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수송된 컨테이너 화물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정책이 북미항로 시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3분기 들어 인상된 관세율이 본격 반영되고 화물 흐름이 둔화하자 이 지역을 주력으로 하는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들은 물동량 방어에 고전했다. 미국의 아시아발 수입 물량은 늘었지만 자동차·철강 등을 주력 품목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관세 여파로 하락세를 그렸다.
미국 통관조사기관인 데카르트데이터마인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미국 세관에 신고된 한국발 화물은 약 115만TEU로 집계됐다. 전년 126만TEU에 견줘 9% 감소한 수치다. 북미항로엔 한 해 내내 관세 불확실성이 지속됐다. 상반기에는 미국이 관세를 강화하기 전에 화물을 내보내려는 양상을 보였으나 미국 정부가 인상 시점을 연기하는 일이 잦아지자 화주들은 선적을 미루고 시황을 관망했다.
미국의 수입 수요 약세와 변동성 확대로 해상운임이 하락하자 선사들은 여러 차례 기본운임인상(GRI)을 시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형 화주 입찰(비딩)에 참여한 일부 포워더들은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상위 10위권 운송사(NVOCC)들이 2025년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18만6500TEU로 집계됐다. 전년의 19만5200TEU에 견줘 4% 줄어들었다. 시장점유율도 16.14%로, 전년보다 1.52%p(포인트) 하락했다. 상위권에 물량이 집중되기보다 시장 전반으로 분산된 모습이 나타났다. (
해사물류통계 ‘2025년 한국-미국 수출 포워더 순위’ 참고)
지난 한 해 한국-미국 간 수출항로에서 가장 많은 화물을 취급한 포워더는 람세스물류였다. 북미를 주력 시장으로 둔 이 회사는 1년간 3만9300TEU를 취급하면서 7년 만에 1위에 올랐다. 2024년(3만8300TEU)과 비교하면 처리 물량은 3% 늘었다. 람세스는 대미 수출화물의 3.41%를 나르며 시장점유율을 전년보다 0.33%p 끌어올렸다.
회사 측은 “물동량은 전년과 대동소이했지만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은 한 해였다”고 평가하며 지난해 북미 수출시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특히 운임 변동폭이 커 수익성 관리에 어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회사는 통상적인 물량을 유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주성씨앤에어가 총 3만5700TEU를 처리하며 2위를 차지했다. 전년 4만2600TEU에 비해 16% 감소했다. 북미 물류시장 부진이 실적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성씨앤에어 측은 “지난해 시장 변동성이 커 수출에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미국 물류센터 성장에 집중하면서 안정화를 도모한 한 해였다”고 회고했다.
주성씨앤에어는 2024년 부산항만공사와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물류센터를 개장한 뒤 국내 중소기업 화물과 풀필먼트센터 물량을 처리하며 종합물류기업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 기업은 B2C(기업-소비자) 풀필먼트센터 기능을 확대해 최근 빠르게 늘어난 한국 화장품 수요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3~4위를 차지한 바이넥스라인과 CJ대한통운은 전년 대비 순위는 뒤바뀌었으나 취급 물량은 동시에 감소했다. 미국계 회사인 바이넥스라인은 2024년 4위에서 2025년 3위로 한 계단 올랐다. 다만 총 취급 물량은 2만6400TEU에서 2만2000TEU로 17% 감소했고, 시장점유율은 2.09%에서 1.91%로 낮아졌다. 4위로 내려온 CJ대한통운은 전년(3만600TEU) 대비 39% 줄어든 1만8600TEU를 기록, 10위권 기업 가운데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점유율은 2.42%에서 1.61%로 하락했다.
5~6위에 이름을 올린 태웅로직스와 WBL은 1년 전보다 많은 수출화물을 취급했다. 태웅로직스는 1% 늘어난 1만8400TEU, WBL은 24% 늘어난 1만2400TEU를 처리했다. 순위는 1계단, 3계단 올랐다. WBL은 2023년 23위, 2024년 9위를 기록하며 꾸준히 약진하고 있다.
뒤이어 팍트라인터내셔널, 삼양로지스틱스, 넥센, 유로라인글로벌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팍트라인터내셔널과 유로라인글로벌은 각각 1만2100TEU 9000TEU를 처리했다. 전년 대비 물동량은 소폭 감소했으나 순위는 7위, 10위를 유지했다.
반면, 삼양로지스틱스와 넥센은 대폭적인 실적 성장을 배경으로 각각 64계단, 10계단 상승하는 성과를 냈다. 삼양라운드스퀘어그룹의 물류 자회사인 삼양로지스틱스는 미국 물류센터를 바탕으로 그룹사 물량을 주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1400TEU의 화물을 처리하다가 지난해엔 558% 증가한 9400TEU를 처리했다. 넥센 또한 5200TEU에서 77% 늘어난 9300TEU의 수출화물을 취급했다.
시장 부진에도 존재감 확대한 기업들
이러한 가운데 그린글로브라인(13위), 한솔로지스틱스(18위), 세방익스프레스(21위), 제이앤비라이너스(24위), 효성글로벌로지스틱스(25위)가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유의미하게 성장했다. 수출 물량이 줄고 시장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틈새 물량을 거머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화물혼재(콘솔) 전문기업인 그린글로브라인은 지난해 7500TEU를 처리, 1년 전 실적(5500TEU)보다 약 2000TEU(35%)를 더 취급했다. 순위로는 4계단 올랐다.
그린글로브라인 측은 “실화주 접촉 없이 포워더 영업만으로 거래처를 늘리고 물량 유치에 적극 나섰다”며, “소량 화물도 유치하려고 노력했다”고 성장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관세 조정의 영향을 받아 9월부터는 화물이 줄어든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 회사 계열사인 베스트로로직스 또한 취급 물량을 43% 늘리면서 22계단 상승한 50위에 안착했다.
한솔로지스틱스는 37% 늘어난 6900TEU, 세방익스프레스는 65% 늘어난 5400TEU, 제이앤비라이너스는 65% 늘어난 4900TEU를 처리했다. 효성그룹 계열사인 효성글로벌로지스틱스는 4800TEU로 순위에 들었다.
이 밖에 ECU월드와이드는 3200TEU를 처리해 전년 대비 18% 성장했다. 순위도 5계단 상승해 33위였다. 49위에 안착한 은산해운항공은 23% 증가한 2500TEU를 수출하면서 전년보다 9계단 오른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100위 내 포워더를 제외한 기타 수출화물은 약 71만9000TEU로 집계됐다. 3자물류 기업을 거치지 않고 화주가 선사와 직접 수송 계약을 맺은 화물이 포함됐다. 수송 물량은 전년 80만7500TEU보다 11% 감소했고, 점유율은 62.45%로 전년에 견줘 1.55%p 하락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