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09:15

알기 쉬운 해상법 산책/ 갑판적 운송, 어디까지 허용되나

법무법인 세경 최기민 변호사


“Shipped on deck at shippers/charterers’ risk.” 

선박의 갑판(on deck)에 선적된 운송물은 파도와 강풍에 의하여 멸실 또는 훼손되거나 해수 침수로 손해를 입을 위험이 크다. 이들은 선박이 해상위험에 처하게 되면 1차적인 처분 대상이 되기도 쉽다. 따라서 갑판적 운송(on deck carriage)은 특약이나 관습이 없는 한 금지된다.

그럼에도 운송물을 화물창이 아닌 갑판 위에 선적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긴급하게 해상운송이 필요한 화주가 선박의 제한된 공간을 고려하여 갑판적 운송을 요청하는 경우(이 경우 위의 문구가 운송증서에 기재될 것이다)나 운송인이 운항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갑판적 운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또한 화물의 특성상 갑판적 운송이 통상적인 운송 방법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반면, 컨테이너 운반선에는 컨테이너를 안전하게 갑판적하여 운송하기 위한 설비가 갖추어져 있고 일반적인 컨테이너 박스는 내장된 화물을 해수로부터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해운 실무상 컨테이너 운반선에 의한 컨테이너 화물의 갑판적 운송은 원칙적으로 허용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컨테이너 화물은 갑판 아래(화물창)이든 갑판 위(갑판적)든 무작위로 선적되는 것이 운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선하증권 등 운송증서나 운송계약서에는 운송인의 선택에 따라 갑판적 운송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갑판적 자유약관(Carriers have liberty to carry goods on deck)이 존재한다.

그러면 여기서, 사방이 밀폐된 일반 컨테이너 박스가 아닌 지붕이 개방된 오픈 탑 컨테이너(open top container)나 바닥과 네 구석의 기둥 형태만으로 된 플랫 랙 컨테이너(flat rack container)도 운송인의 선택에 의한 갑판적 운송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위 두 유형의 컨테이너가 갑판 위에 선적되면 화물창에 선적된 경우보다 화물 손상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송하인이 갑판적 자유약관의 존재나 의미를 알고 있었거나 알 수 있었고, 특별히 화물창 내 운송을 요청하지 않은 경우에는 플랫 랙 컨테이너를 갑판적 운송한 사실 자체가 운송인의 과실이라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2017. 10. 26. 선고 2016다227663 판결)은 좋은 참고가 된다. 즉 우리 법원은 일반 컨테이너 박스가 아닌 플랫 랙 컨테이너의 경우에도 갑판적 자유약관에 따라 운송인이 자신의 선택으로 갑판적 운송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운송물에 대한 갑판적 운송이 허용되는지 여부와 함께 문제되는 것은 갑판적 면책 특약에 따라 운송인의 책임이 면책 또는 경감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일반적으로 갑판적 화물은 헤이그 (비스비)규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헤이그 (비스비)규칙보다 운송인의 책임을 경감시키는 내용의 약관(선하증권 이면약관)이 존재하더라도 당사자 간의 갑판적 운송에 합의가 있다면 그 약관은 유효하다. 우리 상법에도 비슷한 규정이 있다(제799조 제2항). 그렇다고 하더라도 선하증권 등 운송증서에 단순히 “Shipped on deck at shippers/charterers’ risk”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거나, 이면약관에 갑판적 면책조항이 기재된 사정만으로는 당사자 사이에 갑판적 면책 특약이 성립하였다고 판단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면책 특약의 성립과 관련된 다른 구체적인 사실관계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이 되었든 가장 바람직한 것은 갑판적 운송과 그에 따른 책임 정도(면책)에 대한 당사자 간의 합의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따라서 선하증권 등 운송증서 “전면”에 명확히 갑판적 운송을 표시하는 것이 좋고, 실제로 갑판적 운송하여야 하며, 갑판적 운송에 따른 운송인의 면책 여부에 대한 문구를 선하증권에 별도로 삽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국법이 준거법으로 적용된 사안이었지만, 운송인과 송하인 사이에서 갑판적 면책 특약을 논의한 이메일의 존재를 하나의 판단 요소로 본 판례도 있다(서울고법 2021. 11. 25. 선고2021나2010140 판결). 다만, 적용되는 국가의 법(준거법)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으니 해당 국가의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여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산적화물(bulk)의 경우 해당 화물이 갑판적 운송에 적합하지 않으면 비록 선하증권에 갑판적임을 표시하고 운송인에 대한 면책 특약을 기재하였더라도 P&I 보험의 담보에서 제외된다고 주장하는 IG Club의 사례도 확인된다. 이제는 갑판적 운송에 적합한 화물인지 여부도 검토할 필요가 생겼다.

이렇듯 갑판적 운송에 관한 법률관계는 단순하지 않고, 그 허용 여부부터 허용되는 범위까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컨테이너 박스가 다양한 형태로 발전, 진화하면서 실무적으로 원칙적으로 허용된다고 보았던 컨테이너 화물의 갑판적 운송에 대하여도 다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나, 실무에서 널리 이용되는 빈도에 비하여 갑판적 운송에 관한 다각도의 연구가 부족했음을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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