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7 09:07

기고/ 원목선과 갑판적(甲板積)

변호사가 된 마도로스의 세상이야기(10)
성우린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우리 배도 드디어 원목을 싣게 되네!”

1등 항해사가 사관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 필자의 어깨를 치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필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1등 항해사가 흥분한 것을 십분 이해했다. 필자가 당시 승선한 선박은 본래 원목선임에도 불구하고, 6개월이 넘도록 원목을 선적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선박은 뉴질랜드의 최대 원목 수출항 중 하나인 뉴질랜드 타우랑가항(Tauranga)에 입항하였고, 필자는 조타실 창문 밖으로 부두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원목을 볼 수 있었다. 원목을 보자마자 드는 생각은 ‘세상에 저렇게 큰 나무도 존재하는구나’라는 것과 ‘원목이 너무 크다보니 우리 선박 화물창 안에 들어갈 수가 없고 선박의 지주(Stanchion, 기둥의 형태로 원목선의 양현에 설치된 것으로 원목이 해상으로 빠지지 않도록 하는 장비)가 드디어 제 역할을 하겠다’라는 것이었다.

화물창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소형 원목이 우선 선적되고, 예상한 대로 대형 원목이 선박의 갑판 위에 선적되기 시작했다. 타우랑가항의 원목 전용부두에 설치된 대형 갠트리크레인이 엄청나게 큰 원목을 선박의 갑판 위에 선적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원목 근처로 갔다가는 큰 야단이 나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1등 항해사가 필자에게 오더니 ‘스파이크’라는 것을 신으라며 던져 준다. ‘스파이크’는 주로 설산을 등산할 때 쓰는 장비인데 바닥이 철로 된 가시처럼 되어 있어 작업화에 끼워 원목 위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필자가 ‘스파이크’를 신고 지름이 최소 1미터는 넘어 보이는 원목을 여러 차례 발로 밟고 올라가니 이미 양현에 설치된 지주의 끝까지 원목이 차올랐다.

필자를 포함한 선원들은 항만에 있는 직원들과 함께 항해 중 원목이 유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와이어와 체인을 들고 원목을 고박하였다. 원목 위가 매우 미끄러워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작업을 진행했던 기억이 난다. 위험한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인사 사고도 없이 출항한 후 원목을 안전하게 인천항에 내려주었고, 당시 두둑한 작업수당과 함께 원목선의 추억은 아름답게 끝이 났다.

이와 같이 해상운송에서 화물을 갑판 위에 선적하는 것을 갑판적(甲板積)이라고 한다. 갑판적 화물의 운송과정에서 멸실·훼손·변질 등이 일어나는 경우 해상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의 경감 또는 면제에 대하여 간단하게 살펴보자.

우리나라 상법 제799조 제2항은 “산 동물의 운송 및 선하증권이나 그 밖에 운송계약을 증명하는 문서의 표면에 갑판적(甲板積)으로 운송할 취지를 기재하여 갑판적으로 행하는 운송에 대하여는 제794조부터 제798조까지의 규정에 반하여 운송인의 의무 또는 책임을 경감 또는 면제하는 당사자 사이의 특약이 효력이 있다.”라고 규정한다. 즉, 즉 갑판적 운송의 경우에는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어 운송인이 면책약관의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법 규정과는 별개로, 운송인이 특히 유의할 점은 갑판적 운송에 대하여 당사자 간에 명시적이건 묵시적이건 합의하였거나 확립된 상관습에 의하여 송하인에 의한 갑판적 운송이 승인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연히 선창 내에 화물을 적재하여 운송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갑판적 화물은 운송과정에서 해수, 빗물, 해풍, 직사광선 등 극심한 환경변화에 노출되어 멸실·훼손·변질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송인이 선창 내에 적재·운송하여야 함에도 갑판적 운송을 하였다면 이는 중대한 운송계약의 불이행에 해당될 뿐만 아니라, 운송물이 파손·멸실·변질된 경우 그 권리자에 대하여 불법행위까지 성립한다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 대법원도 이와 같은 논리에 기초하여, 컨테이너에 적입할 수 없는 화물이라면 송하인의 동의가 없는 한 선창 내에 적재하는 것이 해상운송업계의 통상 관행이고, 가령 동의가 있는 경우에도 선하증권 표면에 그러한 사실이 명시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사실이 기재되지 않았으므로 이러한 갑판적 운송을 ‘무모한 행위’로 판단하여, 운송인의 갑판적 화물에 대한 책임제한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바 있다(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다27082 판결).

▲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의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경험을 쌓았다. 하선한 이후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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