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7 09:33

여울목/ 예선정책 경쟁보다 공익기능이 우선이다

정부가 예선 배정방식을 업체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 개정을 추진한다. 해양수산부는 일부항만에서 예선업 관리를 개선하기 위해 ‘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을 일부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선(曳船)은 덩치 큰 선박이 부두 내에서 안전하게 이동하도록 지원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밀어서 부두에 바짝 붙인다든지 끌어서 출항을 돕는 식이다. 도선과 더불어 선박의 안전한 입출항을 담당하는 핵심 산업이지만 예선 배정을 둘러싼 갈등, 항만시설 능력을 넘어선 공급 팽창 등으로 시장 상황은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예선 배정은 예선업체 순번에 따라 공급하는 공동배선제와 예선업체 단독으로 영업하는 자유계약제가 항만별로 운영되고 있다. 항만마다 구성돼 있는 예선운영협의회가 예선 배정방식을 결정하면 개별 예선업체들은 의무적으로 따르는 구조다. 공동배선제가 실시되고 있는 곳은 부산항과 울산항이 대표적이며 자유계약제는 여수항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인천과 평택은 두 방식을 적절히 병행하고 있다. LNG선 등은 수요자인 선사와 계약을 맺어서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나머지 선박은 공동배선하는 방식이다.

이 가운데 공동배선제가 문제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신규 사업자에게 고액의 가입비 선납 등을 요구하면서 예선 배정을 거부하고 사업자의 선박 규모를 제한했다는 이유로 부산예선조합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4800만원 부과 조치를 내리는 한편 검찰에 고발했다.

부산예선조합은 2014년 4월 새롭게 진출한 예선업체는 고액의 가입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내용의 회원사 규약을 제정하고 한 업체에게 9억5000만원의 가입금을 요구한 것으로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또 회원사들이 보유 선박 척수나 마력을 변경할 때 나머지 회원사들의 동의를 구하거나 회원으로 가입한지 5년이 되지 않은 회원사는 증선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위반 시 위약금을 부과하는 규약을 만들기도 했다. 공동배선제를 시행 중인 울산예선조합도 부산과 유사한 내용으로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았다.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각 항만별로 획일화된 예선 배정방식을 예선업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화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예선운영협의회를 폐지하고 업체가 단독 또는 공동 방식으로 예선을 배정토록 해 위법 부당한 사항에 대해 지방해양수산청장이 개선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예선이 대기하는 장소이자 예선 사용시간 산출의 기점이 되는 ‘정계지’ 여건을 예선업 등록요건에 포함하는 등 시장 안정화 장치를 도입했다. 항만 인프라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공급이 늘어나는 걸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정부의 예선업 제도 개선은 신구 갈등을 해소하는 한편 시장 안정화도 동시에 꾀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다만 예선에 대한 법률이 독립적인 형태로까지 가지 못한 건 아쉬운 점이다. 예선은 항만 안전을 담보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보다 안전을 우선하는 정부 정책이 긴요하다. 예선에 대한 규정은 과거 항만법에서 다뤄지다 지난해 제정된 선박입출항법으로 넘어왔다. 당시 업계에선 “이참에 예선법을 따로 만들어 예선의 공익성을 강화하고 시장 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기됐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예선은 앞서 얘기했듯 항만 안전과 직결되는 공익적 성격이 강한 산업이다. <허베이스피리트>나 <세월>호 사고에서 보듯 해상사고는 그 피해가 실로 막대하다. 예선업을 단순히 자유시장 논리로만 재단해선 안 되는 이유다. 도선법을 1961년에 제정해 도선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선시장의 안정화와 항만 안전, 건전한 산업 발전 등을 도모할 수 있는 정부의 지혜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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