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05 09:09

새로운 물류 패러다임 수립이 긴요합니다

EDITOR’S LETTER/ 편집장 이경희
정국 혼란이 최고조에 달한 요즘입니다. 대통령 퇴진을 부르짖는 수백만의 목소리가 매주 서울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어수선한 나라 상황만큼이나 해운물류업계에도 2016년 한 해 많은 사건들이 일어났습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이나 철도 파업과 같은 어두운 뉴스가 물류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가 하면 택배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이를 배경으로 한 택배차량 증차 허용 등의 고무적인 소식도 들렸습니다. 

한진해운 사태는 우리 해운 역사상 초유의 사건입니다. 정부가 글로벌 공급망관리의 핵심 역할을 하는 세계 7위 해운기업을 금융 논리로 칼질한 결과는 가혹했습니다. 한진해운 선박에 실린 15조원 규모의 화물을 뭍에 내리지 못해 전 세계적으로 물류대란이 발생했으며 한국해운의 신인도는 벼랑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철도파업은 우리나라 물류산업에 큰 피해를 줬습니다. 최장기간 이어진 파업으로 철도 전문 물류기업들은 적자 위기에 직면했다고 하소연하는 실정입니다. 피해가 커지자 파업을 해도 일정 숫자 이상의 인원이 사업장을 지키도록 하는 필수유지업무에 화물철도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2자물류기업의 물류 시장 교란도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입니다.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은 외형 확대를 명분으로 모회사 물량뿐 아니라 3자물류시장까지 무차별적으로 잠식하며 전문물류기업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상황입니다. 

정부가 1.5t 소형화물차 증차 제한을 푼 건 물류산업계 입장에선 반가운 일입니다. 택배 물동량은 지난 10년 새 4배 가량 증가하며 20억상자에 도달했지만 택배차량 숫자는 화물연대의 반대로 줄곧 묶여 있었습니다. 지난 몇 년 간 정부가 일부 증차를 허용했지만 4만여대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택배차 증차 허용으로 이제 기업들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발달로 큰 폭으로 늘고 있는 택배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울러 쿠팡과 같이 자가차량을 이용해 유상운송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유통기업들에게 운송시장의 문호를 개방한 것도 희소식입니다.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통해 정부는 20대 이상을 직영으로 보유한 법인에게 1.5t 미만의 영업용 번호판을 신규 허가하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유통기업이 배송까지 도맡아서 사업을 할 거면 영업용 번호판을 단 차량을 가지고 기존 물류기업들과 공정하게 경쟁하란 의미입니다. 택배업계도 쿠팡 등의 유통기업과 제도의 틀 안에서 물류서비스를 겨룰 수 있게 됐다는 점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물류업계는 변화와 기회, 그리고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아야할 실책을 경험했습니다. 물류발전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여전히 산적해 있음을 재확인했습니다. 아울러 많은 해운물류인들은 세계적인 저성장과 불황의 그늘이 제2 제3의 한진해운사태를 언제든지 다시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지금 전 세계 산업계는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IT와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제4차 산업혁명입니다. 물류업계도 전통적인 수배송 위주의 사업방식에서 벗어나 드론이나 사물인터넷 3차원인쇄(3D 프린팅) 빅데이터 등 신개념 기술과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습니다.

세계 유통물류공룡들은 이미 IT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가치 창출 모델을 선점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곧 한국물류가 낙오하느냐 세계 시장에서 위상을 드높이느냐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음을 의미합니다.

지속성장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새로운 물류 패러다임 수립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입니다. 정부 물류 정책의 일대 전환이 요구되는 대목입니다. 물류 구성원들의 뼈를 깎는 혁신과 노력이 뒷받침돼야 함은 물론입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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