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와 IMM인베스트먼트가 인도네시아 기업에 현대LNG해운을 매각키로 해 국내 해운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IMM프라이빗에쿼티와 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지난 11월26일 현대LNG해운의 지주회사 격인 특수목적법인(SPC) 아이기스원 지분 100%를 인도네시아 시나르마스(Sinar Mas) 그룹 광산·에너지 부문인 프런티어리소스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각 대금은 4000억원 선으로 알려졌다.
IMM 측은 산업통상부의 매각 승인이 떨어지면 거래를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르면 국가 안보에 위협을 초래하거나 핵심 기술 유출이 우려되는 경우 산업통상부는 외국인 투자를 제한할 수 있다.
IMM 컨소시엄은 지난 2014년 1조원에 HMM(당시 현대상선)의 LNG 운송 사업을 인수해 현대LNG해운을 설립했다. 인수 대금엔 부채 5000억원과 신설 법인 출자금 1000억원이 포함돼 HMM이 실질적으로 챙긴 현금은 4000억원이었다.
IMM은 해운 자회사를 인수할 때 썼던 비용을 인도네시아 기업과 진행하는 거래에서 모두 회수할 심산인 걸로 보인다. IMM은 2023년 HMM에 현대LNG해운 매각을 추진했다가 가격 차이로 무산되자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하고 국내외 기업과 협상을 벌여 왔다.
현대LNG해운은 LNG 전용선 12척, LPG 전용선 6척을 보유한 우리나라 최대 가스 수송 전문 해운사다. 현대상선에서 매각될 당시 LNG선만 10척(지분선 포함)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후 수송 계약을 늘리고 LPG 수송 시장에 진출하면서 선단을 확대했다.
이 선사는 국내 LNG 운송 시장에서 상징적인 기업이다. 30년 이상 한국가스공사가 해외에서 들여오는 LNG의 상당량을 책임졌다. 특히 운항 중인 모스(moss) 타입의 <현대유토피아>(Hyundai Utopia·
사진)호는 국내 1호 LNG 운반선이란 타이틀을 갖고 있다.
현재 전체 국적선사가 운항하는 가스공사 전용선대는 내항을 포함해 15척이다. 2023년까지 29척에 달했던 전용 선단은 2년 새 장기 계약이 잇달아 만료되면서 반 토막 났다.
현대LNG해운을 비롯해 대한해운 HMM 팬오션 등 4곳이 가스공사와 장기계약한 선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한해운이 가장 많은 6척, 현대LNG해운이 두 번째인 4척을 공사 LNG 수송에 투입 중이다. (
해사물류통계 ‘한국가스공사·국적선사 LNG 장기 수송 계약 현황’ 참조)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LNG해운의 해외 매각을 두고 국내 해운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입 LNG 물동량의 국적선사 적취율이 2029년 12%, 2037년 0%로 떨어질 거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가스공사와 장기 계약을 맺은 선사가 해외로 매각되면 국가 에너지 공급망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한해총)은 12월1일 발표한 성명에서 “국내 최대 LNG 수송 선사인 현대LNG해운을 인도네시아 기업에 매각하려는 시도에 결사반대한다”며 국가 경제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정부가 매각 저지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해총은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에서 해운은 제4군의 임무를 수행하는 국가 안보의 핵심”이라며 “특히 원유 가스 등 주요 전략물자의 해운 의존도가 100%인 상황에서 핵심 선사가 해외 기업에 팔려나가는 건 국가 에너지 공급망을 스스로 붕괴시키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한해총은 해외 매각이 성사될 경우 국가 전략물자 운송 자산과 전문 인력 유출, 수십 년간 축적된 LNG 수송 노하우 등 국부 유출, 국가 비상사태 시 선박 징발 곤란 등 돌이킬 수 없는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해총은 전략물자 수송 선사의 해외 매각 추진은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국정과제에 ‘핵심 에너지 운송 국적선 이용률 70% 이상 유지 및 선박의 해외 매각 방지’를 명시하고 있고 해양수산부는 국정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입법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한해총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홍해 사태 등에서 확인했듯, 에너지가 무기화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국적선박 없는 에너지 안보는 불가능하다”며 “현대LNG해운이 해외로 팔리면 다른 핵심 에너지 수송 선사들의 연쇄적인 이탈을 초래하는 도미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외국인투자촉진법 시행령에 핵심 기술 유출 또는 방위산업 물자 생산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국가 기밀 계약 공개나 국제 평화 유지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엔 안보 심의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는데 그 대상에 해당하는지 검토할 계획”이라며 “산업통상부 승인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심의가 우선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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