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17 16:01

더 세월(25)

저자 성용경 / 그림 하현
23. 돈가방



5월 25일 수색팀이 송치재 별장에 들이닥쳤을 때 도피자의 운전기사 양회정은 별장으로부터 3킬로미터 떨어져있는 야망연수원에서 자고 있었다. 야망연수원은 구원파 소유이다. 검찰은 별장 압수수색 전 연수원 문을 힘껏 두드렸지만 거기까지였다. 수배 중인 운전기사의 쏘나타 차량이 버젓이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지만 주위를 한번 홱 둘러보고는 그냥 지나가 버렸다. 기사는 검찰이 닥친 줄 알고 차를 몰고 그대로 줄행랑 쳤다.

기사는 전주에 있는 처제를 찾아가 “유 회장이 순천에 홀로 남겨져 있으니 구하러 가자”고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처제는 되레 “집안 말아먹을 일 있냐?”고 핀잔을 하고는 형부를 전주에서 금수원까지 데려다 줬다. 전주의 한 장례식장에 버려진 쏘나타 차량이 기사의 동선을 말해 주고 있었다.

5월 28일 금수원을 나온 후 기사는 이리저리 피해 다니다가 자신이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는 걸 알고 자수할 기회를 찾는다.

검찰은 도피자의 시신을 발견한 지 2주일쯤 지난 6월 26일 별장에 비밀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진술을 번복한 비서 신수진에게서 확인하고 이튿날인 27일 별장 내부를 다시 수색했다. 이때 그가 숨었던 통나무 벽안의 은신처에서 여행용 가방 두 개를 발견한다. 가방 안엔 한화 8억 원과 2억 원어치의 미화가 각각 들어 있었다.

“그럼 남은 10억은 어디 갔지?”

사람들은 유 회장의 도피자금을 언론에 보도된 20억 원으로 기정사실화하고 나머지 돈의 행방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그 돈의 행방에 따라 추종세력의 역학관계나 구원파의 응집력을 추단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들은 검찰에게 돈에 대한 수수께끼를 조속히 풀 것을 촉구했다.

“사람들 웃기고 있네. 헛다리는 침실에서나 짚으라고 하지. 돈을 가져간 건 ‘두 엄마’도 아니고, 비서도 아니고, 더군다나 기사양반도 아닌데 검찰 저들이 어떻게 알아.”

지말숙은 회심의 미소를 띠었다.

“인생 역전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오는 법. 화살처럼 지나가는 기회. 내 이런 때가 한 번쯤 올 줄 알았지.”

이야기는 도피자가 별장을 빠져나간 다음날로 돌아간다.

지말숙은 그날 별장 청소를 하고 난 후 벽장 방에서 가방 하나를 들고 나왔다. 가방이 예뻐 여비서 신수진의 옷가방인 줄 알았다. 그녀가 잡혀갔으니 옷은 자신이 입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여비서처럼 당장 예뻐질 것만 같아 흥분되기도 했다. 옷가방치고는 무거웠으나 ‘원래 값나가는 옷은 무게도 많이 나가는가 보다’하고 느꼈을 뿐이다.

송치재 염소탕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자신의 집에 도착해서 그녀는 가방을 열었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돈뭉치!

돈 띠지에 1, 2, 3, 8 및 9번이 적혀있다. 지난날 별장 가사 도우미와 염소탕집 설거지 아줌마로 일해 왔던 노고의 대가치고는 너무 후하다. 언덕배기 작은 교회에서 주일예배만이라도 참석해 달라고 심방을 왔지만 기어코 교회에는 가지 않았는데 하나님이 뭔가 착각했나. 교주의 부인에게 갔어야 할 복이 번지수를 잘못 찾았나. 온갖 생각으로 그녀의 머릿속은 수세미처럼 뒤죽박죽 얽혔다.

떨리는 손으로 가방을 들고 뒤뜰로 갔다. 들어온 복은 김장김치처럼 숨을 죽이는 것이 좋다. 일단 묻어두자. 주위를 살펴보았다. 아침식사 시간이어선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집 뒤 대나무 잎이 파르르 떨렸다. 오싹한 기분이 엄습했지만 그녀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삽으로 구덩이를 파고 빈 항아리를 넣었다. 항아리 안에 돈 뭉치를 하나씩 집어넣고 뚜껑을 흙으로 덮었다. 10억 원이라는 괴물은 감쪽같이 미궁으로 빠졌다.
도피자가 돈가방을 가지고 나가지 않은 것은 무거워서인지 돈이 필요가 없어서인지는 이리송하다.

“돈 10억, 누군가 꼴칵 한 건가? 참 희한하네!”

수사팀의 관심은 행방이 묘연한 돈가방에 쏠렸다. 돈 액수도 그렇거니와 돈가방의 행처를 알면 의문의 도피처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말숙이라는 여자를 알 턱이 없다. 숲속에 CCTV가 있을 리도 없으니.

“저도 가방 두 개는 꼭 갖고 싶어요.”

차 안의 라디오를 듣다가 이순정이 엉뚱하게 말했다.

“어떤 가방?”

서정민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좀 비싼데요.”

“그래도, 까짓 거 내가 사주지.”

파트너에게 이 정도 선심은 쓸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명품가방 하나와 유 회장 돈가방. 10억이나 들었다는데… 되겠어요?”

“뭐? 10억은 무리네.”

“내 그럴 줄 알았어요. 명품 하나만 받을 게요.”

차 안의 라디오에서 도피자의 돈가방이 사라졌다는 뉴스로 얘깃거리를 하나 만들었다.

“돈가방도 가능해. 10억을 넣을 수 있는 가방. 하하.”

무슨 좋은 아이디어라도 발견한 듯 웃는 서정민을 보노라면 그녀는 행복했다.


<이 작품은 세월호 사고의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한 창작물이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기업 지명 등은 실제와 관련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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