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연임에 성공한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P&I) 성재모 전무는 새로운 임기 동안 선주상호보험조합법 개정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 전무는 조합법이 개정되면 전쟁보험 선박보헙 등의 사업 다각화가 가능해져 재정 건전성이 개선될 걸로 기대했다. 다만 손해보험사 등의 경쟁사에서 법 개정에 반발할 걸로 예상되는 만큼 해양수산부와 협의해 이들을 설득하는 데 힘을 쏟는다는 구상이다.
성 전무는 또 상호보험요율 도입 등 P&I 보험(선주배상책임보험) 국제 카르텔인 IG에 가입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Q. 재연임을 축하드린다. 소감은?
감사하다. 코로나 시기인 2020년 7월에 처음 선임돼 이제 세번째 임기를 맡게 됐다. 지난 6년간 2019년 대형사고로 어려움에 처한 KP&I의 상황을 정상화를 시키기 위해 조합의 모든 구성원들과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 노력이 일부분 결실을 맺었고 2025년 실적이 많이 개선돼 제게 다시 한 번 중책이 주어져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회원사, 회장님과 이사회, 사무국 임직원들과 혼연일체가 돼 추진 중인 여러 사업들을 잘 준비하고 최대한 마무리 해 KP&I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한국 해운의 위상에 걸맞은 P&I 보험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Q. 6년 간 재임하면서 거둔 성과를 꼽는다면?
우리 조합은 2019년 2월 솔로몬제도에서 발생한 <솔로몬트레이더>호 사고 전까지 매년 수십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하지만 사고 이후 연간 재보험료가 500만달러 수준으로 인상되면서 흑자를 내는 게 불가능한 구조가 됐고 재임 기간 6년 중 3년간 적자를 냈다. 특히 2024년엔 한 달 가격으로 거영해운 선박이 연이어 침몰하면서 2000만달러의 사고액이 발생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73억원의 손실을 봤다.
2000년 창립 이내 500만달러를 넘는 사고는 현재까지 총 6건이 있었는데 이 중 2건이 2024년에 발생했다. 재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청구하는 대형 사고는 솔로몬 사고 외에 없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취임 이후 적자 재정을 극복하려고 여러 조치들을 시행했다. 우선 기업 문화를 개선했다. 멤버 지향적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연봉제 도입, MBO(목표 기반 성과 관리) 제도를 도입해 공기업적인 사고와 문화를 바꾸려고 했다. 취임 시 34명이었던 임직원 수도 27명으로 20% 감축해 소수 정예로 운영하고 있다.
또 2006년부터 1800만달러의 누적 손실을 낸 선원 전용 상품(Crew Only)을 2023년 철수하고 외형 성장을 위해 전체 보험료의 15% 선까지 확대했던 해외 선대 비중을 5% 정도로 낮추는 등 비수익사업을 정리했다. 아울러 IG 제휴 프로그램의 저희 측 분배 비율을 30%가량 늘려 수익성을 제고했다. 이런 결과가 반영돼 지난해 56억원의 흑자를 냈다.
Q. 3번째 임기 동안 KP&I를 어떻게 이끌어 갈 계획인가?
선박보험 전쟁보험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려고 선주상호보험조합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조합법이 개정되면 KP&I에 많은 변화가 생길 걸로 예상된다. 우선 전쟁보험이 가능해져 중동 사태 등으로 위협받는 공급망을 안정화할 수 있는 툴이 마련된다. 아직 법 개정 방향이나 백스톱(재보험)의 역할과 주체 등이 결정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다.
다만 KMI(한국해양수산개발원)가 진행하는 연구용역(한국해운을 위한 미래 KP&I의 역할)에 인도 싱가포르 같이 정부가 주도하거나 노르웨이 그리스 등 선주가 주도해 전쟁보험을 도입한 해외 사례가 나오는데 이를 참고하고, 다양한 시장 참여자의 의견을 수렴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을 찾겠다.
또 선박보험을 하려면 우선 내부적으로 전산시스템을 정비하고 개발해야 한다. 다행히 2022년에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도입해 별도의 신규 투자는 필요하지 않다. 그간 내부 역량을 고도화한 터라 연내에 선박보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가능할 걸로 예상한다.
Q. 조합법이 개정되면 선체보험과 전쟁보험 외에 다양한 해상보험 진출이 가능할 걸로 기대된다.
IG 회원사에서 벌이고 있는 사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IG 회원사 중 선박보험은 아메리칸 가르 노스스탠더드 스컬드 스웨디시 웨스트 6곳, 해양플랜트·에너지보험은 가르 노스스탠더드 스컬드 스웨디시 UK 웨스트 등 6곳에서 각각 취급하고 있다.
이 밖에 화주책임보험 납치보험 여객확장담보 지체보험 사이버보험 등 각국의 특성을 반영하고, 고객의 수요에 맞는 다양한 보험을 제공한다. 현재는 조합법 개정에 최선을 다하는 단계라 어떤 보험 상품을 하겠다고 말하는 게 시기상조다. 다만 법 개정이 이뤄지면 전쟁보험 선박보험 지체보험 등의 순서로 사업화가 가능할 걸로 보고 있다.
Q. 조합법 개정을 두고 손해보험사나 금융위원회, 해운조합 등의 반발이 심할 것 같다.
우리 조합은 지난 2017년에도 선박보험과 재보험 사업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조합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당시 손보사는 당연히 법으로 보호받고 있는 시장에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는 걸 극렬히 반대했다.
