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02 09:34

기자수첩/ '진퇴양난' 쿠팡·한국통합물류협회 공생모델을 찾자


‘진퇴양난(進退兩難)’ 나아가기도 물러서기도 어렵다는 말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와 쿠팡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놓고 벌이는 갈등을 보면 이 말이 딱 떠오른다. 

쿠팡은 지난달 7일 보도자료를 통해 부산지방검찰청에 이어 광주지방검찰청이 쿠팡의 ‘로켓배송’ 고발 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는 같은 달 13일 쿠팡을 상대로 ‘행위금지가처분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주체는 협회사인 대형 물류기업들이다. 쿠팡의 택배물량을 일부 맡고 있는 한진과 KG로지스는 이번 소송에서 빠졌다. 소송의 쟁점은 쿠팡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어겼는지에 대한 여부다. 협회 측은 쿠팡이 자가용을 이용한 유상 운송행위로 운수사업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쿠팡은 물건을 직접 매입하기 때문에 유상 운송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쿠팡의 로켓배송을 창조경제의 성공사례로 평가하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기업의 강력한 입김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가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현재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ICT 융합형 물류 스타트업에 대해 막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물류기업들 입장에서 쿠팡은 ‘눈엣가시’가 됐다. 한때 대단위 물량을 공급하던 화주에서 돌연 자체배송이라는 카드로 물류기업들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는 탓이다. 쿠팡이 자체배송을 시작한 이유는 기존 택배사로부터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받지 못해서였다. 

쿠팡 관계자는 “로켓배송을 시작하기 전, 쿠팡의 전담 택배사를 선정해 운영했다. 택배단가도 올렸다. 그러나 고객들의 컴플레인은 줄지 않았다. 우리는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자체택배를 운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100% 직영제로 운영된다. 택배기사(쿠팡맨)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100% 정규직 체제로 운영되며 임금도 약 250~350만원 수준이다. 하루에 배송하는 택배물량은 50~200건 미만으로 대폭 줄였다. 고객을 접점에서 마주하는 택배기사에 대한 교육을 통해 서비스는 고도화했다. 고객들은 쿠팡의 서비스에 감동했고, 충성고객은 증가했다.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렇다고 물류기업들을 힐난해서도 안된다. 물류기업들은 볼모지였던 물류산업의 토대를 닦았고,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의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물류시장 진출을 위해 네트워크 확장에 전념하고 있다. 이들이 국내 물류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쿠팡과 기존 물류기업들이 갈등을 벌이는 사이, 미국의 아마존과 중국의 알리바바는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글로벌 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종합물류기업 사가와 관계자는 “글로벌 네트워크 확보 없이는 앞으로 물류사업이 어렵다”고 강조할 만큼 많은 물류기업이 글로벌 시장 장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쿠팡과 물류기업들은 서로의 강점을 살려,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해 나갈 능력이 충분하다. 쿠팡과 물류기업들의 갈등의 끝엔 누군가의 ‘패배’가 아닌, ‘상생모델’이라는 새로운 길이 열려있길 기대한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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