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성수기인 9월이 돌아왔지만 중남미항로는 추석 특수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두 차례에 걸쳐 시도한 기본운임인상(GRI)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다음 달을 기약했다.
9월15일 남미서안은 GRI가 절반 수준 적용되며 300달러 상승했지만, 남미동안은 브라질 경기 침체가 지속돼 인상 계획이 유야무야됐다. 지난해 소석률(선복대비 화물 적재율)은 80% 수준을 유지했지만, 올해는 60~70%까지 떨어져 운임 인상이 불가능해졌다.
중남미항로는 오는 10월1일 남미 동·서안에서 20피트 컨테이너(TEU)당 750달러의 GRI에 나선다. 번번이 GRI 시도가 무너지고 있지만 선사들은 또 다시 GRI를 계획했다.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 하반기 특수로 소비재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10월1일부터 7일까지 약 2주간 국경절 연휴를 맞이하면서, 10월초 물량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선사들은 이에 대비해 10월 초 자체적으로 블랭크 세일링(임시 휴항)을 시행해 선복을 조절할 예정이다. 운임을 끌어 올리려는 목적보다는 운임 하락을 방어하고 더 이상의 피해를 막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9월 셋째 주 운임수준은 남미 서안이 TEU당 평균 700달러대, 동안은 평균 200달러대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집계한 상하이발 브라질 산투스 노선의 9월4일 운임은 TEU당 168달러로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주일 뒤 9월11일 운임은 153달러 상승한 321달러를 기록했지만, 불과 5개월 전 1000달러 수준의 운임을 유지한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추석과 중국 국경절이 있는 9월은 전통적인 성수기였지만, 남미 경제 침체로 구매력이 낮아져 아시아 화물 수요가 증가하지 않아 사실상 추석특수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운임하락의 원인으로 선박 대형화로 인한 선복과잉을 꼽았다. 중국 경제와 세계 경제의 하락세, 유가하락이 운임하락을 주도했지만, 선복과잉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대만의 양밍해운과 남미서안에 5500TEU급 선박 10척을 투입하면서 선복이 1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사 관계자는 “선사들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배를 빼지 않는 이상, 당분간 중남미 항로 시황은 침체가 지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갈수록 악화되는 브라질 정치·경제 상황도 운임 저하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 앤 푸어스(S&P)는 지난 10일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강등하고, 국가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이번 S&P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브라질은 ‘투자부적격 국가’, 즉 ‘정크(Junk)’수준으로 전락하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아르헨티나의 디폴트(특정기간 채무 불이행) 또한 1년 넘게 지속되고 있어 악재가 겹치고 있다.
브라질의 경제 불황과 헤알화 가치 하락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앞으로도 남미 동안의 역경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박채윤 기자 cy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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