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8 09:05

논단/ 상법 제796조의 개별면책사유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 (법학박사)
해상 고유의 위험, 불가항력, 포장의 불충분, 운송물의 특수한 성질 또는 숨은 하자에 관한 사례를 중심으로
<9.14자에 이어>

4. 불가항력(Force Majeure)(상법 제796조 2호)


원래 불가항력은 천재지변(Act of God)을 포함하는 피할 수 없는 자연의 힘은 물론 인위적인 사건으로서의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Act of God란 인위적인 사람의 개입이 없이 발생하는 자연의 힘에 의한 재난으로서 자연의 직접적이고 전체적인 힘에 의해 생긴 것으로 사람의 힘으로 예방하거나 방지대책을 세울 수 없는 것들을 가리키며, 폭풍우, 벼락, 번개, 홍수, 자연적 산불, 화산, 지진, 안개 또는 해일 등이 이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대립되는 개념으로서 인위적인 불가항력은 개인 또는 단체의 행위에 의한 것으로서 전쟁, 내란, 폭동, 화재, 해적 또는 강도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가항력이 있었다고 해 반드시 운송물에 손해가 생기는 것은 아니므로, 해상운송인이 면책되려면 본선의 감항능력 유지의무와 운송물에 대한 상당한 주의의무를 다 해야 한다. 

태풍으로 인한 운송물손해에 대해 해상운송인으로서는 불가항력을 주장해 면책되는 것보다 해상고유의 위험임을 주장해 면책되는 것이 용이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운송물이 콘테이너야드나 육상에 보관된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가항력을 주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이 경우 불가항력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기상관측기술의 발전으로 태풍의 위력이나 피해가 미리 예측가능한 경우가 많아 더욱 그러하다.

다만 태풍 매미와 같은 초특급 태풍의 경우에는 그 특수성 등을 종합해 불가항력을 좀 더 넓게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차제에 태풍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불가항력 여부 판단에 관해 좀 더 확실한 해석기준이 마련됐으면 한다. 

5. 운송물의 포장의 불충분 또는 기호의 표시의 불완전(위 법조 9호) 

포장의 불충분이란 포장이 불량하거나 포장방법이 적절하지 않아 운송중의 통상적인 위험이나 작업을 감당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기호의 표시의 불완전이란 원산지표시, 수량표시 등의 표시가 결여되거나 부정확하거나 불충분한 것을 말한다.

이러한 사유는 운송인이 외관상 알 수 있는 경우에는 이를 선하증권에 기재하지 아니하면 선의의 선하증권 소지인에게 이를 면책사유로 주장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법원 2003년 1월10일 2000다70064판결)

6. 운송물의 특수한 성질 또는 숨은 하자(위 법조 10호)

운송물의 특수한 성질이란 동종의 운송물이 통상의 운송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멸실 또는 훼손을 일으키는 특성을 말하고, 운송물의 숨은 하자란 운송물에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하자가 아니어서 상당한 주위를 기울여도 발견할 수 없는 하자를 말한다.

운송물의 특수한 성질로는 과일이나 어류의 자연부패, 곡물의 자연발아, 액체화물의 자연감소 등을 들 수 있고, 숨은 하자로는 부산물로 인한 화학제품의 변색 등을 들 수 있다.

7. 선박의 숨은 하자(위 법조 11호)

선박의 숨은 하자란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도 발견할 수 없는 선박의 하자를 말한다.

위 면책사유와 감항능력주의의무와의 관계가 문제된다.

상법이 선박의 숨은 하자를 별도의 면책사유로 규정한 이상 손해가 선박의 숨은 하자로 인한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면 감항능력주의의무를 다했음을 증명할 필요없이 면책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Ⅳ. 관련 판례 소개


1. 대법원 2003년 1월10일 선고 2000다70064 판결

가. 판결요지


이 사건 화물의 손상이 송하인의 불충분한 포장, 혹은 화물고유의 특수한 성질 또는 숨은 하자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여부에 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해 원심은, 이 사건 화물의 훼손은 습기의 침투 방지나 충격 흡수 등을 고려하지 않은 송하인의 불충분한 포장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거나 화물 고유의 특수한 성질 또는 숨은 하자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에 대해, 이 사건 선하증권은 무고장선하증권(무유보선하증권, clean on board bill of lading)인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는 선하증권의 소지인인 포스트레이드에 대해 위 기재에 반해 화물의 포장이 불충분하고 양호하지 않은 상태로 선적됐다는 주장을 할 수 없고, 달리 이 사건 화물의 훼손이 화물 고유의 특성이나 숨은 하자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는 이유로 위 피고의 주장을 배척했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은 운송인의 면책사유에 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평석

위 판결은 무고장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화물 포장의 불충분을 면책사유로 주장할 수 없음을 판시한 것으로 그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5. 대법원 2006년 5월12일 선고 2005다21593 판결

가. 판결요지


이 사건 운송물인 페놀은 그 제조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로 인해 변색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인 점, 이 사건 운송물인 페놀이 육상탱크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선박 내 탱크로 곧바로 선적되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유입될 가능성은 없어 보이는 점, 이 사건 운송물인 페놀은 그 직전 운송물인 황산의 잔존이나 운송용기인 14-c 탱크의 재질로 인해 변색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는 점, 선적 당시 육상 파이프라인의 끝부분에서 채취해 따로 운송한 샘플 역시 탱크 내에 보관돼 운송된 페놀과 동일한 정도의 변색을 보인 점, 인스펙토리트에서 채취한 샘플들은 하적 당시까지 변색되지 않았지만 그 후 변색이 진행된 것으로 보아 그 전에 변색이 진행되지 않은 것은 동결점 이하의 온도에서 보관된 때문으로 보이는 점, 운송 중 일시적으로 발생한 섭씨 5° 범위 내에서의 온도 하락은 이 사건 운송물인 페놀의 변색과는 무관하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운송물인 페놀은 그 자체의 특수한 성질이나 제조과정에서 생성된 부산물의 존재 등 숨은 하자로 인해 변색된 것이고, 그와 같은 변색은 그 특수한 성질이나 숨은 하자로 인해 보통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피고의 면책항변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것은 정당하고, 원심의 판단에는 이 사건 운송물인 페놀의 변색이 그 특수한 성질이나 제조과정에서 생성된 부산물의 존재 등 숨은 하자로 인해 보통 생길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취지 또한 포함돼 있다고 보이므로, 거기에 상법 제789조 제2항에서 정한 운송인의 면책사유에 대한 법리오해나 심리미진에 의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평석

위 판결은 페놀의 특성에 비추어 변색이 운송물의 특수한 성질이나 부산물의 존재 등 숨은 하자로 인한 것임을 인정한 것으로 운송물의 특수한 성질 또는 숨은 하자의 인정 기준을 설시한 데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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