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급 부산 사옥
한국선급(KR)이 정부대행검사의 해외 개방을 지지하고 적극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KR은 17일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입장’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간 상호개방 원칙에 의거해 정부와 함께 정부대행 검사권의 개방을 적극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선급시장은 IACS(국제선급연합회) 13개 회원사가 전체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IACS는 세계 해운업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상위 선급들로 이루어진 조직이다. 정회원에 KR을 비롯해 미국(ABS) 프랑스(BV) 중국(CCS) 노르웨이(DnV) 독일(GL) 영국(LR) 일본(NK) 이탈리아(RINA) 러시아(RS) 폴란드(PRS) 등 11곳이, 준회원으로 인도(IRS) 크로아티아(CRS) 등 2곳이 가입해 있다.
13개 회원사의 소속 국가는 모두 ‘1국가, 1선급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자국의 정부대행 검사를 자국 선급에 맡기고 있다. 선급의 역할이 국가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까닭이다.
KR은 정부의 검사권을 선박안전기술공단과 함께 대행해 왔다. 두 기관이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것이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정부검사권을 외국 선급에도 개방해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정부검사권의 개방은 수수료 상승 등 국내 해사, 조선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신중하게 준비해서 향후 개방한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KR의 검사 수수료는 외국선급에 비해 선박검사는 30% 이상, 기자재 검사는 3배 이상 저렴하다. 한국의 영세 해운회사, 중소 조선회사, 기자재 회사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책적으로 책정한 가격이다.
KR의 저렴한 수수료는 외국선급의 수수료 상승을 억제하는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선급의 기술력과 신뢰도, 가격 경쟁력이 세계 조선 1위, 선박소유 5위인 한국의 해사산업을 지원하고 있다는 평가다.
KR은 현재 덴마크 그리스 싱가포르 등 IACS 비회원국 65개 정부의 검사권을 대행하고 있다. 또 전통적인 해양강국이자 초일류선급이 있는 영국에 정부 검사권의 개방을 요청한 바 있으며 우리 정부에도 이미 정부 검사권의 개방을 요청했다. 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우리 시장도 열어야 하는 상호개방 원칙 때문이다.
KR은 “정부검사 수입은 전체 수입의 5%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검사 대행의 비용은 크고 수익률은 미미하다”며 “정부검사권 개방을 계기로 영국, 일본, 미국 등 선진선급과 경쟁하며 글로벌 시장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KR은 내항 여객선 안전 체계를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밝혔다.
KR은 첫 번째로 선급의 안전 정보 공유체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선급의 안전조치 내용을 해경 등 감독기관이 알지 못했다는 점도 <세월>호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선박검사-운항관리-감독기관 간에 체계적이고 연속적인 관리, 감독이 이루어지려면 정보 공유 체계가 필요하다.
KR은 관계부처와 협의해 선박안전과 직결되는 사항을 정부와 감독기관에 통보하는 제도적 절차를 마련키로 했다. 현재 운용 중인 ‘웹기반 선박 이력조회 시스템’ 의 열람권을 제공해 안전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로 복원성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평형수량, 화물 적재량, 적재 위치 등 복원성에 관련된 사항은 쉽게 파악하기 어렵고 감독기관에서 확인하기도 어렵다. KR은 복원성에 관한 조치사항과 화물 적재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적화관리컴퓨터(Loading Computer) 시스템을 관계기관과 협의해 일정선형 이상의 선박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제시했다.
로딩 컴퓨터 시스템은 외항선박에 의무화된 국제규범으로, 선박에 도입할 경우 운항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
세 번째로 여객선 안전 체계를 외항선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이다. 대양을 운항하는 외항선은 국제 안전, 운항 규정의 준수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내항선은 국제규정의 준수의무에서 벗어나 있다.
KR은 재난시 인명 피해가 큰 여객선만큼은 내항선이라도 외항선 수준의 국제 안전규정을 적용하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KR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검사 업그레이드는 비용 부담을 최소화해 즉각 시행키로 방침을 세웠다.
네 번째로 영세한 내항 중소선사에게 무상 안전교육을 시행한다. <세월>호 사례에서 나타났듯 대부분의 중소 여객선사에서는 승무원의 안전교육에 소홀하고 교육에 대한 투자여력도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KR은 외항선에만 적용되는 안전운항 국제규정인 ISM코드(국제안전경영코드)를 내항선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여객선 안전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선주, 승무원에 대한 무상교육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학생과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선박안전 프로그램도 개발해 운영키로 했다.
다섯 번째로 선급 검사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KR은 국제선급연합회(IACS)의 표준 안전규칙과 자체 개발한 엄격한 매뉴얼에 따라 검사를 진행하기에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검사 업무를 더 꼼꼼히, 엄격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여객선 검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경험이 풍부한 책임급 이상 검사원의 현장투입을 확대하고 신속성보다는 안전성을 택해 충분한 검사시간을 갖도록 개선하겠다는 설명이다. 부득이 검사기일이 촉박할 때는 검사 투입인력을 증원키로 했다. 또 관계부처와 협력해 안전성을 강화하는 각종 제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KR은 마지막으로 최근 한국선급 간부 직원이 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하고 접대한 혐의로 기소되는 사례가 발생한 점을 의식해 법인카드의 관리를 엄격히 하고 클린 KR 정착을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청렴 윤리 경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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