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22 09:07

기고/ 실습선원과 ‘열정페이’

변호사가 된 마도로스의 세상이야기(6)
성우린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실습 항해사요, 1번 스타보드  화물창의 ‘스퀴징’을 시작합시다.”

필자는 2006년 여름 한국해양대학교 3학년 학생으로 모 선사에 위탁실습을 나가 액체화학제품운반선에 승선하고 있었다. 당시 필자가 타고 있던 배는 팜유(Palm Oil, 코코넛 열매의 기름으로 마가린, 라면 등의 가공유지로 사용됨)를 전용으로 수송하는 선박으로, 인도네시아 수라바야항에서 실은 팜유를 대한민국 인천항에 정박해 내리던 중이었다.

화물창의 액체화물이 파이프를 통해 육상으로 거의 다 빠져나갈 때쯤, 1등 항해사의 지시로 갑판부원들이 ‘스퀴징’ 작업을 준비했다. 갑판장은 그 날도 여느 때처럼 고무장화 고무바지 밀대 등을 갑판에 올려놓고서는 화물창 입구에서 실습선원인 필자를 불러 ‘스퀴징’을 시작하자고 소리를 쳤다.

‘스퀴징’은 선원들이 화물창에 직접 내려가 바닥에 남아 있는 화물을 밀대 등을 이용하여 카고 펌프(Cargo Pump)로 밀어내는 작업을 일컫는 용어다. 팜유는 액체인 경우에만 효용가치가 있는데 상온에서는 바로 굳어버리기 때문에, 히터를 이용하여 최소 60도 이상을 유지하여 양하를 하게 된다. 그래서 히터로 달궈진 화물창과 화물로 인해 미끄러운 화물창의 계단까지 그야말로 스퀴징은 ‘불지옥 청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당시 이와 같은 스퀴징 작업뿐만 아니라 선장을 포함한 항해사들을 도와 항해당직, 정박당직 등 매일 최소 8시간의 당직을 섰고, 당직 시간 외에 사관들이 요청하는 각종 심부름, 잡무도 도맡아서 하곤 했다. 회사로부터 매월 300달러(US 달러)에 불과한 기본 수당만 받았지만, 실습선원의 신분이고 이후 상선의 사관이 되기 위한 교육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묵묵히 6개월의 실습생활을 마쳤다.

그런데 이렇게 실습선원의 생활을 마치고 10년이 훌쩍 지난 최근 한 기사를 보고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느꼈다. 실습선원 신분의 한 학생이 작년 8월 카타르에 정박 중인 액체화학제품운반선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었고 결국 사망했다는 기사다. 필자와 유사한 선박에서 실습선원 생활을 했다는 점과 그 학생은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300달러에 불과한 기본 수당을 받고 있었다는 점이 실로 놀랍고 안타까웠다.

실습선원들은 어떻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같은 수당을 받고 있을까? 실습선원의 이와 같은 열악한 처우는 이들이 선원도 아니고 근로자도 아닌 ‘실습생’ 신분으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선원법에 따라 선박에서 근로를 제공하기 위해 고용되는 선원은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대신 해양수산부의 ‘선원 최저임금 고시’에 따라 선원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다. 해양수산부에서 고시한 2018년도 선원 최저임금은 월 1,982,340원이다.

그런데 선원이 될 목적으로 실습을 위해 선박에 승선하는 경우 선원법 제2조 1호 단서와 선원법 시행령 제2조 5호에 의해 ‘선원’에서 제외된다. 결국 실습선원들은 근로자로도 선원으로도 인정받지 못하면서 근로기준법상 최저임금과 선원 최저임금을 모두 적용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실습선원들이 이처럼 ‘열정페이’가 아닌 선원 최저임금 규정의 적용을 받는 조치로서는 선원법 시행규칙 제3조 제1항에 ‘선원법 제59조에 따른 최저임금에 관한 규정’이라는 내용의 호를 추가하는 개정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실습선원을 반드시 승선시킬 의무가 없는 선사의 입장에서 위와 같은 법령의 개정은 재정적 부담이 될 수 있어, 오히려 학생들의 실습할 기회를 박탈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해양수산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 중앙부처에서 나서 한국선주협회 등의 기관들과 협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실습선원 최저임금’의 적정선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의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경험을 쌓았다. 하선한 이후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

0/250

확인
맨위로
맨위로

선박운항스케줄

인기 스케줄

  • BUSAN MANZANILLO(MEX)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Seaspan Raptor 04/29 05/15 HMM
    Msc Iva 04/30 05/16 HMM
    Maersk Eureka 04/30 05/20 MAERSK LINE
  • BUSAN NHAVA SHEVA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Ian H 04/27 05/15 T.S. Line Ltd
    Torrance 04/29 05/19 CMA CGM Korea
    Beijing Bridge 05/01 05/20 Sinokor
  • BUSAN OSAKA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Shecan 04/27 04/29 Pan Con
    Marvel 04/28 04/30 Korea Ferry
    Dongjin Fides 04/29 05/01 Sinokor
  • BUSAN LONG BEACH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Maersk Algol 04/28 05/12 MAERSK LINE
    Cosco Portugal 05/02 05/13 CMA CGM Korea
    Maersk Shivling 05/04 05/17 MSC Korea
  • BUSAN LOS ANGELES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Ym Wholesome 04/29 05/11 HMM
    President Eisenhower 04/30 05/11 CMA CGM Korea
    Hmm Promise 05/05 05/18 HMM
출발항
도착항
광고 문의
뉴스제보
포워딩 콘솔서비스(포워딩 전문업체를 알려드립니다.)
자유게시판
추천사이트
인터넷신문

BUSAN OSAKA

선박명 항차번호 출항일 도착항 도착일 Line Agent
x

스케줄 검색은 유료서비스입니다.
유료서비스를 이용하시면 더 많은 스케줄과
다양한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