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3자에 이어>
(3) 해사안전법 제73조에 의하면 “2척의 동력선이 상대의 진로를 횡단하는 경우로서 충돌의 위험이 있을 때에는 다른 선박을 우현 쪽에 두고 있는 선박이 그 다른 선박의 진로를 피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75조에서는 “① 2척의 선박 중 1척의 선박이 다른 선박의 진로를 피해야 할 경우 다른 선박은 그 침로와 속력을 유지해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라 침로와 속력을 유지해야 하는 선박(유지선)은 피항선이 이 법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다고 판단하면 제1항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조종만으로 피항선과 충돌하지 아니하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다(단서 생략). ③ 유지선은 피항선과 매우 가깝게 접근해 해당 피항선의 동작만으로는 충돌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제1항에도 불구하고 충돌을 피하기 위해 충분한 협력을 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 충돌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이 사건 예인선열은 침로 약 90도, 속력 약 4.0 내지 5.0노트로, H는 침로 약 355도 속력 약 8.0 내지 9.0노트로, 양 선박이 서로의 시계 안에서 상대의 진로를 횡단하고 있었고, 이 사건 예인선열이 H를 우현 쪽에 두고 항해 중이었으므로, 해사안전법 제73조가 적용돼 이 사건 예인선열이 H의 진로를 피했어야 하고, 유지선인 H는 충돌을 피하기 위해 충분한 협력을 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예인선의 항해사인 G은 이 사건 충돌사고가 발생하기 약 10분 전에 이 사건 예인선의 선수 2시 방향 약 1.6마일 부근에서 이 사건 예인선의 진로를 횡단하는 상태로 접근하는 H를 발견했고, 이 사건 예인선이 위 해사안전법 제73조에서 정한 피항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H가 이 사건 예인선열보다 속력이 빨라 이 사건 예인선열의 선미부로 지나갈 것으로 속단한 나머지 이 사건 예인선열과 H 간의 거리가 약 200m 가량으로 좁혀질 때까지 어떠한 감속이나 변침을 하지 아니한 채, 사이렌과 기적을 수차례 반복적으로 울리고, 충돌 약 10초 전에서야 H와 약 70m의 거리를 두고 주기관을 정지했으며, H와 약 20~30m 정도의 거리를 두고 이 사건 예인선의 변침을 시도했다.
(4) 이 사건 충돌사고가 발생할 당시 이 사건 예인선열은 선장인 F와 항해사인 G에 의해 3시간씩 교대로 항해되고 있었고, 당시 G은 원고와 2014년 4월7일 근로계약을 맺고 그 다음날인 2014년 4월8일 이 사건 예인선에서 항해당직을 처음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F는 G에게 이 사건 예인선의 항해기기 등의 작동방법, 항해 구역의 특성 또는 위험상황에 처했을 때의 행동요령 등에 대해 별다른 설명이나 지시를 하지 아니한 채 G에게 항해당직을 인계해주고, 조타실 뒤쪽 침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또한 F는 G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후, 이 사건 예인선의 우현 방향에서 항해중인 H를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육안으로 H의 운항 사항을 지켜보다가 이 사건 예인선열과 H 간의 거리가 약 200m 가량으로 좁혀지자, 그때서야 비로서 충돌위험을 느끼고 H에게 주의환기신호인 사이렌과 기적을 수차례 반복적으로 울리는 한편, H와 충돌하기 약 10초 전에서야 뒤늦게 H와 약 70m 정도의 거리를 둔 상태에서 이 사건 예인선의 주기관을 정지했고, 기관이 정지된 상태에서 H와 약 20~30m 정도 거리를 두고 이 사건 예인선의 좌현 엔진을 후진시키는 방법으로 위 예인선의 변침을 시도했을 뿐이다.
(5) 이 사건 예인선의 소유자인 원고 또한 이 사건 예인선열의 안전한 운항을 위해 항해당직에 관한 상세한 기준을 작성해 이를 시행했어야 하는데, 이 사건 예인선을 운항하면서 항해당직에 관한 체계적인 안전관리절차를 수립하지 아니했고, 이 사건 예인선에는 자동조타장치조차 설치돼 있지 아니했다.
(6) 한편, 상대선박인 H는 2014년 4월8일 15:00경 통영시 매물도 남방 약 9마일 해상에서 새우조망조업을 마치고 어획물을 운반하기 위해 거제시 대포항을 향해 운항했던 것인바, 위 H의 선장인 J는 이 사건 충돌사고가 발생하기 약 20분 전에 조타실에서 레이더로 H의 좌현선수 약 10시 방향, 약 3마일 부근 해상에서 H의 진로를 횡단하는 이 사건 예인선열을 처음 발견했으나, 이 사건 예인선열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속단한 나머지 정면만을 응시하고 항해하느라 좌현에서 접근해 오는 이 사건 예인선열의 움직임을 살펴보지 아니했고, 이에 이 사건 예인선열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아니했다.
(7) 부산지방해양안전심판원은 2014년 9월11일 이 사건 충돌사고는 이 사건 예인선열과 H가 서로의 진로를 가로지르는 과정에서 이 사건 예인선열이 경계를 소홀히 해 유지선인 H의 진로를 피하지 못한 것이 주된 원인이나, H 또한 경계를 소홀히 해 이 사건 예인선열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충분한 협력을 하지 아니해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이 사건 예인선의 선장인 F와 항해사인 G에게 각 2개월간의 항해사 업무정지(다만 6개월간 징계의 집행을 유예하고, 18시간의 선박운항사고예방 직무교육수강을 명했다)를 명하는 한편, 이 사건 예인선의 선주인 원고와 H 선장인 J에게 각 시정권고를 명하는 재결처분을 했다.
(8) 이 사건 예인선의 선장인 F와 H의 선장인 J는 이 사건 충돌사고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죄 등으로 기소돼 각 벌금 900만원과 벌금 700만원의 유죄판결을 선고(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14고정532)받았고, 위 유죄판결은 2014년 12월6일 그대로 확정됐으나, 피고들 또는 피고들의 피용자인 K은 이 사건 충돌사고와 관련해 어떠한 행정적 제재 및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다.
(9) 피고들의 피용자로서 이 사건 부선에 선두로 승선하고 있던 K이 이 사건 예인선열 쪽으로 접근해오고 있던 H를 발견했음에도 이를 이 사건 예인선의 선장인 F 등에게 알리지 아니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당시 이 사건 예인선의 항해사인 G은 적어도 이 사건 충돌사고가 발생하기 10분 전에 이 사건 예인선열의 우현 2시 약 1.6마일 부근 해상에서 위 예인선열의 진로를 횡단하는 상대로 접근하고 있는 H를 발견해 이를 인지하고 있었고, 위 예인선의 선장인 F 또한 G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후 이를 육안으로 확인해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H가 이 사건 예인선열의 선미부로 지나갈 것으로 속단한 나머지 충돌 직전까지 어떠한 감속이나 변침을 하지 아니한 채, H와의 거리가 약 200m 정도까지 좁혀지게 되자 비로소 사이렌과 기적을 울리고, H와의 거리가 수십 미터 정도 거리로 좁혀져서야 뒤늦게 이 사건 예인선의 주기관을 정지하고, 변침을 시도했을 뿐인바, 위와 같은 이 사건 충돌사고 발생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K이 F 등에게 H의 접근 사실을 알리지 아니한 것이 이 사건 충돌사고 발생의 원인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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