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4 09:00

“부산항, 글로벌 환적항만 지위 안주해선 안 돼”

인터뷰/ 부산항만공사 강준석 사장
자동화·디지털화·탈탄소화 등 국제적 추세 발맞춰야


해양수산부 출범 이후 국내 최초로 항만공사(PA) 제도를 도입한 부산항만공사(BPA).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아 ‘2040 신(新)비전’을 선포하고 새로운 도전 100년을 위한 기틀을 닦았다. 3년간 부지런히 달린 BPA의 제7대 강준석 사장이 곧 임기를 마친다. 그는 30년간의 공직생활로 이론과 실무, 국제 감각을 익히고 2021년 부산항만공사의 지휘봉을 잡았다. 임기 종료를 앞둔 강준석 사장의 소회를 들어봤다.

Q. 재임기간 굵직한 현안이 많았다. 지난 3년을 평가한다면?

지난 3년을 요약하자면 ‘도전과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부산항은 이미 세계 2위의 환적항이지만, 그 위상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도전과 혁신을 끊임없이 주문했다.

우리 임직원과 함께 열심히 뛴 결과 재임하는 동안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진 성과가 많았다. 부산항 신항 완전 자동화 부두는 항만근로자의 일자리 상실 없이 성공적으로 개장했고, 국내 최초 항만재개발 사업인 북항은 15년만에 공사를 끝내고 부산시민에게 돌아갔다. 항만공기업 최초로 도전한 해외사업은 네덜란드, 스페인, 인도네시아, 미국에 이르기까지 총 4곳에 해외물류센터를 성공적으로 개장했다.

최첨단 스마트 항만을 만들고, 오래된 항만은 신도시로 재개발하고, 해외에 물류센터를 개장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렇게 다양한 영역에서 국제적 사업을 하는 공공 조직은 부산항만공사가 유일하다. 기존의 틀을 깨고 도전하지 않았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성과다.

오늘의 부산항만공사가 있기까지 도전과 혁신의 길을 함께 걸어준 부산항 가족 여러분과 응원해주신 시민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Q. 부산항의 물동량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일궜다.

부산항은 지난해 사상 최대 물동량인 2315만TEU를 처리했다. 중동 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계속된 가운데 이뤄낸 성과여서 그 의미가 더 크다. 올해 실적도 10월까지 추세를 보면 이 기록을 다시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동량 증가는 근로자, 터미널 운영회사, 공사 등 항만 가족이 함께 원팀으로 굵은 땀방울을 흘려가며 이뤄낸 성과다. 특히 지난 3년간 항만공사 사장으로서 노·사·정 소통과 신뢰 구축에 많은 정성을 쏟았다. 소통으로 신뢰가 쌓이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은 최소화하고 꼭 필요한 의사결정은 신속하게 할 수 있다.

노동자를 대표하는 박병근 부산항운노조 위원장, 항만기업을 대표하는 이정행 항만물류협회장과 함께 포트세일즈를 다닌 일이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다. 부산항의 노·사·정 대표가 함께 포트세일즈를 하니 일본 등 해외 화주들이 부산항은 파업 걱정 없이 안심하고 화물을 보낼 수 있겠다며 큰 신뢰를 표현했다.

항만산업은 후방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산업이다. 대기업이 부족한 지역에 항만 터미널 운영회사는 청년층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고, 수만명에 달하는 항만근로자의 임금과 연관 산업체의 경영 실적이 물동량과 모두 연계돼 있다. 부산항의 실적이 곧 부산·경남의 경제 상황을 나타낸다. 내년에도 중동 전쟁, 해운 얼라이언스 재편 등 여러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부산항 노·사·정이 힘을 합쳐서 잘 대응한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Q. 자동화 디지털화 탈탄소화에 공을 많이 쏟은 것 같다.

자동화, 디지털화, 탈탄소화 모두 국제적 추세이며 피할 수 없고 우리가 가야 하는 방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방향이 맞는다면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함께 역량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리더라도 결코 혼자 해낼 수 없는 영역이다.

먼저, 신항 7부두 자동화를 이뤄내는 과정은 역사에 남을 여정이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국내 최초로 완전 자동화를 완벽히 구현해야 하는 기술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기존 근로자의 일자리를 유지해야 했고 수십년 만에 다시 국산 크레인 장비를 도입해야 했다. 복잡한 정책적 목표가 얽혀 있었다. 그렇기에 재임기간에 가장 많이 찾은 현장이 신항 7부두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현장을 찾아 같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며 올해 4월, 대통령 참석 하에 성공적으로 개장을 해냈다.

디지털화 또한 많은 발전을 이뤘다.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체인포털 및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올컨e 개발, 항만 내 안전을 획기적으로 높인 전자인수도증(e-slip) 최초 도입 등의 디지털 혁신은 2023년 한국물류대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고, 세계은행에서 우수사례로 소개되는 등 국내외 많은 관심과 인정을 받았다. 디지털화의 핵심은 플랫폼 개발이고 이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데이터 공유다. 다양한 협의체를 통해 기대효과를 설명하고 대표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 직원들이 뛰어난 플랫폼을 개발해냈고 그걸 기반으로 제가 열심히 찾아다니며 설득한 게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려고 탈탄소화 분야도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LNG·메탄올을 연료로 하는 친환경 컨테이너선에 연료 공급과 동시에 하역도 가능하게 하는 작업을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부산항이 친환경 선박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에도 충분히 준비돼 있음을 전 세계에 알렸다. 에너지 중심 항만인 울산항과 세계 2위 환적항만인 부산항이 서로의 강점을 활용해 협력한 게 성공 비결이다.

