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인 거대 구조적 딜레마와 불안정한 국제 정세,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이라는 거센 파도를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올해는 대한민국 해양 역사에 있어 가장 뜨겁고 혁명적인 변화의 원년이 될 것이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과 함께 본격적인 ‘부산 해양수산부 시대’의 닻을 올리고 세계 3대 해양강국을 향한 위대한 출항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부산 해양수산부 시대의 3대 해양국가 비전달성을 위한 국가 대전략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첫째, 단순한 공간이전을 넘어선 ‘국가 시스템을 재설계(Governmental System Redesign)’하는 것이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은 단순히 행정 부처의 주소지를 옮기는 ‘지방 이전’이나 ‘공간 이동’ 수준의 사건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것은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 해양정책의 발목을 잡아온 내륙 중심 행정, 정책의 파편화(Fragmentation), 그리고 산업 간의 단절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국가 시스템 재설계’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그동안 우리의 해양 역량은 지리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심각하게 흩어져 있었다. 정책을 결정하는 ‘두뇌’는 행정수도 세종에, 자본을 움직이는 ‘심장’은 경제수도 서울에, 그리고 산업 현장과 R&D를 담당하는 ‘손발’은 부산과 울산 등 남해안권에 분리돼 있었다. 이러한 지리적 단절은 곧 소통과 효율의 단절로 이어졌고, 2016년 한진해운 사태와 같이 금융 논리가 산업 현장의 실정을 외면하며 세계 일류 해운기업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리는 쓰라린 경험을 낳기도 했다.
이제 ‘부산 해양수산부 시대’는 이러한 분리형 국가행정 모델을 폐기하고, 정책-금융-산업이 단일 생태계로 통합되는 ‘해양 슈퍼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기존의 산업국가형 모델에서 벗어나 부산을 중심으로 해양기술, 금융, 데이터가 하나의 플랫폼처럼 작동하는 해양강국 운영체제(M-POS: Maritime Power Operating System)
<각주>로의 역사적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둘째, 앞으로 10년 내 2035년에는 반드시 세계 3대 해양 메가허브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다시 그려야 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2035년 부산의 미래상은 명확하다. 단순히 국내 최대 항만도시를 넘어 해운·항만·물류·조선·에너지·수산·금융·디지털 산업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초(超) 해양복합도시’로 재편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80조원 수준인 부산의 해양경제 규모를 싱가포르항, 홍콩항의 절반 정도인 200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세계 톱 3 물류도시이자 아시아 해양금융의 핵심거점으로 도약해야 한다.
먼저 아시아 3대 해양금융 허브로 도약해야 한다. 부산은 조선사, 선사, 물류 기업 등 금융 수요가 발생하는 현장과 가장 가까운 도시라는 압도적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북항 재개발 지구를 금융·국제기구·서비스 산업이 집적된 종합 비즈니스 지구로 만들어, 싱가포르 및 홍콩과 경쟁하는 아시아 최고의 해양금융 플랫폼을 완성해야 한다.
이어서 세계 1위 해양AI·자율운항 도시로 변신해야 한다. 2035년의 부산은 세계 최초의 ‘전면적 디지털 트윈 포트 시티(Digital Twin Port City)’가 돼야 한다. 가덕 신공항과 부산신항의 통합 데이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자율운항 선박(MASS)과 스마트 물류의 국제 표준을 설계하며, 해양 디지털 전환의 세계적 수도로 부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글로벌 톱 5 해양관광·레저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수영-해운대-광안-동백섬으로 이어지는 해안 벨트를 ‘마리타임 골드라인’으로 재탄생시켜 시드니나 바르셀로나를 능가하는 명품 해양문화 도시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200조원 해양경제 시대를 완성하는 마지막 핵심 퍼즐이 될 것이다.
세 번째, 대전략의 핵심인 트라이포트 체계와 전면적 규제혁명을 추진해야 한다. 이 웅대한 비전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한 기술적·공간적 기반은 ‘트라이포트 체계’의 완성에 있다. 부산신항(항만), 가덕 신공항(공항), 그리고 유라시아 철도(철도)를 30km 이내에 집적시킨 삼각 허브를 ‘트라이포트 특별법’을 통해 하나의 국가 물류 OS로 묶어야 한다. 이를 통해 부산은 아시아와 유럽, 북극과 태평양을 잇는 지구적 물류전초기지(Global Gateway)이자 유라시아의 남측 관문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하드웨어를 가동할 ‘규제혁명’은 부산해양시대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필수적인 조건이다. 부산 전체를 ‘해양 자유구역(Maritime Free Zone)’으로 지정해 외국인 투자 100% 허용, 특별통관 시스템,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해양금융특구법’ 제정을 통해 선박금융과 해상보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북항에 ‘국제해양거버넌스 센터’를 유치해 IMO 지역사무소와 해양중재센터가 집적된 ‘해양판 실리콘밸리’를 조성해야 한다.
네 번째, 국제 해양동맹과 엘리트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부산의 전략은 국내를 넘어 국제적 네트워크 속에서 완성돼야 한다. 부산은 싱가포르(금융·중재), 노르웨이(친환경·북극기술), 네덜란드 로테르담(스마트항만) 등 세계 최고 해양도시들과 ‘전략적 해양동맹’을 구축해 글로벌 해양 질서의 설계자(Rule-Maker)로 부상해야 한다. 이 삼각 동맹이 가동될 때 비로소 세계 해양 경제의 표준을 부산이 주도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을 이끄는 동력은 결국 ‘사람’이다. 조선, 해운, 금융, AI, 법률 분야의 전문가들이 부산으로 모여드는 ‘해양 엘리트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Maritime Talent Super-Package’를 통해 글로벌 인재들에게 파격적인 비자와 정착 지원을 제공하고, 해양 연구소와 대학원을 집적시켜 부산을 해양 지식과 기술의 세계적 수도로 만들어야 한다.
자 이제 병오년 붉은 말의 해에 대한민국의 해양강국이라는 거함이 위대한 출항을 시작했다. 2026년 시작된 ‘부산 해양수산부 시대’는 대한민국이 내륙 국가의 관성적 사고에서 완전히 탈피해 진정한 해양문명국가로 나아가는 출사표다. 부산이 국가 해양 전략의 심장(Heart)으로 힘차게 뛸 때, 대한민국은 수도권 편중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3대 해양강국이라는 위대한 목표를 현실로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해양수산 분야에 종사하는 100만 산업역군들은 24조달러에 이르는 글로벌 해양산업 시장에서 우리의 최소 잠재점유율 10%를 달성할 수 있도록 피땀을 쏟아야 한다. 부산 해양 GDP시대를 개척해 영국 일본 프랑스를 압도하는 해양강대국 시대를 개척하기 위해 전 국민이 나서야 한다. 붉은 말의 역동적인 기상으로 저 넓은 오대양을 향해, 그리고 대한민국의 더 밝은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출항하자.
각주
해양강국 운영체제(M-POS: Maritime Power Operating System)는 ‘해양정책·산업·기술·금융·인재·안보’를 단절 없이 연결해, 바다에서 국가 경쟁력이 자동으로 축적되게 만드는 통합 운영체제를 말한다. “해양강국 국가대전략” 김학소저 17장 왜 부산인가?(pp237-250)참조, 2026년 1월 발간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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