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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1 09:04

논단/ 국제해사소송의 관할과 준거법의 결정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법학박사)
일본 미쓰비시 강제징용사건에 대한 2012년 대법원 판결을 중심으로
<2.15자에 이어>

(9) 공서의 원칙
1) 공서의 개념: 국제사법 제10조는 “외국법에 의해야 하는 경우에 그 규정의 적용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때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공서조항”). 따라서 국제적 관할합의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법정지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즉 공서양속 또는 공서(public policy)에 반하는 경우에는 그 효력을 부인해야 한다는 점에 관해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그러나 여기에서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는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보다는 좁은 개념으로서 결코 넓게 해석해서는 아니되며, 외국법규의 적용에 있어서도 외국법규의 내용이 우리나라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할 뿐만 아니라 그 법을 적용할 경우 우리나라의 사회생활질서를 해치게 되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해 그 적용을 제한해야 할 것이다. 이와는 달리 국제사법 제10조의 적용을 넓게 인정한다면 결국 당사자자치라는 국제사법의 대원칙 및 국제사법 자체를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사법 제10조의 사회질서는 우리나라법 질서의 불가침적 부분으로서 외국법의 적용이 당해 사안의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부당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민법 제103조의 그것보다는 좁은 개념이고 국제사법상 반드시 적용돼야 하는 국제적 공서에 유사한 개념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 공서의 원칙의 적용과 한계: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위와 같은 공서(public policy)위반의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단지 우리나라의 관념뿐만 아니라 외국의 관념도 참작해야 할 것이고, 외국법 적용의 결과가 단지 내국법의 공서에 반한다는 이유로 그 외국법의 적용을 배제한다면 국제거래의 당사자의 신뢰는 예기치 않게 저버리게 돼 부당하므로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돼야 할 것이며, 이것은 국제재판관할합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외국법 적용의 결과가 단지 내국실질법상의 공서에 반한다는 이유만으로 외국법의 적용을 무조건 배제한다면 국제사법규정의 대부분이 무의미하게 될 뿐만 아니라 사권에 대한 내국의 국가간섭이 행해지기도 하고 사권에 대한 외국의 국가간섭이 저지되기도 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우리 법원판결도 그와 같은 취지에서 공서조항이 하나의 비상용 브레이크로서 예외적인 원칙이며 공서위반여부의 결정에 있어서도 단지 국내법이나 관념뿐만 아니라 외국법의 관념까지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바 있다. 

라. 선하증권상의 국제재판관할합의

(1) 선하증권과 국제재판관할의 합의 
선하증권은 일반적으로 물품수령증(receipt for goods shipped)으로서의 기능, 운송계약의 증거(evidence of the contract of carriage)로서의 기능 및 권리증권(documents of title)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선하증권은 특히 화물에 관한 권리를 표창하는 권리증권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점에서 지난 수백년간에 걸쳐 해운관행을 주도해 왔으며 국제무역거래 및 결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선하증권의 권리증권으로서의 기능 때문에 선하증권소지인은 선주에게 화물인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선하증권에 양도가능한 유통성이 부여돼 화환신용장 거래방식에 의한 무역대금의 결제에 널리 활용될 수 있었던 것이다.

선하증권은 통상 인쇄된 양식으로 전면과 이면에 약관을 두고 있으며, 이 경우 약관내용은 운송계약자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운송계약의 하나의 증거로서 기능한다. 즉 선하증권 발행이전의 송하인과 운송인간의 구두약정도 운송계약의 조건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선하증권이 선의의 제3자에게 배서양도된 경우에는 그 제3자와 운송인간에는 선하증권만이 운송계약의 확정적 증거가 된다.

한편, 선하증권은 그 이면약관에 관할에 관한 합의조항을 두는 경우가 많은바 그 효력이 문제된다. 이하에서는 운송계약의 증거로서의 선하증권의 기능과 관련해 선하증권상의 국제적 관할합의의 유형 및 국제관할합의의 유효요건·효력 등 일반적 내용을 살펴보고 특히 일본과 영국의 판결례와 최근의 우리나라 대법원판결을 중심으로 관련문제를 검토한다. 

(2) 선하증권상의 관할합의의 유형
선하증권상의 관할합의는 운송인과의 모든 분쟁을 어느 특정국가의 중재나 소송절차에서 해결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며, 특히 운송인에 대한 소송을 모두 운송인의 본점주소지에서 하도록 하는 전속적 관할합의의 유형이 많고, 운송인은 다른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취지의 부가적인 관할합의를 하는 경우도 간혹 보인다. 

(3) 약관규제법과의 관계
약관규제법 제14조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재판관할의 합의조항은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고, 약관심사위원회도 국내계약에 있어 전속적 합의관할은 대개 무효라고 하고 있다. 운송업 등의 국제거래에서 널리 사용되는 선하증권상의 전속관할합의도 위 조항에 위배돼 무효로 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약관규제법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공정을 잃은 약관조항은 무효이며 (i)고객에 대해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ii)고객이 계약의 거래형태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 (iii)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계약에 따르는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은 공정을 잃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제6조), 나아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재판관할의 합의조항은 무효라고 선언한다(제14조).

물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운송약관등에는 제14조가 적용되지 아니하나(제15조) 일반조항인 약관규제법 제6조는 여전히 적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재판관할합의조항을 포함한 선하증권약관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것인가는 약관조항을 검토해 국제적 거래관행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의해 판단해야 할 것이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선하증권이라 하더라도 그 관할합의조항이 운송계약의 거래형태 등의 사정에 비추어 화주가 예상하기 어려웠다면 이 조항은 약관규제법에 따라 공정을 잃은 약관조항으로 무효로 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약관에 대해 약관규제법을 적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국제거래상 많은 관할합의가 약관에 의해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약관에 의해 전속관할을 규정했다는 이유만으로 약관규제법에 따라 그 합의가 무효가 된다면 국제거래의 법적 안정성을 크게 해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적 관할합의약관은 그것이 당사자 사이에 얼마나 불공평한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판단해 공서원칙에 따라 그 유효 여부를 결정하면 족할 것이며, 약관규제법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하더라도 공서에 반하는 약관에 한해 제한적으로 무효가 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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