부산항의 질적 성장의 해답은 ‘협력과 연대’다. 현장에 귀기울이며 고객의 니즈를 잘 찾아내고, 서로의 장점을 활용한다면 부산항은 지속 발전해 세계 톱 클래스의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국내 최초의 완전 자동화 항만으로 올해 4월 개장한 부산 신항 7부두


Q. 로테르담 물류센터 개장 등 해외사업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부산항만공사의 해외사업은 크게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는 세계 주요 항만과 부산항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것이고, 둘째는 우리 기업의 수출입 물류 지원이다.
사장으로 취임하며 정한 경영 방침 중 하나가 ‘글로벌’이다. 해외사업은 실패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사업을 확장할 때마다 정말 많이 고민했다. 그래서 우리 기업이 꼭 필요로 하는 곳을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하되, 지역마다 강점이 있는 우리 물류기업들과 협력하는 방향으로 정했다.

차근차근 진행하다 보니 2021년 네덜란드 로테르담, 202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이어 올해는 인도네시아 프로볼링고, 미국 LA에 이르기까지 세계 주요 물류 거점에 4개의 물류센터를 성공적으로 개장했다.

특히 네덜란드 로테르담 물류센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으로 우리 기업이 대(對)유럽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때 큰 힘이 됐다. 지난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방문을 계기로 로테르담 항만공사와 투자의향서를 체결했고, 향후 콜드체인(냉동·냉장) 물류센터가 성공적으로 건립되면 K-푸드 수출에도 공사가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Q. 국내 최초로 진행된 부산항 북항 재개발 사업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부산 시민들의 추억이 서린 부산항 북항이 편히 휴식하고 힐링하는 행복한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부단히 노력해왔다. 덕분에 북항 재개발 1단계 사업은 임기 중에 공사를 끝내고 시민에게 돌려드릴 수 있었다.

2022년 개장한 친수공원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께서 “부산시민이 슬리퍼를 신고 아무 때나 즐길 수 있게 만들자”라고 말한 것처럼 시민의 휴식·여가 공간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 7월 이곳에서 개최한 부산항 축제엔 이틀간 10만여명의 시민이 참여하는 등 다양한 축제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올해 1월 개통한 2.3km의 이순신대로도 원 도심과의 접근성을 개선하고, 지역의 만성적 교통 체증을 해소해 도움이 되고 있다. 북항 마리나의 아쿠아 시설 또한 초등학생의 생존수영 거점센터와 영남권 최대수심(24m)의 다이빙풀 체험장 등으로 지역의 해양레저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북항 2단계 사업 추진을 위한 자성대 부두 이전도 연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국내 최초로 진행되는 항만 재개발 사업인 만큼 어려움도 많았다. 임기는 마치지만, 부산의 미래 성장 동력이자 세계 최고의 해양·관광·비즈니스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 

Q. 경영관리 부문 성과를 꼽는다면?

부산항만공사 설립 이후 최초로 달성한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평가 1등급 기록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청렴도 평가는 외부 고객의 평가뿐만 아니라 내부 직원의 평가도 좋아야 달성할 수 있는 성과이기에 의미가 더 컸다. 동료 간의 믿음과 고객의 신뢰를 함께 얻은 소중한 성과다.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동반성장평가에서도 설립 이래 최고등급인 최우수등급을 받았다. 연관 중소·중견업체가 많은 부산항을 이끌며 함께 잘사는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인정받았기에 보람 있는 성과로 기억에 남는다.

정부 경영평가 결과도 지속 상승해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수준에 도달했다. 임기 초반에는 과거 C, D등급을 연속으로 받은 탓에 일부에선 열심히 해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재임 동안 B등급을 두 번 연속 받으며 모두에게 자신감이 생겼다.
  
Q. 마지막으로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해양수산부 차관을 하며 국가 해운·항만 정책의 큰 틀에서 부산항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지만, BPA 사장으로 일해보니 부산항의 중요성과 위상은 생각 이상으로 크고 높았다.

부산항은 세계 2대 환적항이자 글로벌 톱클래스 항만이지만, 그 위상을 유지하려면 현재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고, 2040년 부산항 6대 미래상을 제시하면서 세부 실행 계획을 수립했다.

성년이 된 해에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의 기틀을 세우고, 해운항만물류 관계자분들과 함께 역사적인 순간 맞이한 게 참 의미 있었다. 앞으로 글로벌 환적 중심 항만으로 지속 발전해나가고, 지역사회와 업계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칠 부산항만공사가 기대된다.

우리 부산항만공사는 부산 시민들의 애정과 관심으로 탄생한 회사다. 사명에 ‘부산’이 들어간 유일한 중앙정부 소속 공공기관이기도 하다. 우리 직원들의 부산, 부산항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남다르다. 짝사랑이 되지 않게 시민 여러분께서도 BPA 많이 응원해주시고 사랑해 주시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네덜란드, 스페인, 영국 등 해양 강국들은 항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해양과 항만이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도 해양과 해운·항만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데 일조하고 싶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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