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07 09:30

판례/ “누구를 위해 선박은 운항되나”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7.24자에 이어>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피고들이 I의 사용자인지 여부
1)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용선계약은 상법상 정기용선계약으로서, I의 사용자는 피고들이므로, 피고들은 I의 과실로 발생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피고들은, 이 사건 용선계약은 선원부 선체용선계약이거나 선박임대차와 유사하게 선박사용권과 아울러 용선자가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지게 되는 노무공급계약적 요소가 수반된 특수한 계약관계이어서, I의 사용자는 피고들이 아니라 용선자 H이므로, 피고들은 I의 과실로 발생한 사고에 관해 사용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2) 관련 법리
가) 타인의 선박을 빌려 쓰는 용선계약에는 기본적으로 선체용선계약, 정기용선계약 및 항해용선계약이 있는데, 이 중 정기용선계약은 선박소유자 또는 선박임차인(이하 ‘선주’라고 통칭한다)이 용선자에게 선원이 승무하고 항해 장비를 갖춘 선박을 일정한 기간 동안 항해에 사용하게 할 것을 약정하고, 용선자가 이에 대해 기간으로 정한 용선료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으로서 용선자가 선주에 의해 선임된 선장 및 선원의 행위를 통해 선주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는 것을 요소로 하는 것이다. 정기용선계약은 선박의 점유, 선장 및 선원에 대한 임면권, 그리고 선박에 대한 전반적인 지배관리권이 모두 선주에게 있는 점에서 선박 자체의 이용이 계약의 목적이 돼 선주로부터 인도받은 선박에 자기의 선장 및 선원을 탑승시켜 마치 그 선박을 자기 소유의 선박과 마찬가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관리권을 가진 채 운항하는 선체용선계약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대법원 2010년 4월29일 선고 2009다99754 판결 등 참조).
나) 상법 제847조 제2항은 선박소유자가 선장과 그 밖의 해원을 공급할 의무를 지는 경우에도 용선자의 관리·지배 하에서 해원이 선박을 운항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면 이를 선체용선계약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선원부 선체용선계약이 정기용선계약과 구별되는 것은 결국 선박 및 선원에 대한 지배·관리권이 선박소유자에게 있는 것인지, 용선자에게 있는 것인지 여부로 구분할 수밖에 없다.
다) 정기용선계약에 있어서 화물의 선적, 보관 및 양하 등에 관련된 상사적인 사항과 달리 선박의 항행 및 관리에 관련된 해기적인 사항에 관한 한 선장 및 선원들에 대한 객관적인 지휘·감독권은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오로지 선주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3년 8월22일 선고 2001다65977 판결 참조).

3) 이 사건 용선계약의 법적 성격 및 I의 사용자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면, 갑 제5호증의 1, 제14, 15, 16, 19, 20, 22호증, 제23호증의 1, 을 제6, 10, 11, 16호증, 병 제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알 수 있는 다음 사실 내지 사정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예인선의 점유, I 등 선장 및 선원에 대한 임면권과 이 사건 예인선에 대한 전반적인 지배관리권이 피고들에게 있으므로, 이 사건 용선계약은 선원부 선체용선계약 또는 특수한 용선계약이 아니라 상법상 정기용선계약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 사건 사고는 선박 항행 및 관리에 관한 해기적 사항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에서 I의 실질적 사용자는 피고들이다.

① H은 2018년 7월11일 피고 D으로부터 이 사건 예인선을 월 2,800만 원, 용선기간 출발일로부터 3개월로 정해 용선했는데, 이 사건 용선계약에 따르면, 선원관련 보험은 선주인 피고 D이 가입하고, 선박의 가동에 필요한 모든 경비, 선원의 수당과 급식비, 선박기관수리비 중 1회 30만 원 이하 수리비를 H이 부담하며, 기관 고장으로 인한 수리기간이 3일을 경과하면 임대료에서 공제하기로 했다.
② 위 용선계약에서 사용기간 중 H의 과실 또는 관리부주의로 인한 선체 파손 및 천재지변의 사고라 할지라도 인수 당시의 원상태로 원상복구해 피고 D에게 인도해 주어야 하고 임대기간 중 발생하는 모든 선박 및 선원 관련사고에 대해도 H의 책임하에 처리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이는 선주인 피고 D과 용선자인 H 사이의 선박 자체와 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 분배에 관한 규정인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규정만으로 선장 등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용선자인 H에 전면적으로 이전됐다고 볼 수는 없다.
③ 위 용선계약상 피고들과 선장 등의 고용계약이 용선자인 H에 승계되지 않았고, H이 선장 등에 대한 교체요구권을 가지지도 않았다.
④ 위 용선계약 체결 전 이미 이 사건 예인선의 선박관리인인 피고 C이 운영하는 R은 2018년 4월27일 선장 I을, 2018년 5월11일경 기관장 S을 직접 고용하고 임금을 지급했으며, 피고 C은 선장 및 선원들에 대한 T조합의 임금채권 보장기금 및 선원공제보험에 가입했다.
⑤ H 소속 U 부장이 이 사건 사고 발생 직후인 2018년 7월22일 23:53경 R 소속 V 과장으로부터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실을 들어 알게 된 점을 고려하면, I은 H에 위 사고 발생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H이 이 사건 예인선 선장 등에 대한 실질적 지휘감독권을 가지고 있었다면, I은 H에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실을 알렸을 것으로 보인다.
⑥ 위 용선계약 체결 이후 I은 H로부터 사석 운송업무에 필요한 개괄적인 상사적 사항에 관해 지시를 받기는 했지만, 이 사건 예인선의 운항 등 해기적인 사항에 관해서는 H의 지시를 받지 않고 오로지 선장으로서의 판단에 따라 항로를 선택하는 등 운항관리를 했는데, 이 사건 사고는 I의 운항 관리 하에 이 사건 예인선이 이 사건 부선을 예인하는 도중에 발생했다.
⑦ 이 사건 사고 발생 전인 2018년 7월17일경 I은 선주 피고 C측에게 이 사건 예인선 엔진 스크류에 줄이 좀 감긴 것 같아서 엔진 속력이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보고했고, 이에 피고 C이 2018년 7월21일 부산 ○○동 물양장에 있는 이 사건 예인선으로 잠수부를 보내어 스크류 상태를 확인했다.
⑧ H이 2018년 7월21일 W 주식회사에 이 사건 예인선을 전대했으나, I은 W주식회사로부터 사석 운송이나 운항에 관한 지시를 받은 바 없다.

