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5 13:03

선주협회의 달라진 모습에 기대크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업종을 들라면 해운업이 단연 손꼽힌다. 세계 교역량이 급감하면서 실어나를 물동량이 태부족하다보니 자연히 심한 경영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운업계를 둘러싼 제도적이든 여러 환경변화가 해운업계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어 업계를 비롯한 관련단체들도 상당히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와관련 국적외항선사들의 권익옹호를 대변하고 있는 선주협회를 통해 사업상 거래 관계에 있는 조선회사 또는 대형 화주들에 대한 실력행사를 점차 강화하고 있어 관심을 사고 있다. 한국선주협회가 최근들어 강력하게 국적외항선사들의 권익보호에 나서고 있는데 대해 국내 해운업계는 새로운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선주협회를 위시한 국적외항선사들의 통일된 집단 행동은 해운업 진출에 관심을 보여온 대형화주들의 행보를 늦추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대형 화주인 포스코와 한국전력이 해운업 진출을 타진한다는 소문이 들리자 해운선사들은 고유 영역을 침범하려는 도덕적 해이의 전형이라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었다. 이러한 불만이 행동으로 이어져 국내 외항해운선사들은 선협을 통해 대형 화주의 해운업 진출 철회를 위한 탄원서까지 국무총리실에 제출한 상태다.

국적외항업계가 예상보다 강력한 조치들을 취하자 해운업 진출을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포스코와 한국전력측은 해운업 직접 진출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다며 해명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 물론 그 속내는 잘 모르겠지만 국적외항업계의 예상외 반발에 상당히 당황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적외항선사들은 최근 현대제철이 일본 선사를 참여시켜 철광석 운송계약 입찰공고를 내자 집단 보이콧을 선언하며 실력행사에 나서 입찰을 무산시켰다. 결국 현대제철은 국내 해운사만 입찰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재입찰에 들어가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이 뿐만아니라 국적외항업계는 최근 해운경기 폭락으로 발주 선박계약에 대한 인도 연기 등을 조선사들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선사들의 의견이 관철되도록 상당한 수준의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한국선주협회는 신규 선박 건조를 둘러싸고 해운선사 TPC코리아와 YS중공업 간 분쟁에 연관된 동부화재의 위법성 여부를 조사해 줄 것을 금융감독원에 건의했다.

TPC코리아와 YS중공업 간의 선박 발주계약에서 보증을 선 동부화재가 조선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자 선주협회가 보험사의 위법성을 가려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아무튼 선주협회가 많이 달라지는 모습이다. 선협은 또 우리선박들이 일본/대만항로간을 운항치 못하고 있어 호혜평등차원에서도 대만 선박들의 한일항로에 운항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 국토해양부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선주협회는 지난 1998년 한일 항로에 대만 선박들이 운항토록 개방한 지 어언 10년이 지났음에도 이에 상응한 대만 정부의 조치를 얻어내지 못했다면서 대만 정부의 규제가 계속될 경우 상호주의에 입각해 대만 선박들의 한일 항로에서 운항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국토해양부에 강력 요청했던 것이다.

선주협회의 이러한 변화된 모습에 일각에선 정치적인 세력화 움직임이 엿보인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해운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는 선주협회의 새로운 진면모를 볼 수 있어 기대가 크다는 지적이다. 물론 한 단체가 자신들의 회원사들을 위해 국가이익에 조금이라도 반하는 일을 해서는 안되지만 해운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정부나 금융권, 조선사, 대형화주들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설득해 나가면 예상외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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