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30 09:13

기고/ 한국해양진흥공사법 개정에 대한 입법 평가

변호사가 된 마도로스의 세상이야기(38)
법무법인 대륙아주 성우린 변호사(해양수산부·해양경찰청 고문변호사)


필자는 작년 말 대한변호사협회 입법평가특별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하였다. 법률가의 시각에서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의 입법을 제대로 평가해보자는 취지에 공감하여 참여하게 되었다. 

대한변협의 입법평가특별위원회는 평가 작업 시 국회 상임위원회를 기준하여 4개의 소위원회로 나누어 운영하였는데, 필자는 전문 분야를 살려 국회 상임위원회 중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해양수산부 소관 법률의 제·개정안을 평가하는 역할을 맡았다.

필자는 제21대 국회에서 제·개정된 법률들 중 2020년 12월8일 개정된 ‘한국해양진흥공사법(이하 ‘법’)’ 개정에 대한 입법평가를 하였고, 대한변협이 2021년 2월 발간한 ‘2020년 입법평가보고서’에 수록된 바 있다.

이번 기고의 자리를 빌려 이를 간단히 소개하려고 한다.

우선, 개정 전 법에서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기존 해운항만업 관련 자산의 취득을 위해 차입하는 자금으로만 채무보증의 범위를 제한한 것은 해운산업의 보증 활용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반영하지 못한 문제점이 있었다.

보증기관 중 해운기업에 대한 보증 제공 기관은 사실상 신용보증기금이 유일한데,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잔액 중 해운업 비중은 약 0.3% 수준에 불과하여 중소선사들의 보증 활용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해운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담보 자산인 ‘선박’의 경우에도 자기부담은 10~20% 수준에 불과하고, 80~90%를 대출로 조달하므로 추가 대출 여력이 많지 않을 수밖에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이어진 해운산업의 호황기가 끝난 이후, 시중은행이 시장의 불황 장기화 등을 이유로 해운 업종에 대한 신용 공여액을 대폭 축소하기도 하였다. 

또한, 해운산업의 특성상 기업이 지출하는 연료비·용선료 등 운영자금은 선(先)결제인 반면, 운임은 후(後)지급으로 결제되어 현금흐름의 시차도 있다. 

법 제정 시 해운산업에서 비전형적 일시적 경제상황 변동 시 운영자금 부족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어, 신용보증이 유동성 공급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며, 신용보증기금의 보증한도가 소진된 해운기업이 많기 때문에 보증의 활용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를 고려했어야 했다.

정리하면, 한국해양진흥공사는 기존 법에 따라 선박 매입 후 재대선, 긴급경영자금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지원을 하였으나, 법에서 신용보증 기능 등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 저신용·영세 선사에 대한 긴급한 지원을 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었다.

2020년 12월8일 법 개정에서, 공사의 업무 범위에 보유 자산 담보 자금 차입에 대한 채무보증, 신용보증, 입찰보증 및 계약이행보증까지 보증사업 범위가 확대되어,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공사를 통한 해운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근거가 처음으로 마련되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위와 같이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법 개정에 따른 공사의 재정건전성 악화로 인한 정부의 재정 부담 등의 우려가 커졌다는 사견이다. 

법 제11조 제1항 제2의3에서 ‘긴급한 경제적·사회적 위기 대응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또는 조건 등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 동일기업에 대한 중복 지원 및 과다 보증 등이 우려되며, 법 제12조에 따르면 이익적립금으로 손실을 보전할 수 없을 경우 정부가 그 부족액을 보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바, 공공기관의 파산 가능성을 정부가 사실상 제거해준다는 점에서 직접 보증에 준하는 간접적 보증으로 볼 수 있어, 향후 발생 가능한 재정 부담을 정부가 보전하게 되는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에 필자는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제60조의 규정을 입법 모델로 제시하여, 공사의 재정건전성의 악화 방지를 위하여 향후 보다 더 엄격한 감독 법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그 밖에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당시 법 개정 내용이 긴급히 시행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부칙의 시행일 관련 문제도 추가로 지적한 바 있다.

정부의 재정 부담 우려 등의 문제와는 별개로, 선박금융의 부실 등으로 국내 선사의 경쟁력이 외국 선사에 비해 떨어지는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과연 법 개정으로 위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으나, 향후 법 개정 시에는 국내 선사들이 좀 더 낮은 이자율로 안정적인 선박금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인 방안 등을 더 고민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방안이 법에 더욱 명확하게 규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 경험을 쌓았다. 배에서 내린 뒤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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