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15 10:03

여울목/ 해수부 기조실장 인사를 보는 시선

●●●지난 7일 해양수산부 남봉현 기획조정실장과 연영진 해양정책실장이 각각 임명됐다. 이로써 한 달 전 우예종 실장과 문해남 실장의 사퇴로 비어 있던 해수부 1급직에 대한 인사가 모두 마무리됐다. 앞서 지난해 12월31일 정영훈 수산정책실장이 선임된 바 있다.

실장 3명 모두 전보로 발탁됐다는 점에서 이번 실장급 인사는 <세월>호 사고에 대한 문책 성격이 짙다. 일각에선 기조실장과 해양정책실장 인사를 앞두고 내부 승진을 예상하기도 했다. 해수부 내 국장급 중 최고참인 박승기 전 대변인을 비롯해 행정고시 32회 동기인 전기정 해운물류국장과 서병규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 박승기 전 대변인의 기술고시 2기 후배인 박준권 항만국장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하지만 새누리당에 파견 나가 있던 인물과 기획재정부 국장 출신에게 실장 자리를 맡기는 쪽으로 결론났다. 해수부 내에서 1급 승진의 기회를 스스로 뒤로 미룬 것으로 <세월>호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부처가 근신하는 모습을 대내외에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남봉현 기조실장이다. 그는 지난 1987년 제29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으며 기획재정부 협동조합정책관과 복권위원회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타 부처 출신이 해수부 1급 자리로 직행한 건 부처 출범 이후 처음이다.

과거 김춘선 전 인천항만공사 사장이 재경부에서 전입 온 사례가 있지만 이는 국장급 인사교류의 결과였다. 김 전 사장은 지난 2003년 4월 해수부 해양정책국장으로 부임한 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 어업자원국장 등을 거쳐 국토해양부 물류항만실장을 지냈다. 비록 재무 공무원으로 시작했지만 오랜 시간 동안 해수부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해양통으로 DNA를 새롭게 바꿨다. 그는 공직에서 물러난 후 인천항만공사 사장직을 수행하면서 인천 신항 건설 등 항만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조실장은 차관을 보좌해 해수부 정책의 전반을 책임지는 자리다. 해수부 직제 규정에 따르면 기조실장은 해수부 각종 정책과 주요 업무계획의 수립·종합 및 조정, 국회 업무, 재정 및 민자사업 관리, 예산 편성 및 집행 등의 부처 핵심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남 실장 선임은 정무직을 제외한 해양부처 최고직에 해양행정 전문가가 아닌 기재부에서 잔뼈가 굵은 전형적인 재무통을 앉혔다는 의미다. 그만큼 이번 인사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일종의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해수부 안팎에서 나온다.

남 실장 임명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감지된다. 해운산업의 불황 타개를 위해 기재부의 전폭적인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기에 남 실장이 해수부와 기재부의 연결고리 역할을 훌륭히 해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해운보증기구 출범, P-CBO(신규발행채권담보부증권), 선박은행(Tonnage Bank) 등 해운업 지원책 대부분은 기재부와 업무협조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사안들이다.

준비되지 않은 인물 기용은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없다. 이미 해수부 내에서도 윤진숙 장관의 선례에서 잘못된 인사의 결말을 확인한 바 있다. 비판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행해진 인사로 인해 조직 내 위화감 조성, 업무 차질 등의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될 것이다. 남 신임 실장에겐 김춘선 전 사장처럼 해양 행정을 차근차근 배워 나갈 시간이 별로 없다. 부처의 행정 철학과 목표, 관련 현안들을 얼마나 빨리 익히고 전문화 하느냐가 남 실장이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잘된 인사로 평가받을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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