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화주의 클레임으로 번질 뻔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한 기업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50여년의 업력을 지닌 한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 A사다. 이 물류기업은 부산발 이스라엘향 FCL(만재화물)·LCL화물(소량혼재화물)을 한진해운 선박에 선적했다. 부산에서 상하이까지는 한진해운이, 동맹 선사인 코스코가 상하이에서 최종 도착지인 이스라엘까지 운송을 맡았다.
사건이 발생한 건 9월1일. 우리나라 최대 해운사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국제물류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A사도 후폭풍을 피해갈 수 없었다. 같은 얼라이언스 소속인 코스코가 상하이에서 선적을 거부했다.
게다가 상하이항 터미널운영사까지 컨테이너를 잡는 바람에 A사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동맹선사의 선적 거부와 터미널운영사의 가압류로 화물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중국 당국은 자국으로 유입된 화물은 보호하고, 한진해운의 화물은 터미널 사용료를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억류됐다.
상하이항 양산터미널 보세구역 내에서 콘솔작업이 어려운 탓에 A사는 어떻게든 화물을 밖으로 내보내야만 했다. A사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관련 기관·업체와 머리를 맞댔다.
그 결과 상하이 소재 영사관 관세청 코트라 한진해운지점 한국국제물류협회와 협력한 끝에 터미널에 묶인 화물을 반출하는 데 성공했다.
A사는 한진해운 현지 대리점에 요청해 마스터 선하증권(Master BL)에 기재돼 있는 도착지를 이스라엘에서 상하이로 변경했다. 한진해운 대리점은 중국 세관에 수정·신고를 진행했고 중국 도착 화물로 인식된 컨테이너는 보세 구역을 벗어날 수 있었다.
곧바로 A사는 컨테이너를 다른 보세창고에 옮겨 놓고 수입 후 다시 수출 통관하는 방법으로 화물을 다른 선사에 선적했다. 추가 환적비용이 발생했지만 폐기까지 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 화주와 파트너의 불만도 누그러졌다.
A사 대표는 중국 상하이항에 하역된 또 다른 기업들의 화물에 대해 걱정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컨테이너 화물의 경우 환적 통관이 어려운 까닭이다. 이 때문에 중국 상하이에 내려진 화물은 시간이 지나면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토로했다. 중국 항만을 경유하는 한진해운 컨테이너를 항만당국이 붙잡아 두고 있어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A사 관계자는 “상하이항에 내려진 컨테이너에 특단의 예외 조항을 만들어 도착지로 보내면 몰라도 타 선사 환적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도 상하이에 묶여 있는 화물이 상당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우리의 사례를 참고해서라도 화물 반출이 지연되거나 폐기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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