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05 09:06

판례/ “컨테이너 8개를 더 실었을 뿐인데”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11.21자에 이어>

▶판례 평석

1. 들어가며
선박의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주의의무 준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우리는 이미 세월호 사고라는 국가적 비극을 겪으면서 순간의 이득을 위한 안전수칙 위반 행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다 함께 목격했다. 그럼에도 선주 및 업계의 이와 같은 안전불감증이 끊이지 않고 있는 바, 이번에는 과적으로 인한 선박사고에 관한 형사 판결을 소개하고자 한다.

2. 사안의 개요
가. 피고인 D주식회사는 제주시에 선적을 두고 있는 화물선 P의 소유자로 화물운송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고, 피고인 B는 D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위 회사의 업무를 총괄하는 사람이고, 피고인 A는 P를 운항하는 선장이며, 피고인 C는 D주식회사 성산대리점의 소장으로 선적을 담당하는 사람이다.

나. 피고인들은 2021년 1월29일 남해상에 풍랑경보가 발효돼 있고, 같은날 02:00경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성산항에서 출항해 전남 고흥시 녹동항까지 운항이 예정돼 있는 P에 이미 8ft 컨테이너 310개가 적재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피고인 B는 계약된 화물의 운송이 지연되면 금전적 손해가 발생할 것을 염려해 피고인 C에게 밀감 등이 실린 컨테이너 7개를 P에 추가 적재하도록 지시했고, 피고인 C는 위 지시에 따라 선장인 피고인 A에게 컨테이너 7개를 추가로 적재해 줄 것을 요청했다. 

다. 피고인 A는 P에 추가로 컨테이너를 적재할 경우 화물창의 해치를 닫을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으나, 피고인 B와 피고인 C가 밀감 등이 실린 컨테이너 7개를 직접 가지고 와 P에 적재할 것을 재차 지시하자, 더 이상 이를 거부하지 못하고 컨테이너 8개(컨테이너를 7개만 추가 적재할 경우 선박 화물창의 균형이 맞지 않아 야채가 실린 컨테이너 1개를 더 적재함)를 P 2번 화물창에 4단으로 적재하고 2번 화물창의 해치커버를 닫지 않은 채 P를 운항하기로 했다.

라. 피고인들은 2021년 1월29일 01:51경 제주 서귀포시 성산항에서 P의 화물창에 318개의 컨테이너를 적재하고 2번 화물창 덮개를 닫지 덮지 않은 채 위 선박을 운항했으며, 그 결과로 같은 날 05:44경 전남 완도군 여서도 남동방 약 5해리 해상에서 풍랑경보에 의한 거센 바람 등의 영향으로 위 2번 화물창에 다량의 해수가 유입됐고, 복원성을 상실한 위 선박은 좌·우현으로 기울기를 반복하다 같은 날 08:25경 전남 완도군 청산면 청산도 남동방 4.2해리 해상에서 좌현으로 넘어져 바다에 가라앉았다. 

마. 이 사건 사고로 위 선박에 승선하고 있던 피해자 R(남, 62세)이 위 해상에서 실종됐다.

바. 이 사건 사고에 관해 피고인 A, B, C는 업무상과실선박매몰, 업무상과실치사, 피고인 전원은 해양환경관리법위반, 피고인 B는 선박안전법위반으로 기소됐다. 

