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2 09:06

“코로나백신 접종 1순위는 휴가중인 선원”

인터뷰/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정태길 위원장
마도로스박물관 조성 선상투표 확대 임기내 관철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역사상 30년 만에 재선에 성공한 정태길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물류 역군인 선원들에게 백신을 가장 먼저 맞혀야 한다는 게 선원노련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해양수산 기자단과 만나 “대한민국 수출입물동량의 99.7%를 수송하는 선원들에게 백신을 우선 접종해 줄 것을 정부당국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부작용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해 휴가 중인 선원부터 맞히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항선원 1만1000명 중 한 달마다 1100명 정도씩 휴가를 나온다고 소개하면서 2000회분씩 매달 백신을 공급해주면 휴가 나온 선원들이 순차적으로 접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휴가 중인 선원이 4주에 걸쳐 2차례 백신 접종을 한 뒤 후유증이 없을 때 승선해야 한다. 선원은 바다가 직장 아닌가? 배에 있는 사람이 내려서 접종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승선한 선원이 백신을 맞고 부작용이 일어난다면 배가 운항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선원 생활 이해 부족에 코로나 대응 어려워

정 위원장은 정부의 선원 몰이해를 지적했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지난 1년 동안 선원 마스크 확보와 차별적인 격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정부당국자를 잇달아 만났지만 선원들이 바다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몰라 이해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선원들만 하선 후 14일 격리 조치를 하자 항해 자체가 격린데 왜 또 격리하느냐는 7만 선원들의 불만이 빗발쳐 안타까웠다. 연맹 지도부가 대통령까지 찾아다니면서 간절히 요청했지만 정부가 바다에서 생활하는 선원들의 환경을 잘 모르더라. 선원들이 가장 괴로웠던 게 하선하면 대중교통편을 이용 못한다는 점이었다. 선사에서 제공한 봉고차로만 집에 가야했다. 김상조 정책실장을 만나고 질병관리본부장을 만나서 끊임없이 이해시키고 자료를 전달하고 대통령께 편지도 보내 최종적으로 14일 격리를 해제했다.”

아울러 정부와 선사에서 20만장의 마스크를 지원받은 점을 성과로 꼽았다. 선원노련은 지난해 해수부와 고용노동부에서 16만장, 선사에서 6만5000장의 마스크를 지원받아 선원들에게 모두 지급했다. 또 방역복 2만5천장도 공급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국적선원들의 감염사례는 실습생 1명을 제외하고 나오지 않았다.

“작년 11월까지 7만 회원 중 단 한 명도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연말까지 한 명도 발생하지 않기를 바랐지만 지난해 12월 광양지역 실습생 한 명이 감염됐다더라. 이 실습생도 14일 격리 뒤 음성 판정을 받고 정상 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워라밸 충족하는 선원종합복지회관 건립 추진

정 위원장은 선원노련의 숙원사업으로 ▲선원종합복지회관 건립과 마도로스박물관·기념거리 조성 ▲지방선거·보궐선거 참여 등 두 가지를 들었다. 현재 부산항 일원엔 선원복지시설이 8곳 정도 운영 중이다. 휴게실 매점 인터넷 종교·상담실 운동시설 숙박시설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입출항 선원 수에 비해 시설이 미흡하고 낙후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요즘 선원들의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낡은 복지서비스에 머무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 위원장은 선원 자격과 승선에 필요한 교육·훈련은 물론 어학 전산 등 직업능력개발과 학위 취득 교육을 할 수 있는 시설과 트렌드와 취미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새로운 형태의 선원복지회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독광부나 간호사는 국가에서 (그 공을) 인정하고 있지 않나? 심지어 월남 파병 용사까지 국가에서 보상해준다. 조금만 질병이 있어도 보상해준다. 하지만 우리 선원은 70년대부터 90년대 초까지 송출선원이 외화벌이에 기여했지만 위상 정립은 안 되고 있다. 순직선원위령탑에 9252명의 선배 영령들이 잠들어 있음에도 선원에 대한 대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한탄스럽다. 반쪽짜리 국민인 선원들을 위해 마도로스박물관과 거리를 조성해야 한다. 정부와 부산시에 줄기차게 이를 건의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또 “선원들이 선상투표를 통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엔 참여하고 있지만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선 배제돼 있다”며 이 문제도 임기 동안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모든 공직선거에서 선원들의 투표권을 보장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개정안은 선상투표의 범위를 현재의 대선 총선에서 지방선거와 재선거 보궐선거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1년간 위원장 활동에 걸림돌이 됐던 법적 다툼은 모두 일단락됐다. 30년 만에 선원노련 위원장 재선에 성공한 뒤 정 위원장은 상대 후보가 제기한 소송으로 고초를 겪었다.

그는 “지난해 11월부로 형사소송이 모두 기각되고 (선거효력정지 및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상대방이 취하해 모든 문제가 종결됐다”며 “앞으로 통합정신으로 선원노동자를 위해서 열심히 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17년 1월 선원노련 제29대 위원장에 오른 정 위원장은 지난해 1월 다시 도전해 18~19대 김부웅 위원장 이후 30년 만에 재당선됐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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