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6 16:03

더 세월(29)

저자 성용경 / 그림 하현
27. 동업자

마피아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출발했다. 한반도에 상륙한 마피아는여러 모양으로 변종되어 사회 구석구석에서 괴물처럼 행세해왔다. 정부 부처와 공기업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피아’는 마피아의 또 다른 변주라 할 만하다.

산피아, 모피아, 세피아, 철피아… 아, 세월호로 인하여 굉장한 위력이 드러난 해피아도 있다.

관피아가 개입하지 않은 정부 산하기관과 공기업을 찾기 힘들 정도다. 대형 공기업 30곳 중 관피아가 35%에 달한다는 통계를 접한 서정민이 한국사회가 깡그리 썩지 않은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말하자 이순정은 깜짝 놀랐다.

“서 사장님, 조국을 너무 비관적으로 보지 마세요.  우리나라가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사회제도나 경제 수준 보면 다른 나라보다 준수한 편 아닌가요? 준호와 준서는 밝은 미래에서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서정민의 두 아들은 준호와 준서. 새해 들어 준호는 고1, 준서는 중2가 됐다.

이순정이 두 아들을 언급하니 마치 그녀가 엄마라도 되는 듯 서정민은 묘한 기분을 느낀다. 그녀의 말을 곱씹으며 아들이 하나 더 있었더라면 ‘준수’로 작명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인과 별거한 지 1년 만에 합의 이혼한 상태에서 그는 간혹 가슴 한 구석에 똬리를 트는 외로움이 무엇인지 깨닫는 중이다.

“걔들을 위해서도 이 나라는 바로 가야지. 한국은 싱가포르 같은 나라가 돼야 한다구.”

“소변보고 물 안 내리면 10만 원 벌금이라는데, 사는 게 너무 긴장되지 않을까요?”

이순정이 싱가포르 공중법규를 그렇게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니 신기하다. 상대방의 반응이 이 정도면 대화는 흥미를 끌게 마련이다. 싱가포르가 이웃나라라면 배울 게 많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 친구와 배우자는 선택할 수 있어도 이웃 국가는 바꾸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덴마크 같으면 모르지만 한국은 자발적으로 공중도덕을 지킬 때까지 무거운 벌금을 매겨야 해. 그래야 한다구!”

“혼자 나라를 경영하는 사람처럼 너무 나서지 마세요. 리콴유 총리나 박정희 대통령이라면 모르지만…. 차드시고 오하마나호의 제주항 물품 리스트 체크하는 거 잊지 마세요.”

이순정이 일부러 말머리를 바꿨다.

머린컨설팅 사무실의 탁자 위에는 보이차 두 잔이 놓여 있다. 엉뚱한 대화에 열중하느라차 마시는 것조차 잊고 있었던 둘은 동시에 찻잔을 들었다. 마치 브라보라도 하려는 듯. 한중무역을 하는 서정민의 친구가 운남성에서 생산된 차라면서 불면증에는 커피보다 좋다고 적극 권한 것이다.

오하마나호는 세월호의 자매선이다. 침몰선과 동종이라는 이유로 헐값에 매각됐지만 고철이 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관리회사에서 맡아 운항 중이다. 배에 실린 화물이 제주항에 도착하면 제세실업 물류창고에 입고된다. 1호 창고가 2월 말 준공된 이후 두 번째 입고되는 화물이다. 서정민이 갑자기 생각난 듯 물었다.

“적부도, 한번 봅시다.”

이순정은 물류창고에 적재할 화물의 적부도(Stowage Plan)를 서정민에게 건넸다. 적부도 작성법은 서정민이 이미 가르쳐준 바 있어 그녀는 이제 그 일에 능숙하다.

이순정이 머린컨설팅에 자금을 투자해 두 사람의 지분은 반반이 되었고, 주요 서류에는 둘의 서명이 함께 들어간다. 어느 한쪽이 출장 중이거나 긴급한 경우 문자메시지로 서명을 위임하기도 한다.

참말로 묘하고 어색한 것은 두 사람만 사무실에 있을 경우이다. 직원들이 외근이다 회의다 하면서 자주 두 대표만 사무실에 남겨두고 나가는데, 직원들은 부재중 어떤 흥밋거리가 발생하길 기다리는 듯하다. 마치 홀아비와 노처녀에게 있을 법한 보편적 상황이 조속히 일어나길 기대하는 것처럼.

어느 하루 이순정이 서정민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근무시간에는 업무에만 열중합시다요!”

공식적인 것도 비공식적인 것도 아닌, 경계가 애매한 말이었다. 유사 신체접촉의 순간 그녀가 보인 반응이다. 호기심이 강한 직원이라면 서정민의 손이 이순정의 옷소매를 만지작거리는 걸 봤을 테고, 신중한 직원이라면 그걸 보고도 모른 척 했을 것이다.

“옷이 예뻐서 칭찬 멘트 한마디 한 것뿐인데.”

서정민이 유의미한 미소를 지었다.

“너무 가까이 오셨다는 사실, 아시죠? 옷도 만졌고요.”

“소매만 그랬지.”

“어쨌든.”

애교 섞인 시비.

시간과 공간이 나의, 우리의 것이 되었을 때 남자와 여자는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서로를 강하게 끌어당긴다는 걸 서정민과 이순정 또한 모르지 않았다.

봄이라는 계절이 여성의 옷을 가볍고 화사하게 한다. 그녀의 옷이 봄철에 어울리게 화사했다. 서정민은 슬쩍 엉덩이를 접촉했다. 선박끼리의 접촉이라면 해난보고서를 작성해야 하지만, 그는 나쁜 남자로 보지 말라고 말하려는 사람처럼 시선을 늘여서 이순정을 바라보았다.

‘접촉사고’ 시점을 계기로 두 사람은 예방이 최선이라면서 거부감 없이 ‘내부행동강령’에 서명했다.

<업무 중에는 신체접촉을 삼간다>

근무시간 외엔 프라이버시의 문제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를 존중하기로 한 것은 그들이 인텔리겐치아에 속한다는 자부심의 발로였다. 선박왕 오나시스와 미망인 재클린 간에 맺은 ‘부부생활계약서’와 비슷한 냄새를 풍긴다.


<이 작품은 세월호 사고의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한 창작물이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기업 지명 등은 실제와 관련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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