3. 법원의 판단
이 사건 선박은 화물창에 8ft 컨테이너 310개를 초과해 적재하면 선박의 감항성 유지를 위한 시설인 접이식 화물창 덮개(Folding type hatch cover)를 닫을 수 없고 화물창의 덮개를 닫지 않은 채 항해를 할 경우 높은 파도를 타고 해수가 화물창에 유입돼 선박이 침수될 위험이 있으며 결국엔 복원력을 상실한 선박이 매몰될 수 있으므로, 피고인 A, B, C에게는 P의 화물창에 310개를 초과하지 않는 컨테이너를 적재해 위 선박이 화물창 덮개를 닫은 채 운항하도록 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법원은 위 피고인들이 사고 당시 남해상에 풍랑경보가 발효돼 있었고 이미 이 사건 선박에 8ft 컨테이너 310개가 적재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피고인 B는 금전적 손해를 면하고자 C에게 컨테이너 7개를 추가 적재하도록 지시했고, 피고인 C는 위 지시에 따라 피고인 A에게 추가 적재를 요청했으며, 피고인 A도 그 지시에 따라 컨테이너 8개를 적재하면서 화물창의 해치커버를 닫지 않은 채 운반하는 주의의무 위반을 저질렀다고 판단해 혐의 모두에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선주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 B의 책임이 가장 중하다고 보아 징역 1년 8월을 선고했다. 이 사건 침몰사고의 핵심 원인은 한계 선적량을 초과해 컨테이너를 선적하는 바람에 배의 화물창 덮개를 덮지 못하고 운항해 다량의 해수가 배로 유입된 것이다. 그런데 피고인 B는 당일 풍랑경보가 발효될 정도로 기상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한계량을 초과해 컨테이너 7개를 더 싣도록 지시했고, 그 과정에서 선장으로서 배의 운항과 안전에 관해 가장 잘 아는 피고인 A로부터 화물창 덮개를 닫을 수 없게 되므로 위험하다는 반대의 의사를 듣고도 직접 현장에까지 나와 이를 묵살하고 추가 선적을 강행했다. 법원은 이와 같은 피고인 B의 지시행위는 단순 과실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고의에 가깝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법률 위반의 정도가 중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선장인 피고인 A에 대해는 징역 1년 4월에 집행유예 3년, 대리점 소장 피고인 C에 대해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들은 피고인 B의 지시가 부당함을 명백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결과적으로 지시에 순응함으로써 배가 침몰해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를 초래했고, 특히 피고인 A는 배의 선장으로서 안전에 관해 최종책임을 지는 지위에 있었다는 점에서 C보다 더 중한 책임을 진다고 보았다. 

다만 피고인 A, C의 경우 실질적으로 피고인 B으로부터 고용된 지위에 있어 피고인 B의 지시를 거역하기 쉽지 않은 위치에 있었고,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고인 A는 최초 피고인 B에게 추가 선적에 대해 반대의 의사를 표시하는 등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했던 점이 참작됐다.

4. 판결에 관해
2012년 선원 12명이 사망한 석정36호 매몰사고 판결(울산지방법원 2013년 9월13일 선고 2013노400 판결)과 이 사건 판결을 비교해 보면, 책임자들에게 유사한 수준의 형이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 위 석정36호 사건의 경우 회사가 선박의 무게 수용력 등에 대한 전문가의 안전진단 없이 임의로 타설장비를 증축하는 등 선박의 구조를 변경함으로써 선박의 하중이 증가한 것이 선박 매몰의 원인이 됐으며, 그 선박 매몰 직후 제대로 선원들을 대피시키는 등의 조치를 신속히 취하지 아니한 것이 피해를 가중시켰다. 

당시 선원들의 안전을 관리하는 1차적 책임을 부담했던 현장소장은 구조변경으로 인해 붕괴의 위험이 있는 수직형 리더 등 구조물의 안전성 평가를 하지 아니했으며, 사고 당일 풍랑예비특보가 발령된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기상상황이 악화되고 있었음에도 앵커 인양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으로 피항이 지체됨과 동시에 선원들을 대피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울산지법은 현장소장에게 이러한 책임을 물어 피고인들 중에서 가장 중한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한편 선주 회사의 대표이사에게는 징역 1년 4월에 집행유예 2년, 위 공사 감리단 소속 책임감리원 및 보조감리원에게는 각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위 사건의 형량을 고려하건대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 사건에 관해 최대 징역 1년 8월이 인정된 것은 세월호 사고 등을 겪으며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더욱 중하게 묻는 경향이 반영됐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게다가 법원은 피고인들이 추가 선적으로 인해 배가 침몰하고 사람이 사망하는 극단적인 사고가 발생할 것까지는 충분히 예견하지 못했다고 보이고, 배가 침몰하게 됐던 데에는 적정하지 않은 컨테이너의 선적과, 위험 상태에서 즉각적인 피항을 선택하지 않았던 것 또한 부수적으로나마 일부 원인이 됐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양형에 참작한다고 덧붙였다. 즉, 한계 선적량보다 컨테이너 8개를 초과 선적함으로써 이와 같은 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인데, 이는 일견 수긍이 된다. 다만 적정하지 않은 컨테이너의 선적이나 즉각적인 피항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피고인 A, C의 책임을 가중하는 사유가 아닌지 하는 의문이 있다. 

피고인들은 컨테이너 8개를 추가로 싣는 것이 큰 사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고, 현실적으로 이 정도의 과적은 흔한 관행일 것으로 추측된다. 한번 뿌리내린 안전 불감증은 이렇게 뿌리뽑기가 어려운 법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주 약간의 안전 수칙 위반도 바다에서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법원의 이와 같은 판결을 숙지하며 앞으로도 선박 안전에 관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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