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2 08:11

기고/ ‘해상 고유의 위험’과 그 입증책임

변호사가 된 마도로스의 세상이야기(18)
성우린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변호사님, 선박이 침몰했는데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모 예인선의 선주가 최근 필자에게, 해경이 이른 새벽 부두에 멀쩡하게 계선되어 있던 선박이 갑자기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왔고, 곧바로 현장에 갔으나 결국 선박의 우현측이 해저에 닿아 침몰했다는 연락을 해왔다.

선주는 침몰된 선박 주변으로 해양오염이 발생하여 ‘방제비’를 부담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후 인양을 진행하면서 ‘인양비’까지 부담하였고, 선박이 전손되어 이를 전혀 사용할 수 없게 되었으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면서 필자에게 보험회사로부터 전손에 따른 보상을 꼭 받아야 한다고 호소하였다.

필자가 선주에게 선박보험증권과 보험약관을 달라고 하여 살펴보니, 이 사건은 수면과 맞닿아 있는 우현 선미 부근 외판에 파공이 생겨 침몰한 것으로 보여 보험자가 보상책임을 지는 담보위험들 중 소위 ‘해상 고유의 위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는 사건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과 같이 수면에서 선박의 침몰, 좌초, 충돌 등 사고가 발생하기만 하면 곧바로 보험자가 보상책임을 지는 해상 고유의 위험이 있었다고 봐야 하는 것일까? 이번 기고에서는 해상 고유의 위험에 대한 법적인 쟁점들을 간단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해상 고유의 위험은 해상 등의 수면에서 발생하는 “우연한 사고(fortuitous accidents)”만을 의미하며 해상 등의 수면에서 발생하는 통상적인 바람이나 파도로 인한 사고는 이 위험에 해당되지 않는다(영국 MIA, 보험증권해석에 관한 규칙 제7조 참조). 따라서 이 사건처럼 선박에 해수가 침입하여 선박이 침몰한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선체의 자연적인 마모로 인한 것이라면 해상고유의 위험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이유로 피보험자나 그의 사용인의 고의에 의한 행위에 의한 선박의 침몰이라면 역시나 해상고유의 위험에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해상 “고유(of the seas)”의 위험이므로 당연히 해상 등의 수면에서만 발생하는 위험만을 의미하고 육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결국, 우연성과 해상 등의 수면에서만 발생하는 위험이라는 요건만 충족되면 ‘악천후’는 그 요건이 아니다.

따라서 선박이 평온한 날씨에 좌초되거나 침몰되더라도 해상고유의 위험에 해당될 수 있다. 그리고 선원들의 과실이 개입되어도 해상고유의 위험에 해당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따라서 선원들의 과실로 다른 선박과 충돌하는 경우도 해상고유의 위험의 범주에 포함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전손’ 사실, ‘우연한 사고’와 ‘수면에서만 발생하는 위험’이라는 사실과 전손과 위 담보위험 사이에 ‘근인관계(proximate causation)’가 있다는 사실을 누가 입증해야 하는지의 문제만 남아있다.

입증책임은 민사소송에서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피보험자가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는지 여부도 결국 위 입증책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상보험에 있어서는 보험자가 항해하는 선박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어떤 위험으로 인하여 손해가 야기되었는가를 직접 입증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일찍부터 엄격한 입증원칙을 완화하는 법리가 형성되었다. 이 점이 통상의 소송과 다른 해상보험소송에 있어서의 입증의 특수성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법원도 이와 같은 취지로 해상고유의 위험에 대한 입증책임에 대하여,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하면,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그 부보위험인 해상 고유의 위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하고, 그 증명의 정도는 이른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에 의한 증명에 의한다(대법원 2001. 5. 15. 선고 99다26221 판결 등 참조).”라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입증책임이 있는 피보험자가 소송에서 불리하지만 위 입증책임은 다른 일반적인 증명과 달리 완화하여 판단하겠다는 법원의 태도이다. 즉, 소송에서 보험자 및 피보험자 양자가 주장한 가설의 개연성을 비교하여(on the balance of probabilities) 피보험자가 주장한 사실이나 가설이 보다 개연성이 우월하면(preponderance of probabilities) 증명된 것으로 보지만, 그 개연성이 우월하지 못하고 서로 비슷한 정도라고 하면(if the probabilities are equally balanced) 피보험자는 입증에 실패한 것으로 패소하게 되는 것이다.

▲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의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경험을 쌓았다. 하선한 이후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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