금융위원회는 선박보험엔 주무 부처인 해수부가 신중히 잘 판단하라는 중립적인 입장이었고 재보험의 경우 KP&I의 설립 취지에 안 맞는다며 반대했다. 해운조합은 반대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9년 전엔 조합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할 만한 해운 환경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북방항로 개척에 보험 전문가인 우리 조합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중동 사태처럼 지정학적 위기로 발생하는 해상 공급망 혼란을 해결하는 데 우리가 기여할 수 있지만 법적인 한계에 막혀 있다는 점을 해수부가 공감하고 있다.
해수부와 협의해 손보사 금융위원회를 설득해 나가겠다. 또 우리 조합법이 개정돼도 지금까지 경쟁이 아닌 상생과 협력의 관계를 맺어 온 해운조합과 계속 협력해 해상보험시장에서 시너지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런 점을 해운조합에 계속 설명드리고 설득하는 건 또 하나의 과제다.
Q. 지난해 국내 해운사에서 톤세제 절감액 일부를 출자해 조합의 자본금을 확충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자본금 규모는 어떻게 변화했나?
지난해 9월 해운협회는 임시총회를 열어 KP&I에 100억원의 자본 확충을 결의했고 이에 맞춰 올해 3월까지 28개 선사에서 93억원을 출자했다. 이로써 우리 조합의 자본금은 지난해 말 현재 627억원으로 늘어났다.
조합법을 개정해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게 되면 그에 맞춰 자본을 강화해야 하는데 국내 해운업계에서 시의적절하게 큰 도움을 주셨다. 자본금 중 240억원이 정부 출연금과 선사를 비롯한 해운업계 출자금이다.
설립 초기 정부에서 85억원을 출연했고 선사와 해운협회 해사재단 등에서 155억원을 출자했다. 특히 해운사는 2005년 톤세를 도입할 때 33억원, 이번에 93억원을 지원했다.
KP&I 사무국은 이들 출자금을 종잣돈으로 삼아 지난 26년간 387억원의 이익잉여금을 축적해 자본금을 크게 늘렸다. 이렇듯 KP&I는 민관이 협력해 가꾼 소중한 우리 자산이다. 아울러 자본금 확충에 참여한 국적선사와 해수부 해운협회에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Q. KP&I가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려면 IG 가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한 의견은?
“성장을 위해 IG에 가입해야 한다”보다 “성장해야 IG에 가입할 수 있다”가 좀 더 정확한 표현 같다. IG엔 아무나 가입할 수 없다. 마치 폐쇄적인 프로야구와 비슷하다. 축구는 승강제가 있어서 잘하면 2부에서 1부로 올라가고 못하면 떨어지지만 야구는 기존 리그에 있는 팀들이 새로운 팀의 가입 여부를 결정하지 않나.
특히 IG의 가입 요건이 명확하지 않고 포괄적이고 선언적이라 대응이 어렵다. 우리가 IG에 가입하려면 크게 3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상호(Mutual) 보험요율을 5년 이상 운영해야 한다. 이건 명확히 규정된 드문 IG 가입 요건이다. (편집자 주: 상호보험료는 최근 3년간의 손해율과 보험사의 경영 실적을 반영해 요율을 사후 정산하는 제도다. KP&I는 고정보험료를 채택하고 있다.)
둘째는 자본력이다. 이건 정해진 규정은 없다. 다만 연간 보험료 이상의 비상준비금을 적립해야 하고 그 규모가 1억달러(약 1500억원)를 넘어서야 한다고 추정한다. 셋째는 사업 구조다. 국제화와 선박 가입 톤수, 선종 등이 IG 회원사에서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가야 한다.
뮤추얼 도입은 2023년과 2024년 사이에 추진했지만 공교롭게 2024년에 대형 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중단됐다. 회원사들이 보험료 상승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번 임기에 다시 추진하려고 한다.
자본력은 조합법이 개정되면 새로운 성장 동력이 생기기 때문에 목표 달성이 한결 쉬워질 거라 생각한다. 톤수나 선종 이슈는 IG 제휴 프로그램이 커지면서 어느 정도 근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국제화는 어려워도 꾸준히 조심스럽게 추진할 생각이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지만 포기할 수 없는 긴 여정이다.
Q. 사고 예방도 흑자 재정의 핵심 요인이다. 가입 선단의 사고 예방을 위해 올해 어떤 사업을 추진할 건가?
우리 조합은 현재 P&I 한 종목만을 취급하고 있어 다른 보험회사들에 비해 사고에 따른 실적의 민감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래서 창립 이래 해상 사고를 줄이려고 국내 어떠한 보험회사나 기관도 하지 않는 많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리면 지난 26년간 3000여권의 사고예방과 위험관리에 대한 책자를 무료로 발간해 회원사를 비롯해 모든 분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선박사고 예방 지침서 ▲P&I사고와 교훈 ▲사고 예방 가이드 등이다. 올해는 지난 10년간 발행한 회보(Circular)를 이슈별로 집대성한 모음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다음으로, 해운업계가 관심을 가지는 현안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선사가 경험해 보지 못했거나 새롭게 등장한 다양한 위험, 예를 들면 선박 내 괴롭힘, 실습 선원 이슈, 온실가스 규제와 용선계약, 연료유 문제와 클레임, 중대재해처벌법, 국제 제재, 전자선하증권 등의 정보를 세미나 개최 등의 방법으로 선제적으로 제공해 사전에 위험을 인지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이다.
특히 올해는 북극항로 투입 선박에 대한 위험성 평가 툴을 개발해 향후 북극항로의 상업적 운항에 대비할 계획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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