B2B(기업간 거래) 개념의 물류에서 벗어나 B2C(기업과 개인간 거래) 또는 C2C(개인간 거래) 시장이 이들의 주요 생태계입니다. 혹자는 이를 일컬어 생활물류서비스기업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물류산업이 IT 발달과 함께 새로운 전환점에 접어든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드론은 이미 글로벌 유통기업을 중심으로 차세대 배송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선 로봇을 이용한 물류서비스를 실험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이런 가운데 IT와 물류를 접목한 스타트업의 잇따른 출현은 물류산업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최근 들어 물류전문가와 일부 미디어들은 물류스타트업을 미래물류의 한 대안으로 반기고 있습니다. 나아가 정부에서 물류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다각적인 지원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편으로 물류스타트업의 실체적 개념에 대해 합의가 이뤄졌는지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실제로 우리가 물류스타트업이라고 부르는 기업들 중 상당수가 자신들이 물류업체로 불리는 데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고 합니다. 기성물류업계 내에서도 물류스타트업의 개념을 두고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 포착됩니다.

물류스타트업이란 다소 생경한 기업생태계를 가꾸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선 이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개념 정립이 선행돼야 합니다. 정부와 기업 학계 등이 최근 불고 있는 물류스타트업 바람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합의해 나가야하는 이유입니다. 유통과 물류의 융복합으로 국내 물류업계에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안겨준 쿠팡의 예에서 보듯 기존 물류업계와 충돌하거나 갈등을 빚을 일은 없는지도 제도적으로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기존 산업 분류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유형의 사업도 건강하게 뿌리내리고 커나갈 수 있을 겁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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