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31 16:03

더 세월(53)

저자 성용경 / 그림 하현
47. 선체 인양 성공


겨울을 넘기고 다시 세월호 인양에 들어갔다. 이번엔 재킹바지 방식이 시도됐다. 상하이샐비지는 2017년 3월 중순 선체에 두 차례 접근하는 데 성공했지만 폭풍을 만나 다시 철수해야 했다. 작업을 다시 시작한 건 사흘 뒤였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의 강한 조류에 잠수사들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인양 과정에서 중국 잠수사들만 투입하기로 해 우려를 자아냈다. 인건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효과는 있지만 세월호 수중수색에 참여했던 국내 잠수사들의 경험을 살릴 수 없게 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안전을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수중수색에 참여했던 한국 잠수사들은 조류에 대한 적응은 물론 탁수에서 유리창 모양만 봐도 몇 층인지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경험을 쌓은 까닭이었다. 국내 잠수사들은 경험자의 조언이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전장구를 공급하러 갔던 서정민이 팽목항에서 88수중개발 팀장을 만났다.

“세월호를 인양하다 수십 점의 돼지뼈가 나왔다던데 그게 뭔가요?”

“상하이샐비지 인부들이 먹고 버린 거라는데 유족들을 놀렸다는 인상을 주었지요.”

세월호 선체 인양을 위한 구조 선박의 도착 상황은 이랬다.

- 인양 크레인선 달리하오호(상하이샐비지 소속, 12,000톤급) 2015년 8월 도착
- 재킹바지선 2척(상하이샐비지 소속, 척당 인양 하중 23,000톤급) 2017년 3월 6일과 12일 도착
- 반잠수선 도크와이즈 화이트마린호(네덜란드 회사 소속, 인양 하중 72,000톤급) 2017년 3월 16일 도착

세월호엔 인양에 필요한 리프팅빔(인양 선체 받침대) 33개가 설치된 상태다. 빔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뱃머리를 들어올리다 선체가 부서지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서정민은 기자와 함께 세월호 인양 현장을 찾았다. 기자는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고 확인하는 등 모든 과정을 밀착 취재했다. 배 곳곳이 구멍이 뚫리고 잘려나가는 바람에 미수습 시신이 유실됐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정민은 안타까운 마음과 간절한 마음이 교차했다.

“정부와 인양업체의 판단 착오로 7개월 허송세월 한 건데 참사 3주기인 4월 16일까지는 인양이 되면 좋겠네요.”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무턱대고 인양 시기를 발표한 게 문제였지요.”

기자의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유가족들은 현장에 인력이 400명은커녕 40명밖에 없다고 소리치면서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마침 해수부 장관은 미수습자 가족들이 천여 일이 넘도록 머물고 있는 전남 진도 팽목항의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고개를 숙이고 다짐했다.

“3주기 전에는 반드시 인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족협의회는 인양방식이 급히 변경되자 초조해졌다. 상하이샐비지의 기술력에 의구심이 커졌다. 지난 3년간 인양 일정이나 절차를 불투명하게 공개해 온 탓에 일각에선 은폐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늑대소년이 돼가고 있었다.

2017년 3월 13일

상하이샐비지는 리프팅빔에 연결했던 인양 와이어 66개를 두 바지선에 반반씩 연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와이어 연결 작업의 변수는 날씨와 재킹바지 두 척의 균형 유지 여부였다.

“인양 시기는 언제쯤일까요?”

기자가 물었다.

“아마도 소조기인 3월 21일이나 4월 5일이 될 것 같아요,”

서정민이 들은 바가 있어서 말했다.

“인양이 가능한 조건이 있지 않나요?” 기자는 꼼꼼했다.

“인양 작업은 파도가 1미터 이내, 바람이 초속 10미터 이내여야 가능하다고 해요. 3일 연속 이런 날씨가 계속돼야 하죠.”

“선체를 해저면에서 1미터 들어올리는 시험 인양이 중요하다고 하던데요.”

“시스템과 장비에 이상은 없지만 일부 인양줄이 꼬이는 현상이 있어요. 꼬임방지 장치를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처음 인양이 중요하지요.”

3월 22일 오전 10시

세월호가 차디찬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지 3년 만에 역사적인 시험 인양이 시작되었다. 배가 떠오른다는 건 희망이 떠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수습자 9명의 시신을 수습할 수 있다는 희망이다. 3년간 바다 깊은 곳에 잠들어있던 침몰에 관한 진실이 드디어 해수면 밖으로 떠오르는 순간이기도 하다.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은 팽목항에 모여 차분한 분위기 속에 간절한 마음으로 인양이 성공하기를 기원했다. 예정대로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험 인양이 시작되었고, 12시 30분 인장력을 단계적으로 가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3월 22일 오후 3시 30분

“세월호 선체가 해저면에서 1미터 인양되었어요.”

인양 과정이 팽목항 유가족들에게 전해지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시험인양은 끝났더라도 본격적으로 인양하려면 와이어 상태와 선체 균형을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작업하는 서정민의 직업적 습관이 작동했다.

“그래서 잠수사들이 들어가서 확인한 후 인양을 판단합니다.”

판단은 세월호 인양추진단장 이철조의 몫이다.

