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2-27 17:33
(전국종합=연합뉴스)김상현 기자 = 부산시 영도구 봉래동 대선조선 신조선박 독(dock)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상대 실습선 1척이 붙어 마무리 건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불과 몇년전만해도 대선조선 독에는 4~7척의 신조 선박이 열 지어 마무리 망치소리와 기계 돌아가는 소리로 뒤엉켜 시끄러웠으나 지금은 간간이 들리는 망치소리와 현장직원들의 한숨만 뒤섞여 들려올 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세계 조선시장에서 수주받은 주문량은 모두 313척 1천40만2천t 규모로 99년에 이어 2년째 조선강국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조선대국으로 우뚝 섰다.
그러나 세계 1위의 조선대국 뒤안길에는 전국 120여곳의 중소조선소들이 사상 최악의 불황속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27일 중소조선소 조합인 한국조선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회원사 120곳 가운데 그나마 공장을 돌리고 있는 회사는 불과 20-30여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건조 규모 2만t급 미만의 어선과 화물선 등을 건조하거나 선박수리업을 하고 있는 중소조선소들은 부산과 통영, 여수와 목포, 군산 등 전국에 모두 120곳이 산재해 있으나 지난 3년사이 이중 30% 이상이 부도가 났거나 사실상 휴업상태다.
IMF 관리체제 이후 해운사들은 부채비율을 맞추기 위해 신조를 전면 중단하고 있던 선박마저 매각하는데다 99년 한.일어업협정으로 어선도 올해까지 1천248척을 특별감척하는 등 2004년까지 전체 어선의 25%가 감척될 예정이다.
여기에 수년째 지속되는 건설경기 불황으로 바지선 등 공사용 부선조차 신조수요가 끊긴지 오래로 국내 중소조선소들의 체감경기는 몇년째 얼어붙어 있다.
연간 500억-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부산 대선조선은 지난해 신조 수주가 한척도 없었으며 그나마 지난해 15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수리조선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대선조선은 IMF 관리체제 직후인 98년 이후 사실상 신조 수주가 거의 끊기면서 신조선 부분 현장인력에 대한 휴직을 실시하고 전체 직원의 30-40%를 구조조정했으며 매년 부산지방노동청으로부터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시 사하구 구평동의 ㈜강남도 지난 96년 신규사업으로 선박플랜트 분야에 진출, 자산가치로 300억원이 넘는 시설을 투자했으나 계속된 불황으로 선박플랜트 분야를 대기업인 현대중공업에 임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조선공업협동조합 이재환 부산사무소장은 "98년 이후 사실상 중소조선업은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특히 300t미만 어선을 건조하는 소규모 조선소들은 부도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도산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하고 있다.
100t이하 건조능력 업체 28곳이 등록한 경남 통영시의 경우 지난 90년 초만해도 연간 250-300척을 건조했으나 99년에는 134척으로 줄었고 지금은 28개 업체중 삼양조선, 성진조선 등 10여개가 사실상 휴업에 들어갔다.
전남 여수의 현대조선소도 매출액이 98년 25억원에서 99년 20억원, 2000년 15억원으로 매년 줄고 있으며 나머지 여수지역 19개 조선소도 같은 상황이다.
이들 조선소 관계자들은 "이제는 국내 어선을 상대로 한 조선사업으로는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며 "앞으로 외국 선박을 수주하거나 아니면 행정선, 여객선,유조선 등을 건조하는 몇개 업체만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남 목포시 연산동의 광양조선도 지난해 10월 20일 자금사정 악화로 최종부도가 났으며 지난달 30일 법정관리 개시명령을 받았으나 수주물량이 없어 그나마도 불투명한 상태다.
목포지역에서 그나마 탄탄한 업체로 알려진 일흥조선도 99년 이전에는 연 매출액이 200억원대에 달했으나 지난해 150억원으로 줄어든데 이어 올해는 아예 매출목표를 130억원으로 하향조정해 놓고 있다.
전북 군산의 대양조선소의 경우 98년에 해양수산청의 30t급 행정선을 수주한 이래 지금까지 신조선박은 전무한 상태로 그나마 선박 수리로 회사를 근근이 이끌어가고 있으나 이마저도 물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선박수리업의 경우 국내 중소조선소의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으로 한때 러시아 원양어선들이 대거 몰려올 정도로 반짝 호황을 누렸으나 99년 이후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 조선소들이 경쟁에 가세하면서 지금은 수주물량의 40% 이상을 중국에 빼앗기고 있다.
이재환 부산사무소장은 "중소조선업의 위기는 단순히 수주량 감소 차원을 넘어 국내외적으로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있다"며 "그나마 중소조선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해운업과 수산업을 활성화해 선박수요를 늘리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