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7 16:07

더 세월(48)

저자 성용경 / 그림 하현
44. 선원 대법원 선고(1)


2015년 11월 12일 오후 2시 대법원은 피고들이 낸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살인 및 살인미수, 수난구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준석 선장(70)에 대해 “승객들을 퇴선시키지 않고 먼저 퇴선한 행위는 승객들이 탈출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승객들을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억! 오늘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재판을 방청한 서정민의 가슴은 쇳덩어리로 누르는 기분이었다. 함께 방청한 대학 선배 신상균 변호사도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해기사 출신인 신상균은 “뱃놈들 좋은 시절 다 갔다”고 탄식했다. 그는 이번 재판에서 피고인 간부 항해사의 변호를 맡았다. 서정민도 거들었다.

“지금까지 선원들이 누려왔던 항해과실(航海過失)과 상사과실(商事過失) 면책을 더 이상 인정받지 못하게 됐네요.”

서초역 근처 호프집에서 ‘치맥’을 앞에 놓고 두 사람은 오늘의 판결문을 인터넷으로 보며 의견을 교환했다.

“대항해시대와 해양진출시대, 해양확장시대… 지난 시절들이 좋았지.”

옛날을 그리워하는 선배의 마음이 변호사로서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서정민의 생각도 거의 마찬가지니까.

“바다를 지배하면 떼부자가 됐던 시대와 비교할 수 있나요.”

세월호 유가족들은 안산지원 410호에서 중계화면으로 재판을 방청했다. 이팔봉 회장과 이순정도 유가족과 함께 법원을 찾아 이순애를 죽인 죄인들이 어떤 벌을 받는지 지켜봤다.

1심 재판부는 선장에게 징역 36년을 선고했다.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살인죄가 아닌 유기치사죄를 적용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선장의 부작위는 살인행위와 동일하다”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했다. 형량도 무기징역으로 늘어났다.

다친 조리부 선원 두 명을 보고도 그대로 탈출해 1심에서 살인죄로 징역 15~30년을 받은 1항사와 2항사, 기관장 등 간부급 선원 3명은 2심에선 징역 7~12년으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선원들에겐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이 선장의 지휘명령 체계를 무시하면서까지 퇴선 조처를 독단적으로 강행해야 할 만큼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상해 피해선원을 방치하고 퇴선한 부분에 대해선요?”

서정민이 물었다.

“그들이 이미 사망한 것으로 오인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더군.”

당직을 맡은 3항사와 조타수는 징역 5년, 기관사 등 선원 9명은 징역 1년 6월~3년으로 감형이 확정됐다.

공판정에 75명의 증인이 출석하고 약 2만 쪽에 달하는 증거기록이 제출된 세기의 재판은 이렇게 해서 막을 내렸다.

선장을 제외한 선원 14명의 형량이 반으로 크게 줄어들면서 유족들은 불만을 나타냈다.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 나온, 딸을 잃은 유족 한 명이 주먹을 쥔 채 흥분하는 모습은 보기 안타까웠다.

“선장이 총대를 멨다고 봐야 하나.”

서정민은 신상균이 들으라는 듯 중얼거렸다.

“그나마 선장이 무기징역을 받아서 유가족 기분이 조금 누그러지긴 했겠지.”

“선장은 1심에서 징역 36년을 받았다가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바뀌었는데, 무슨 이유인가요?”

“퇴선방송 지시 여부가 살인죄 여부를 가렸나 봐. 1심 재판부는 ‘선장의 퇴선 방송 지시가 있었다’고 보고 살인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반면, 2심에서는 그런 지시가 없었다고 본 거지.”

1심에서 퇴선 방송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일부 선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점과, 진도 VTS와의 교신 내용 중 ‘탈출할 수 있는 사람들만 탈출을 시도하라’는 표현은 승객 전체에 대한 퇴선명령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으로 선장들 근무태도가 달라져야겠어요.”

선장 출신 서정민이 생각할 수 있는 의견이었다.

“대형 인명사고에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인정한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으니 해기사 출신으로선 참담하기도 하지.”

“이번 판결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이없는 판결이란 생각도 드네. 국민들의 정서를 생각해서인지 엄격한 증거주의가 퇴색하고 불문법이 과도하게 적용된 것 같아.”

“예를 들면?”

“관습법 판례법 조리법(條理法) 같은 불문법 말일세. 상식 또는 사회통념의 의미가 확대 적용된 느낌이랄까.”

“승선한 지 일 년도 안 된 25살 처녀 3항사와 3기사의 운명이 기구하군요.”

“인생이란….” 선배는 말하다가, “서 사장 같이 살아난 사람도 있고… 물론 정신적 충격은 컸겠지만.”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말투. 서정민이 질문할 사항은 많다.

“부진정 부작위범의 고의란 어떤 거죠?”

“반드시 범행 목적이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사고 방지 가능을 예견하고도 방관한 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걸 말하는 거지.”

판결문에는 이런 내용도 적혀 있다. 선장의 권한이나 의무는 해사안전법의 관련 규정들은 모두 선박의 안전과 선원 관리에 대한 포괄적이고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선장을 수장으로 한 효율적인 지휘명령체계를 갖추어 항해 중인 선박의 위험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극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므로, 선장은 승객 등 선박공동체의 안전에 대한 총책임자이다.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라 하더라도 구조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라면 구조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 조난된 사람의 신속한 구조를 목적으로 하는 수난구호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한다.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죄는 형법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및 중과실치사상죄를 기본범죄로 하여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 위반 행위 및 도주 행위를 결합하여 가중 처벌하는 일종의 결합범이다. 판결문이 마치 교과서 같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는 서정민.

“회사가 선내 대기를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잖아요?”

“엇갈리는 증언들이 있긴 하지.”

강혜성 승무원은 증인신문에서 참사 당일 9시 26분쯤 양대홍 사무장(사망)과 무전 교신을 했는데 양 사무장이 “지금 조타실인데 10분 후에 해경이 올 거야. 선사 쪽에서 대기 지시가 왔어. 추가 지시가 있을 때까지 구명조끼 입히고 기다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전 조사에서 말을 하지 않은 이유를 “희생된 여객부 직원(양대홍 사무장)에게 누가 되는 게 아닐까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세월호 사고의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한 창작물이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기업 지명 등은 실제와 관련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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