오후 9시부터 본격적인 인양이 시작됐다. 시간당 3미터 속도로 부상한 세월호의 선체는 이튿날 오전 1시 30분 해저면에서 14.5미터까지 인양되었다.

3월 23일 오전 3시 45분

우현 스태빌라이저가 떠오르며 드디어 세월호 선체 전체가 해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고가 난 지 1,073일 만이다. 선체는 해저면에서 22미터가량 끌어올려졌다.

3년 만에 올라온 배는 과거의 새하얀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세월호란 글씨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온통 개펄 진흙으로 뒤덮여 있었다. 선체 이곳저곳이 찢기고 긁혀 누렇게 녹이 슬었다.

“바지선과 세월호 선체 간격이 너무 좁은데요. 인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네요.”

아니나 다를까. 인양 과정에서 선체의 자세가 변동되며 와이어와 선체가 접촉하는 간섭현상이 발생했다. 인양업체는 1차 고박 작업 후 바지선과 선박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풍구 등의 구조물을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3월 23일 오후 2시

선체가 수면 위 6미터까지 상승했다.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간섭현상 대책 작업이 인양을 상당히 지연시킨 것이다.

또 다른 돌발사태가 발생했다. 오후 6시 30분경 세월호 좌현 선미 램프가 열려있는 것이 확인됐다. 램프는 세월호의 화물과 차량을 싣거나 내릴 때 쓰는 발판으로 원래는 닫혀있어야 한다. 하지만 침몰 당시 해저면과 맞닿는 충격으로 잠금장치가 파손되면서 열린 것으로 추측됐다.

길이가 11미터나 되는 램프가 열린 상태로는 반잠수선에 올릴 수 없어 잠수부를 투입하여 램프를 제거하는 작업을 벌였다. 다행히 램프 제거 작업이 조류 물살이 약한 소조기를 넘기지 않고 10시간 만에 마치면서 인양작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해신이 도와준 건가요.”

“하하하 아무튼 돌발사태가 잘 해결돼서 다행이네요. 근데 기자님 크리스천 맞아요?”

3월 24일 오전 10시

세월호는 해수면 위 13미터까지 부상했다. 이제 동거차도 인근에 있는 반잠수선 쪽으로 이동을 해야 한다.

하지만 조류가 불안정하여 오후 5시나 돼서야 이동이 시작됐다. 이런저런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서 시간이 11시간이나 지체됐다. 인양업체는 램프를 막아주는 유실방지막도 설치하지 못한 채 서둘러 세월호를 옮겼다. 다행스럽게도 세월호의 무게 변화가 감지되지 않은 점을 들어 유실물이 생기지는 않은 것 같다고 인양팀은 말했다.

3월 24일 오후 8시 30분

세월호를 끌어올린 재킹바지선들이 반잠수선에 도착하여 위치 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이후 2시간 동안 위치 조정을 마치고 25일 오전 4시 10분 세월호가 반잠수선에 무사히 선적되었다. 오후 9시 15분 세월호가 완전 부양됨에 따라 선체가 모두 드러났다. 인양팀은 날개탑을 제거하고 선체 고정작업에 들어갔다. 고정작업은 6일 가까이 걸렸다.

3월 31일 오전 7시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선 화이트마린호는 동거차도 인근 해역을 출발했다. 목포로 호송하는 마지막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해상의 풍랑은 육지 인근의 풍랑보다 훨씬 심해 긴장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반잠수선이 예정보다 1시간 반 빠른 오후 1시에 목포신항에 도착하면서 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됐던 호송 작업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항정(航程) 105킬로미터 거리를 평균속도 18킬로미터로 달려온 것이다. 반잠수선을 철재부두에 접안하는 일은 30분 만에 끝났다.

상하이샐비지는 세월호 인양에 성공하며 1,020억 원의 인양 비용을 받았다. 우리나라 정부는 계약금 916억 원에 더해 인양 후 정리비용 103억 원을 지급했다. 침몰현장 유실물을 보존하기 위한 펜스 설치비 60억 원과 기상악화에 따른 작업 중단 비용 5억 원이 추가비용에 포함됐다.

홍총 상하이샐비지 대표는 2017년 4월 11일 오후 목포신항 취재지원센터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인양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적자를 봤고, 1억 달러를 대출한 상태입니다.”

그는 1,000억 원 이상 손해를 보는 경제적 대가를 치렀다고 말했다.

바다 상황이 도와주지 않아 여러 번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미수습자 가족들이 손을 잡으며 부탁한 상황을 결코 외면할 수 없었다면서 “이번 인양 성공이 가족들에게 작은 위로와 보답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세월호 인양이 선박구난 사상 큰 의미를 갖는다고 털어놨다. 리프트 빔 33개를 배 밑으로 넣어 설치한 것은 지금껏 없었던 일인 데다 재킹바지선 2척 세월호 등 선박 3척이 엮인, 축구장 3개 크기의 공간이 바다 위를 성공적으로 이동한 사례도 역사상 처음이라고 자평했다.

“인양 과정에서 다친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사람이 더 희생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인양 현장에 머물며 국제적 안전규칙을 지키도록 감독했습니다.”


<이 작품은 세월호 사고의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한 창작물이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기업 지명 등은 실제와 관련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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