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기 선적의 여파로 올해 상반기 북미항로 물동량이 감소세를 띨 거란 전망이 나왔다. 2025년 상반기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관세 정책이 시행되기 전에 화물을 미리 보내려는 수요가 폭증한 결과, 하반기부터 나타난 풍선효과가 올해 상반기까지도 영향을 미칠 거란 해석이다. 물동량 감소 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최근 해상운임은 되레 반등세를 보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성현정 전문연구위원은 올해 미주 시장에서 아시아발 미국행 항로의 운임 하방 압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상반기에 발생한 ‘밀어내기 수요’의 영향으로 물동량과 운임이 극심한 변동성을 기록했으며, 이 같은 수요 왜곡 현상이 계기가 돼 구조적인 수요 둔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다.
성 연구원은 “북미항로의 비정상적인 성수기 이동은 계절적 물동량 사이클을 왜곡하는 동시에 하반기 이후 급격한 수요 공백을 초래했다”면서 “2026년 수요 회복력이 약화돼 공급 조절로는 운임 하락을 막기 어려운 구조적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기선적에 운임 급등 후 폭락
지난해 미국과 중국이 상호관세 폭탄을 부과하기로 했다가 8월까지 유예하기로 합의하면서 시장은 재고를 선제적으로 비축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주했다. 미국 소매업체들이 수입을 앞당기면서 1~8월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향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미국 최대 항만인 로스앤젤레스(LA)항은 6월과 7월 역대 가장 많은 수입화물을 처리했다. 전년 대비 각각 9.6% 8.5% 늘었다.
선적량이 급증하면서 해상운임 또한 최고조에 달했다. 4월부터 상승한 현물운임은 6월 첫째 주에 단기 최고점을 찍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2025년 6월6일 상하이발 미주항로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서안행 5606달러, 동안행 6939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한 달 전인 4월30일자 운임에 견줘 서안은 2.5배, 동안은 2.1배 올랐다.
그러나 조기 선적 효과가 끝나면서 북미항로 시황은 빠르게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덴마크 해운조사기관인 시인텔리전스는 지난 7월 통상적으로 북미항로가 성수기에 접어들어야 할 시기지만 공급망 불안이 지속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항로 컨테이너 운임은 7월 평균 서안행 2123달러, 동안행 3821달러로 집계됐다. 전월과 비교해 44% 36% 각각 하락했다. (
해사물류통계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 지수 변동 추이’ 참고)
KMI는 이 같은 운임 하락의 원인을 급증한 물동량 변동성과 수요 부진으로 꼽았다. 10월 들어 선사들이 기본운임인상(GRI)을 단행하며 운임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는 단기에 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흥미로운 건 수요는 약세를 띠고 있지만 운임은 지난해 4분기 이후 견고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선사들이 꺼내 든 공급 조절과 운임 인상 카드가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12월 운임이 북미서안 1550달러, 동안 2315달러까지 떨어지자 선사들은 품목무차별(FAK) 운임을 적용한 데 이어 1월에도 GRI를 시도했다. 2026년 1월 현재 운임은 12월에 비해 상승세를 띠며 서안과 동안 각각 2000달러, 3000달러 선까지 올라섰다.
다수의 물류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운임 변동성이 크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관계자는 “물동량은 이전보다 못한데 선사들의 운임 인상 폭이 높다”면서 “실제 수요가 따라오지 못해 길게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美 화주, 상반기 보수적 재고관리 전망
최근 미국소매협회(NRF) 등 북미 화주 단체들은 올해 상반기 수입화물량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전망을 내놨다. 시장 환경이 불확실한 만큼 화주들이 봄까지 수입 물량을 줄일 거란 예측이다.
이들은 설 연휴(춘절)의 영향으로 1월엔 물동량이 일시적으로 반등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지난 연말 이후 둔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파악했다. NRF와 함께 북미 14개 항만을 조사하는 해킷어소시에이츠 측은 만성적 불확실성이 올해 화물 수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고, 특히 자국 산업 보호에 초점을 맞추는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NRF가 발간하는 글로벌포트트래커에 따르면 미국 주요 항만의 2025년 11월 컨테이너 수입 물동량은 202만TEU를 기록, 전년 동월 대비 6.5% 감소했다. 12월 실적은 199만TEU로 추정돼 전년보다 6.6%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상반기에는 조기 선적 물량이 반영되며 호조를 띤 반면, 하반기 들어 하락세로 전환했다. 2025년 상반기 물동량은 1년 전보다 3.7% 증가한 1253만TEU였다. 이 보고서는 연간 물동량을 2540만TEU로 예측하며, 2024년 실적인 2550만TEU보다 0.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미국 통관조사기관인 데카르트시스템그룹이 발표한 전망과도 동일하다. (
해사물류통계 ‘2024~2025년 미국 월간 수입 물동량’ 참고)
올해도 이 같은 하락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NRF 측은 1월 211만TEU(-5.3%), 2월 194만TEU(-4.6%), 3월 188만TEU(-12.4%), 4월 203만TEU(-8.1%) 등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화주들은 올해 재고를 조정하며 보수적 조달 전략을 유지할 거란 구상이다.
NRF 측은 관세와 통상정책이 수시로 변하는 만성적 불확실성을 주요 변수로 지목하면서, 재고 수준이 높은 상황에 경기 둔화 우려까지 더해져 물동량 증가세가 더욱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NRF 조나단 골드 공급망·관세정책 부사장은 “소비자 수요에 부합하는 안정적인 공급망 운영을 위해 2026년에는 관세와 통상 정책을 중심으로 높은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확보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컨테이너선 공급이 증가할 예정인 것도 운임 하방 압력의 원인으로 꼽혔다. KMI 성현정 연구원은 올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인도가 이어지면 공급량이 약 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수에즈운하가 정상적으로 통항을 재개하고 미 동안 항로의 실질 공급능력이 확대되면 운임 하락 압력은 한층 더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