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0 09:06

대형선마저 역전당한 한국조선 인력난까지…“설상가상”

韓 대형컨선 수주점유율 95%→21% 추락, 중국은 66%로 ‘껑충’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 제10차 해운조선물류안정화 포럼 개최


기간산업인 조선업의 경쟁력 강화에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향후 10년간은 탈탄소화에 따른 선박 수요 확대로 한국조선에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현재 상황이 이어지면 20년 후 일감 절벽에 직면한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 거란 우려다.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 대회의실에서 열린 ‘10차 해운·조선·물류 안정화 포럼’에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양종서 박사는 “정부의 정책이 조선업의 중요도를 과연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의구심이 아니라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호황이지만 연구자들이 보기엔 조선업의 미래가 굉장히 불안하다”고 말했다.

양 박사는 현재 국내 조선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로 인력난에 따른 생산성 저하를 꼽았다. 인력이 외국인으로 대체되면서 생산시스템이 불안정해 조선업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일감을 고려하면 매월 90만~100만t(CGT·수정환산톤)의 인도량이 나와야 하지만 다소 부족하다는 얘기다.

특히 양 박사는 지난 2016년 해양플랜트와 일감 절벽으로 대규모 손실을 본 조선업계를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이 미래를 고려하지 않은 채 진행된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금융 논리에 의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퇴직자들이 업계를 떠나고 산재 사고와 임금 체불 문제도 잇달아 발생하면서 인력 유입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기간산업을 고려한 조항을 포함시켜 사이클을 타는 조선해운업이 다가올 불황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양 박사의 설명이다. 

그는 “해운조선업은 재무적인 위기가 닥치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해 채권 기관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데 국가필수 산업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구조”라며 “촉진법에 의해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에 전문가 집단이나 정부 기관이 모여 어느 정도의 규모를 유지할 것인지 등을 토의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선 건조 시장에서 중국에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는 한국조선의 현주소도 드러났다. 

영국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조선의 1만7000~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의 평균 수주 점유율은 2011~2015년 95%에서 2021~2024년 21%로 곤두박질쳤다. 반면, 중국은 4%에서 66%로 수직 상승했다. 한국조선은 수에즈막스 탱크선도 중국에 빠르게 추월당했다. 

 


한국조선의 2011~2015년 수에즈막스 탱크선 수주 점유율은 67%에서 2021~2024년 39%로 떨어진 반면, 중국은 23%에서 52%로 껑충 뛰었다. 

양 박사는 “과거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조선 3사의 경쟁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국내 조선사들의 대형선 수주 점유율이 역전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별 수주 영향일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경쟁력 상실을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 주력 먹거리인 LNG 운반선의 발주 수요가 향후 감소하면 조선사들의 수주 역량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지나친 경쟁과 협력 문화와 산업계 리더십 등의 부재도 국내 조선사들의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불확실성이 높은 미래를 앞두고 중국 일본 등은 경쟁사들과 협력하고 국가가 주도해 프로젝트나 R&D(연구개발) 사업을 진행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조선사들이 지자체와 동반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 부분은 중국 일본과는 굉장히 다른 점이다. 조선업은 국가마다 클러스터가 있는데 우리나라엔 전술적 전략적 협력이라는 개념조차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종서 박사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끝으로 양 박사는 “조선업이 국가 안보에 직결된다는 인식 자체가 없으면 결국 기업들은 구조조정촉진법에 의해 구조조정을 밟게 되고 기자재업계 또한 축소돼 조선업 전체가 붕괴될 것이다. 변화 없이 현재의 흐름대로 이어진다면 한국조선은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자율운항기술 도입시 연료 최대 25% 절감”

자율운항 기술이 선박의 해양 사고를 줄여주고 인력 확보와 연료 절감에 도움이 될 거란 주장도 나왔다. 

HD현대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인 아비커스(Avikus)의 임도형 대표는 “선박의 자율화·자동화는 시대적 필연이며 단계적·점진적으로 진행되며, 자율운항 기술은 조선해운기자재업계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임 대표는 5년 이내 15만명의 선원이 부족하고 해양사고의 약 80%가 인적 과실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상운송이 온실가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달하며,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를 만족하지 못하는 선박은 운항이 금지된다. 

아비커스는 최근 팬오션의 벌크선에 하이나스컨트롤(HiNas Control)을 설치한 후 연료 절감이 12~25%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이나스는 각종 항해 장비와 센서에서 수집된 정보를 인공지능(AI)이 융합하고 증강현실(AR)을 활용해 선박이 자동으로 최적 항로와 속도로 운항하거나 충돌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한다. 

사용자인 항해사의 운항 피로를 줄이는 항해 보조 용도로 개발된 자율 운항 시스템은 선박의 안전 운항과 연비 향상을 도와 해양 사고를 낮추고 대기 오염 물질 배출을 저감하는 효과도 볼 것으로 기대된다. 

임 대표는 “로터세일은 비용도 들고 비가역적이라 한번 설치하면 원상복구가 안 된다. 하지만 하이나스는 설치가 2~3일 안벽에서 가능하고 자율운항에 따른 최적운항이 가능해 환경규제에 임팩트있는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밸류링크유 남영수 대표는 해운물류산업에서의 AI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하며 적용 사례를 소개했다. AI는 수요 예측 및 공급량 계획, 창고 내 로봇, 결함 감지, 화물 분류, 자율주행 및 드론, 가격 책정, 배달경로 최적화, 사무 자동화, 고객 응대를 위한 챗봇, 영업 및 마케팅 분석에 사용되고 있다. 

선박에는 AI가 선박 항로 최적화에, 항만에선 AI를 활용한 자동화가, 풀필먼트 센터에선 실시간 운송 현황에 관한 모니터링 등이 각각 가능하다. 

남 대표는 “1930년경 말과 자동차의 사용량이 같았지만 현재 말은 사라졌다. 빨리 디지털 전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고려대학교 해상법연구센터 김인현 교수는 “해운조선물류업계에 계신 분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고 우리 산업이 안정화되고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 포럼은 해운조선물류분야 전문가가 함께 모이는 우리나라 유일한 포럼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조승환 의원은 “우리 바다공부모임을 원천으로 여러 온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는 것을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며 “해운조선물류분야는 항상 안정화를 추구해야 하는 산업군이라 생각한다. 요즘 세계 정세가 급변하고 있어 이런 것 때문에라도 안정화가 정말 필요하다고 본다. 더욱 포럼이 발전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국제물류협회 원제철 회장은 “포럼이 해운조선 물류산업의 안정화에 시급했던 코로나 시절에 시작한 것이 매우 의미 있는 마중물이었다”며 “이번 포럼이 대한민국 경제에 근간인 해운물류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혜안 마련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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