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해운항만 분야 주요 기관장 인선이 한창 진행 중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와 부산항만공사(BPA)는 각각 사장, 한국해운조합은 이사장 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
해운조합 임병규 이사장은 지난 3월 말, 해양진흥공사 김양수 사장은 이달 22일 각각 임기를 마무리했다. BPA 강준석 사장의 임기는 9월 말 만료된다.
지원자 접수를 마치고 면접을 진행한 해양진흥공사와 BPA는 최근 3명의 최종 후보를 선정해 상급기관인 해양수산부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조합은 오는 28일 오후 열리는 대의원 총회에서 이사장을 가려 뽑을 예정이다.
그런데 이들 기관의 차기 수장으로 해운항만 전문가가 아닌 정치권 인사가 낙점됐다는 루머가 확산돼 우려가 나온다. 모두 과거 여권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가 22대 총선에서 낙천했거나 불출마한 인물들이다.
해양진흥공사 사장은 안병길 전 의원,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전봉민 전 의원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둘은 나란히 해진공과 BPA 최종 후보 3명에 포함됐다.
안병길 후보는 부산일보 사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으로, 21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국회의원 시절 농해수위 위원으로 일한 경력이 해양 분야와의 접점이다.
전봉민 후보는 부산 소재 건설사 대표로 일하다 정계로 진출해 부산시의원과 21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해당 건설사는 아파트 건설이 주력사업이어서 사실상 전 후보는 항만 분야와 무관하다. 다만 그는 부산시의원 시절 해양위에서 근무한 걸 해양 분야 경력으로 내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해운조합 이사장 후보로 항만공사 사장 출신의 이채익 전 의원과 국회 사무차장을 지낸 김수흥 전 의원이 각각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파악된다.
이채익 전 의원은 울산을 지역구로 활동해 온 3선 정치인이다. 지난 2008년 말부터 3년간 제2대 울산항만공사 사장으로 근무하면서 해운항만업계와 잠시 인연을 맺었다.
김 전 의원은 입법공무원 출신의 정치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수석전문위원과 국회사무처 사무차장을 역임한 뒤 정계에 들어와 21대 국회에서 의원을 지냈다.
주요 해운항만 기관장 공모에 정치권 낙하산 인사들이 한꺼번에 이름을 올린 건 극히 이례적이다. 산업 특성상 그동안 풍부한 경험과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인물들이 기관장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급기야 시민단체에서 최근의 기관장 공모를 우려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부산권 시민단체인 부산항을사랑하는시민모임·부산항발전협의회·해양자치권추진협의회는 “한국 해양·항만 발전의 두 기둥인 BPA와 해진공 사장 공모에서 전문성 없는 낙하산식의 정치적 인사가 선임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차기 사장 선임 과정을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진행해 줄 것을 정부당국에 촉구했다.
해운산업을 전담 지원하는 해진공과 해양수도인 부산항 개발을 담당하는 BPA, 연안해운 사업자단체인 해운조합은 해양 분야 대표 기관들이다.
해진공은 자본금 확충과 한국해운의 친환경 규제 대응, BPA는 글로벌 컨테이너선사 유치와 북항 재개발, 해외 항만 진출, 해운조합은 연안해운 생태계 재건과 해운사 경쟁력 제고 같은 해결이 시급한 현안에 당면해 있다.
이들 기관이 주어진 본령과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신해양강국 건설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전문성 또는 해운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춘 인물을 기관장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정치권 인사라고 해서 모두 자격미달은 아니겠지만 해양 기관장 인사가 낙선 낙천자의 자리 만들기용 보은 인사로 변질돼선 안 된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는 당위 명제다.
정부는 투명하고 공정한 공모 절차를 통해 한국 해양조선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선진화, 국제 경쟁력 제고에 앞장설 인물이 해양 기관장에 임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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