나.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
1) 선박 운항을 관리하는 선장은 선박의 출항 전에 항로 및 항해계획의 적정성과 선박의 감항성 등을 점검하고, 항해 중 수심이나 수중 장애물 등 항해 위험요인에 대해 평가하고 판단함으로써 자신의 책임으로 선박을 안전하게 조선해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 앞서 본 인정사실에 따르면, I은 온산항을 출항하면서 항해계획 수립, 감항성 점검 등 필요한 사전점검을 하지 않았고, 주전항으로 침로를 변경한 이후에는 이 사건 사고현장이 수심이 얕고, 암초가 산재돼 있어 선박의 좌초 등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서치라이트를 비추어 해수면 위로 노출된 장애물이 있는지 육안으로만 확인하면서 수심이 얕은 연안쪽 해역으로 항해했는바, 이 사건 사고는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I의 과실로 발생했다.
2) 정기용선된 선박의 선장이 항행상의 과실로 충돌사고를 일으켜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선박소유자의 선장에 대한 사용자로서의 지위는 그 정기용선기간 중에도 유지되므로, 선박소유자는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책임을 부담한다.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해 I의 사용자로서 이 사건 사고로 인해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이 사건 부선의 공유자였던 원고 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한다. 원고가 A과 P으로부터 그들 지분에 해당하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한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양수했으므로, 피고들은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다. 피고들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선장 및 선원들에 대한 지휘·감독 배제 주장
피고들은 이 사건 예인선의 선장 및 선원들에 대한 지휘·감독에서 전면적으로 배제돼 있었으므로 피고들이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를 예방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들이 I의 사용자임은 앞서 본 바와 같고, I이 H의 사석 운송업무에 관한 지시를 사실상 따랐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피고들의 I에 대한 지휘·감독이 배제됐다고 볼 수 없다. 피고들이 이 사건 예인선의 운항업무에 대한 관리·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했다거나 상당한 주의를 했어도 손해 발생을 피할 수 없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예선약관 제4조에 따른 면책 주장
피고들은 X조합에 가입한 조합원이므로 Y협의회가 제정한 예선약관 제4조에 의해 명백한 예선업자의 잘못으로 인한 경우가 아닌 한 예선작업 중의 사고에 대해 예선업자는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된다고 항변한다. 을 제1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예선약관 제4조 제1항에서 예선의 선주 또는 예선의 선장은 본선에 대한 예선작업 중 발생한 예선의 조선상의 잘못으로 인한 손해 또는 손상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원고 등과 피고들 사이에는 이 사건 부선을 위한 이 사건 예인선 사용에 관한 계약관계가 성립된 바 없어 위 예선약관이 원고 등과 피고들 사이에 적용될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토우콘(TOWCON) 규약에 따른 면책 주장
피고들은 이 사건 용선계약은 계약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일반관례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고, 일반관례에 해당하는 토우콘 약관은 예인선은 피예인선의 손해에 대해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자손자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원칙에 따라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된다고 주장한다. 갑 제5호증의 1의 기재에 따르면, 이 사건 용선계약 제8조에서 본 계약상 미비된 사항에 대해는 공정거래위원회 임대계약 표준약관 제10059호 6조 및 일반관례에 따른다고 정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용선계약은 피고 D과 H 사이에 이 사건 예인선의 용선에 관한 사항을 정한 것으로 위 계약상 당사자가 아닌 원고 등에게 효력이 미친다고 볼 수 없고, 토우콘(TOWCON) 규약에서 정하고 있는 이른바 ‘자손자변 원칙’이 일반적인 상관례라고 볼 만한 증거도 없으므로,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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