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강세를 띠었던 동남아항로 운임이 새해 들어 약세로 돌아섰다. 중국의 철강 수출 규제가 영향을 미치는 걸로 보인다. 지난해 연간 물동량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2024년 실적에 근접하는 호조를 띠었다. 월간 실적은 3달 연속 성장곡선을 그렸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우리나라와 동남아 8개국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423만1600TEU(잠정)를 기록, 1년 전의 423만4100TEU에서 0.1% 감소했다. 사상 최대 실적인 2024년과 거의 비슷한 역대 2번째 실적이다. 동남아항로 물동량은 2021년 코로나19 사태를 배경으로 한 수요 성장에 힘입어 400만TEU를 돌파한 뒤 약세로 전환해 2022년부터 2년간 390만TEU대에 머물다 2024년에 다시 400만TEU를 넘어서며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수출화물은 3% 늘어난 203만5100TEU, 수입화물은 3% 감소한 219만6400TEU를 기록해 희비가 엇갈렸다. 수출화물은 2021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200만TEU 고지를 밟은 반면 수입화물은 2022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감소세를 띠었다.
국가별로 보면 2위 인도네시아와 3위 말레이시아만 성장률을 띤 반면 나머지 6개국은 모두 감소하는 부진을 보였다. 상위 6개국이 모두 플러스 성장했던 2024년과 대조된다. 동남아항로 물동량 1위 국가인 베트남은 3% 감소한 139만8100TEU에 머물렀고 4위 태국, 5위 대만, 6위 필리핀은 나란히 6%씩 감소한 57만9900TEU 35만9900TEU 26만2500TEU를 기록했다. 또 7위 홍콩은 5% 감소한 20만5700TEU, 8위 싱가포르는 6% 감소한 20만4700TEU에 그쳤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4% 늘어난 62만5000TEU, 말레이시아는 27% 급증한 59만5600TEU를 신고하며 전체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말레이시아항로는 덴마크 머스크와 독일 하파크로이트가 결성한 제미니 출범 이후 유럽항로의 환적 거점으로 지정되면서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운임은 새해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2026년 1월 3주 평균 상하이발 동남아항로운임지수(SEAFI)는 2488.1포인트(p)를 기록, 지난해 12월의 2794.2에 비해 11% 인하됐다.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만의 하락세다.
노선별로 보면 20피트 컨테이너(TEU)당 베트남 호찌민과 태국 램차방,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행은 각각 20% 이상 하락한 412달러 441달러 552달러에 머물렀다. 싱가포와 말레이시아 포트클랑행 운임은 5% 이상 떨어진 520달러 560달러로 집계됐다. 필리핀 마닐라행 운임은 7% 오른 104달러를 기록해 8개 항로 중 유일하게 우상향곡선을 그렸다. 올해 1월 SEAFI는 1년 전인 지난해 1월에 비해서도 15% 하락하는 부진을 보였다.
한국발 운임도 중국만큼은 아니지만 하락세를 띠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1월 3주 평균 한국발-동남아항로 컨테이너운임지수(KCCI)는 40피트 컨테이너(TEU)당 935달러를 기록, 지난해 12월에 비해 2% 하락했다. 지난해 1월 평균 1257달러에 비해선 26% 내렸다.
KCCI도 SCFI처럼 지난해 10월 835달러, 11월 869달러, 12월 950달러로 3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다 약세로 돌아섰다. 20피트 컨테이너(TEU) 환산 요율은 467달러로, 중국과 비숫한 수준이다. 동남아항로 KCCI는 부산 기점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항로 운임을 토대로 산출한다.
올해 1분기(1~3월) 한국-동남아 간 저유황할증료(LSS)는 TEU당 50달러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20달러 인하됐다. 선사들은 지난해 1분기 100달러를 부과하던 LSS를 2분기 90달러, 3분기와 4분기 70달러 등으로 유가 변동에 맞춰 조금씩 내리고 있다.
해운업계는 시황 부진을 두고 중국의 철강 수출 제한 정책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1월1일부터 생철 합금철 철궤 등 300개 철강제품을 대상으로 수출허가증 제도를 도입했다. 중국 정부가 철강 제품의 수출을 제한하는 건 2008년 이후 18년 만이다. 이 조치로 철강 300개 품목을 수출하려면 ‘품질 검사 합격 증명서’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선사 관계자는 “중국 정부에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철강 수출 제한 제도를 도입했다”며 “중국발 수요가 크게 꺾이면서 춘절(설날) 연휴 전 밀어내기 수요도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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