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21 16:35

KSG에세이/ 한시적 장애인의 눈에 비친 ‘야누스’

서대남 편집위원

서대남 편집위원

굳이 신화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문을 지키는 수호신이라 할 수 있는 ‘야누스(Janus)’는 반드시 앞뒤가 있으나 로마인들은 서로 다른 두개의 얼굴을 지닌 모습으로 여겼다.

우리가 문을 지날 때 두 세계가 교차하면서 새로운 형상이 펼쳐 지듯이, 또 무엇인가 어느 한쪽을 마감하면서 새로운 것을 보여주거나 시작하는 것처럼 양면성을 지니는 것으로 묘사했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우리의 일상에서 서로 다른 의미 이상으로 부정적인 뉘앙스를 갖는다. 며칠 전 필자는 근 3개월만에 드디어 오른 발에도 양말을 신는 작은 이벤트를 맞으며 자축했다.

발목을 삐어 인대가 늘어나 한시적 중도 장애인(?)으로 석달간을 지내다가 아직도 절름거리기는 하지만 외출시마다 왼쪽 발만 양말을 신고 오른쪽 발은 1단계로 한 달간은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다녔고 2단계로는 압박붕대로 바꿈과 동시에 지팡이를 짚고 보행하고 이동을 해야 했기에 양말을 신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간 맨발의 청춘이 아닌 맨발의 베어풋으로 지내오다가 며칠 전 주치의로부터 발목무장을 해제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것이다.

옛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가 투구나 방패를 하지 않은 채 싸움터에 나가거나 적진으로 행군하는 군인이 개인병기를 두고 가듯 두려움이 앞서긴 했다.

여하간 격렬 운동 축구나 럭비 선수들의 프로텍터격인 압박붕대를 풀고 지팡이만 짚고 문득 발목환자로 3년 같았던 지난 3개월간을 정리해서 되돌아 봤다.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란 주제를 내걸고 바다와 해양을 주제로 하는 여수세계박람회(EXPO)가 한창일 무렵의 올 6월 하순께 필자는 해운가족의 일원으로 1박2일로 회사 전 임직원이 박람회를 견학하는 행사에 참여했다.

아들네 집과 딸네 집도 직장 및 가족 단위로 다녀 온 터라 세박 뒷풀이란 핑계로 필자가 거주하는 일산에 3가족이 총집합을 했었다.

동네서 함께 식사를 끝내고 자리를 뜨려는데 세 손주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아 “할아버지 노래방”한다.

은근히 바라던 터라 모두가 “노래방 좋지”로 의기투합, 필자가 선발대로 바로 근처 지하 노래방으로 내려가다가 난데 없이 삐걱하고는 오른 발목이 시멘트 계단과 격렬하게 부딪치며 우주 천체가 빅뱅을 하듯 강력한 충돌현상이 일어났던 것.

나중 안 일이지만 인대가 늘어난 증상으로 필자로선 난생 처음 겪는 대형사고였다. 그러나 손주들 앞에서 할아버지가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귀여운 재롱과 노래에 마취되어 고통을 잊은 채 절룩이며 손벽도 치고 노래도 따라 부르고 신나게 춤도 췄다.

6학년 손자는 갓 나온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를, 3학년 손녀는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에, 유치원 외손녀는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를 걸그룹이나 아이돌 못잖게 기막히게 불러 제쳤다. 달라진 세상을 실감했다.

‘산토끼’나 ‘학교종’은 아득한 옛날 동요로 묻힌 지 오래된 분위기였다. 모두가 떠나고 준독거노인(?)의 거처인 골방 서재에 들어서자 마자 서서히 견디기 힘든 진통이 왔다. 바로 야누스의 또 다른 한쪽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무더운 여름밤을 하얗게 새고 익일 새벽, 참호에서 총격을 받은 병사가 야전병원을 찾는 처참한 기분으로 콜택시를 불러 응급실을 찾았다.

말로만 듣던 MRI를 찍고 난생 처음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는, 비록 한시적이지만 급수를 알 수 없는 장애인으로 분류된 것이다. 담당 의사는 인대가 늘어난 증상이라 그만하면 천만다행이라고 위로를 했지만 너무 큰 충격이었다.

그리고 필자가 그간 영위해온 그런대로의 삶이 계단 하나 잘 못 디딘 실수로 일순간에 행복이란 문을 닫고 불행이란 야누스적인 반전의 문을 노크한 꼴이 된 것이었다.

마치 사진촬영 기법의 하나로 ND필터를 끼워 밝은 시계(視界)를 온통 음침하고 흐린 모습으로 변형하는 글래스 워크(Glass Work) 화면 속의 주인공으로 변신 하게 된 것.

초기에는 일산서 광화문을 콜택시로 누비며 출퇴근을 하다가 가계의 사면초가 예방을 위해 이제는 기본료 거리 전철역까지만 택시를 타는지라 아직도 여전히 죄없는 죄인이 된다.

지팡이를 보이면서 “기사님 발목을 다쳐 짧은 거리지만 잘 부탁합니다”를 되내이며 택시기사 눈치를 살핀다. 계단 한번 잘 못 디딘 범칙으로 야누스적 또 다른 반전의 한 문으로 축출당해 받는 학대가 너무나 잔혹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지팡이를 짚었지만 이젠 의관을 갖췄으니 옛 영화 지지(GiGi) 속 파리공원의 ‘모리스 슈발리에’ 같은 댄디스타일이 아니런가? < 서대남 편집위원 dnsuh@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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