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29 09:29

정부의 해운업 지원정책 이대론 안된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불황을 극복하는 징후들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들이 자주 눈에 띈다. 작년 하반기이후 급락했던 소비심리도 살아나고 있다고들 하지만 문제는 소비 양극화다. 경제지표들은 우리 경제가 회복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지만 국민이나 기업들의 생각과는 엇박자인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다.

주식시세를 통한 경기예측보다 발틱운임지수(BDI)가 시황을 파악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만큼 해운경기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한눈으로 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고 볼 수 있다. 등락을 거듭하면서 이제 다시 3천포인트대를 유지하고 있는 벌크시황은 그리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자금 유동성이 크게 나빠진 선사들이 자사문제가 아닌 용대선 고리에 묶여 경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정기선사들은 불황극복의 가장 큰 장애물로 공급과잉을 꼽고 있다. 내년에는 발주한 신조 컨테이너선박들이 가장 많이 쏟아져 나올 태세여서 시황회복의 걸림돌이 될 것이 뻔하다.

국내 해운경기를 얘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부문이 항만물동량 추이다. 다행히 지난 9월 우리나라 무역항에서 취급한 물동량의 낙폭이 둔화되는 등 시황개선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전국 무역항에서 처리한 항만물동량은 총 9,284만2천톤으로 전년동월 9,472만톤에 비해 약 2.0% 감소했다.

이는 경기침체로 항만물동량이 대폭 감소한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낮은 감소율이며, 올 1월이후 분기별 항만물동량 또한 전년동기 대비 감소폭이 둔화된 것이다.

국내 해운 물량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9월 한달동안 141만6천TEU로 전년동월 대비 5.9% 감소하는데 그쳐 올들어 처음으로 감소폭이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분기별 물량 또한 1분기 이후 감소폭이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 시 분명 해운업도 이제쯤은 회복세 대열에 낄 때도 됐는데, 사정은 예상과는 달리 심각하다. 물량 신장세는 더딘 반면 선복량은 큰폭으로 증가해 운임시장이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선사들의 자금난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는 곧 선사들의 자금 유동성 위기설을 뒷받침하고 있어 정부측이나 금융권의 해운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올 정기국회 국감에서 해운업과 관련 해운에 관심이 큰 국토해양위 의원들은 한결같이 국토해양부 등 정부측이 뒷짐만 쥐고 있는 사이 해운선사들은 자금유동성 문제로 심각한 경영위기를 직면하고 있다고 강력히 질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부는 지난 4월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는 해운업을 살리기 위해 해운업 구조조정 및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했지만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진행속도로 인해 국적선사들의 경쟁력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셈이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운업이 이 지경이다보니 세계 제 1위의 조선업도 수주실적이 형편없는 가운데 중국에 추월당하는 위기에 처해 있다. 따라서 국회와 선주협회, 조선공업협회측은 더 이상 정부의 미온적인 지원책을 보고 있을 수만 없어 지난 달 28일 우리나라 해운 및 조선산업 공동발전 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국가기간산업인 해운업의 회생속도 여하에 따라 무역, 조선 분야 등 우리경제를 이끌고 있는 여타산업들의 경기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돼 정부의 해운업 회생에 대한 정책 지원 결단이 화급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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